동양고전산책/주역 68

38. 화택규(火澤睽)

괘의 모든 만물은 태극에서 나와 하나이지만, 현실의 세상사는 이해관계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르다. 어긋나 있는 상황을 풀어가는 지혜는 같게 할 것은 같게 하고 다르게 할 것은 다르게 하는 것이다(同同異異).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진 괘를 ‘규(睽)’라고 한다. 어긋난다는 뜻이다. 상황이 어긋나 있어 서로가 흘겨본다는 뜻으로 ‘규(睽)’라고 하였다. 외괘의 이화(離火)☲ 불은 위에서 타오르고, 내괘의 태택(兌澤)☱ 연못의 물은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니 서로 어긋나기만 한다. 서괘 「서괘전」은 풍화가인괘 다음에 화택규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家道 窮必乖라 故로 受之以睽하고 가도 궁필괴 고 수지이규 집안의 도가 궁하면 반드시 어긋난다. 그러므로 규..

37. 풍화가인(風火家人)

괘의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원만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본분을 지키고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言行有恒).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가인(家人)’이라 한다. 불이 바람을 타고 잘 타오르듯이, 바람☴과 불☲은 한 집안이란 뜻이다. 또한 불이 타면 따뜻한 바람이 일듯이, 한 솥밥을 먹으며 화목한 집안을 가꾼다는 뜻이다. 서괘 「서괘전」은 지화명이괘 다음에 풍화가인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夷者는 傷也니 傷於外者 必反其家라 故로 受之以家人하고 이자 상야 상어외자 필반기가 고 수지이가인 이(夷)라는 것은 상함이니, 밖에서 상한 자는 반드시 그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가인으로 받고 명이(明夷)는 밝음이 상한 것이다. 밖..

36. 지화명이(地火明夷)

괘의 밝음이 땅 속에 들어가 있듯이 소인이 세를 얻어 폭정을 하는 암울한 시기에는 스스로를 그믐같이 어둡게 하여 무리를 화합시키고 세상을 서서히 밝혀 나가라(用晦而明).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명이(明夷)’라 한다. 밝음이 땅 아래로 들어가 밝음이 상했다고 하여 ‘명이(明夷)’라고 한다. 명이괘(明夷卦)는 《주역》이 이루어진 은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殷末周初)시대의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괘사와 효사가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은나라 말기에 폭군 주왕(紂王)의 폭정(暴政)으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 주(周)나라의 문왕(文王)과 무왕(武王), 은(殷)나라의 미자(微子), 기자(箕子) 등이 겪은 상황을 효사에 담고 있다. 명이괘 초구효는 백이(伯夷)·숙제(叔齊..

35. 화지진(火地晉)

괘의 땅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듯이, 일이 잘 풀려 나갈 때일수록 스스로의 밝은 덕을 더욱 잘 밝혀라(自昭明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를 ‘진(晉)’이라 한다. 땅 위에 해가 솟아오르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위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승진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과 인생의 과정이 전성기의 한 복판에 있다. 서괘 「서괘전」은 뇌천대장괘 다음에 화지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以終壯이라 故로 受之以晉하고 물불가이종장 고 수지이진 물건이 가히 끝까지 씩씩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진으로써 받고 대장괘는 크게 강장(强壯)한 것이다. 모든 상황이 강장(强壯)하기만 할 수 없고, 강장하면 그 힘으로 나아가게 된다. 때문에 나아간다는 진괘(晉卦..

34. 뇌천대장(雷天大壯)

괘의 아무리 앞길에 막힘이 없어 승승장구하게 나갈지라도 항상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마라(非禮不履).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를 ‘대장(大壯)’이라 한다. 내괘의 건천☰이 굳세고 왜괘 진뢰☳가 강하게 움직이며, 초효에서 구사까지의 양강(陽剛)한 기운이 거침없이 크게 뻗어가는 상이다. 지나치게 강하여 거침이 없으니, 중도(中道)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크게 해를 입을 우려도 있다. 대장괘는 12월괘로 음력 2월괘에 해당한다. 서괘 「서괘전」은 천산돈괘 다음에 뇌천대장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遯者는 退也니 物不可以終遯이라 故로 受之以大壯하고 돈자 퇴야 물불가이종돈 고 수지이대장 돈이란 물러남이니, 물건이 가히 끝까지 물러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33. 천산돈(天山遯)

괘의 소인이 득세하여 군자의 뜻이 행해지지 않을 때에, 군자는 ‘몸의 사사로움을 이겨 예에 회복하고’(克己復禮), 소인을 대하기를 악하게 하지 말고 엄하게 하여 소인이 망동함을 경계하라(不惡而嚴).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돈(遯)’괘라 한다. 은둔한다, 도망한다는 뜻이다. 순양(純陽)으로 되어 있던 중천건(重天乾)에서 음이 자라나 천풍구(天風姤)가 되고 다시 음이 내괘 가운데 효까지 이르니, 양(陽)의 군자들이 음(陰) 소인의 세력을 막지 못하고 피하게 된다. 중효(中爻)가 이래서 중요하다. 음효가 초효에 이어 내괘 중을 차지하니,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기운도 어찌할 수 없이 물러나게 된다. 돈(遯)괘와 상반된 양상, 즉 양의 군자가 초효에서 내괘의 ..

32. 뇌풍항(雷風恒)

괘의 사랑은 서로가 만들어나가야 할 책임이다. 신중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세웠으면 함부로 바꾸지 말고 뜻을 이뤄라(立不易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항(恒)’괘라 한다. 택산함(澤山咸)괘에서 소녀(小女)와 소남(小男)이 만나 교합을 하니, 부부(夫婦)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항구하게 같이 살아간다. 백년해로를 다짐하고 사랑과 책임으로 뜻을 이루는 부부(夫婦)의 도이다. 외괘가 진☳장남(長男)이고 내괘가 손☴장녀(長女)이니, 장남과 장녀는 부모의 뜻을 이어 집안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한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떠한 일에 종사하든,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는 많은 동요(動搖)☳와 풍파(風波)☴가 있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하여 원래 세..

31. 택산함(澤山咸)

괘의 연못과 산이 아무 사사로움이 없이 기운을 통하여 천기와 지기를 교류하듯이, 남녀관계를 비롯한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서도 마음을 비우고 서로의 기운을 교감하여 뜻을 통하라(以虛受人).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함(咸)’괘라 한다. 연못과 산이 기운을 통하듯이 서로의 기운을 통하여 느끼는 것이다. 상경(上經)은 천도(天道)의 광대한 기운 양상을 표현한 것이기에 중천건(重天乾)과 중지곤(重地坤)의 천지기운이 교감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하경(下經)은 인사(人事)의 현실적인 교감을 나타낸 것이기에 남녀(男女)의 교감작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외괘의 태☱소녀와 내괘의 간☶소남이 교감한다. 또한 산 위에 연못이 있어 산의 기운과 연못의 기운이 서로 기운을 통하는 ..

30. 중화리(重火離)

괘의 태양같이 밝은 지혜로 재앙을 극복하고,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추어 천하백성을 구제하라(明照四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도 이화(離火)☲로 이루진 괘를 ‘이(離)’괘라 한다. 불이 거듭되었다고 하여 ‘중화(重火)’로 표현하고, 괘명을 ‘이(離)’라고 하는 것이다. 밝은 해가 내괘․외괘로 걸려 있어 사방에 빛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빛과 열이 너무 심하여 재앙이 되기도 한다. 중천건(重天乾)괘 구이효와 구오효가 변하면 중화리(重火離)괘가 된다. 빛, 태양, 열은 하늘에 걸려 있다. 중수감(重水坎)괘는 중지곤(重地坤) 땅에 근원하여 오는 재앙이라면, 중화리(重火離)괘는 중천건(重天乾) 하늘에 근원하여 오는 재앙이다. 중화리괘의 호괘가 택풍대과(澤風大過)이니 선후천의 변혁기에 나타나는 ..

29. 중수감(重水坎)

괘의 천도의 운행에 큰 변화가 일고, 사회의 변혁에 큰 어려움이 닥칠 때, 군자는 덕행을 떳떳하게 하고 가르치는 일을 익혀야 한다(常德習敎).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도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를 ‘감(坎)’이라 한다. 물이 거듭되었다고 하여 ‘중수(重水)’로 표현하고, 괘명을 ‘감(坎)’이라 하는 것이다. 감(坎)은 구덩이를 의미하고, 구덩이에 거듭 빠지니 험한 상이다. 특히 내괘의 구이와 외괘의 구오가 위아래의 음(陰)에 빠져 있어 험하다는 의미이다. 대과(大過)괘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때, 양강(陽剛)이 지나쳐 허물이 되는 때, 그리고 기운이 지나칠 때 나타나는 천재(天災)의 대표적인 것은 불(熱)로 인한 재앙(重火離)과 물로 인한 재앙이다. 중수감(重水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