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단상 6

초상지풍 필언(草上之風 必偃) : 정치바람과 여론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세상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올바른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표출되고 있는 민심을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알아야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할 수가 있다. 『주역』 천택리(天澤履)괘는 모든 일을 '마치 호랑이 꼬리를 밟고 있듯이 조심해 나가면 좋다'(괘사 : 履虎尾 不咥人 亨)는 뜻을 담고 있는데, 그 괘상전에서는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연못이 이괘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위와 아래를 잘 분별하여 백성을 뜻을 정하라.”(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고 하였다. 이 말은 이괘(履卦)가 내괘는 연못괘(..

고전명구단상 2021.11.29

천화동인(天火同人) 화천대유(火天大有) 단상(斷想) - 공자 가로되 역(易)을 지은 자가 그 도둑을 아는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 함께 추구해 나간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는데!’ 하는 안타까운 상념에 젖어드는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얻기 위하여 동지(同志)를 찾았으며,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이 모여 크든 작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업적을 남겨 왔다. 이러한 상황을 『주역』에서는 천화동인(天火同人)괘와 화천대유(火天大有)괘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뜻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동인괘는 괘사에서 “사람과 같이하는 것을 확 트인 들에서 하면 형통할 것이니, 이왕에 뜻을 같이 했으면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 이롭고, 군자로서의 덕을 갖추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同人..

고전명구단상 2021.11.27

인생은 나그네 길 : 인생여로(人生旅路)

당나라 때의 시인인 이백(李白, 701~762)은 봄날 밤 도리원(桃李園)에서 잔치를 벌이며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란 시를 지었는데, 그 첫 구절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夫 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부 천지자 만물지역려 아! 천지는 만물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광음자 백대지과객 광음(세월)은 백대를 지나가는 길손이라, 而 浮生若夢이니 爲歡幾何리오 이 부생약몽 위환기하 이에 덧없는 삶이 마치 꿈과 같아서 그 기쁨은 또 얼마나 되리?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로다 고인병촉야유 양유이야 옛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밤늦도록 노닌 것은 실로 까닭이 있었음이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억겁(億劫)의 세월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순간순간 천지 사이에서 태어나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 갔다. 지..

고전명구단상 2021.11.26

월상(月相)과 천문(天文) 그리고 『주역』 : 기망(幾望) 이망(已望) 기망(旣望)

고대로부터 인간이 자연의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천문관측의 지표로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이 아마도 월상(月相)의 변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지구를 공전하면서 28일 주기로 변하는 월상은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관측현상이었다. 음력 초하루인 삭(朔)과 음력 보름인 망(望)을 기준으로 삭에서 망으로 가는 중간의 상현(上弦: 음력 매달 7-8일)과 망에서 삭으로 가는 중간의 하현(下弦: 음력 매달 22-23일)이 월상 관측의 기준점이 되어 왔다. 이러한 천문현상은 주역의 원리에도 반영되어 있다. 흔히 선천팔괘 혹은 복희팔괘로 알려져 있는 팔괘도의 괘상의 흐름은 월상의 흐름과도 같다. 즉 순음인 곤(坤 ☷)은 삭(朔)에 해당하고 이(離 ☲)는 상현(上弦), 건(乾..

고전명구단상 2021.09.25

나의 삶을 보다(觀我生) : 성방관민설교(省方觀民設敎)

『주역』 상경 20번째에 풍지관(風地觀)괘가 있다. 관괘(觀卦)의 관(觀)은 황새(雚)가 창공으로 비상하여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見)을 의미한다. 이 관괘의 괘상을 보면 땅(☷) 위에 바람(☴)이 불어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감화시키는 상이다. 그래서 관괘의 괘상전(대상전)에서는 세상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지도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두루 살피고(省方) 국민(도민, 시민, 지역 주민)들의 삶을 잘 보아서(觀民)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라(設敎)고 하였다(象曰 風行地上 觀 君子 以 省方觀民 設敎). 이 관괘에서 지도자가 되는 핵심 자리인 다섯 번째 효(九五爻)에는 “나의 삶을 보되 군자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九五 觀我生 君子 无咎)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풀이한 효상전에서 “나의 삶을 본다는 것은 백성을..

고전명구단상 2021.09.18

중천건괘(重天乾卦)의 육룡(六龍) : 잠룡(潛龍)과 비룡(飛龍)

『주역』 상경 맨 처음 괘인 중천건괘는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을 용(龍)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다. 초효의 잠룡(潛龍), 이효의 현룡(見龍), 삼효의 척룡(惕龍), 사효의 약룡(躍龍), 오효의 비룡(飛龍), 상효의 항룡(亢龍)이 그것이다. 초효의 잠룡(潛龍)은 땅 속에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말라(潛龍 勿用)고 하였다. 용의 덕이 있기는 하나 아직은 미미하여 더욱더 실력을 기른 뒤에 세상에 나오라는 뜻이다. 이효의 현룡(見龍)은 덕이 있는 군자로 세상에 알려져 있으나 자신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대인을 만나라고 하였다(見龍在田 利見大人). 삼효의 척룡(惕龍)은 종일토록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반성하며 위태로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라고 하였다(君子 終日乾乾 夕惕若 厲 无咎). ..

고전명구단상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