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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중수감(重水坎)

돈호인 2020. 10. 29. 22:03

괘의

천도의 운행에 큰 변화가 일고, 사회의 변혁에 큰 어려움이 닥칠 때, 군자는 덕행을 떳떳하게 하고 가르치는 일을 익혀야 한다(常德習敎).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도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를 ()이라 한다. 물이 거듭되었다고 하여 중수(重水)로 표현하고, 괘명을 ()이라 하는 것이다. ()은 구덩이를 의미하고, 구덩이에 거듭 빠지니 험한 상이다. 특히 내괘의 구이와 외괘의 구오가 위아래의 음()에 빠져 있어 험하다는 의미이다. 대과(大過)괘에서 살펴보았듯이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때, 양강(陽剛)이 지나쳐 허물이 되는 때, 그리고 기운이 지나칠 때 나타나는 천재(天災)의 대표적인 것은 불()로 인한 재앙(重火離)과 물로 인한 재앙이다. 중수감(重水坎)괘는 물이 거듭하였으니, 물이 지나침으로 인한 재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수감괘는 중지곤(重地坤)괘에 체를 두고 있다. 중지곤괘 내괘의 중인 육이와 외괘의 중인 육오가 변하면 중수감이 되고, 물은 땅 아래로 흘러 재앙을 일으킨다.

서괘

서괘전은 택풍대과괘 다음에 중수감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物不可以終過라 故로 受之以坎하고

물불가이종과    고    수지이감

물건이 가히 끝까지 지나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감으로 받고

 

어떠한 상황이든 무한히 지나칠 수는 없다. 지나치면 빠지게 되는데, 그래서 빠진다는 감괘(坎卦)를 대과괘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習坎은 有孚하야 維心亨이니 行하면 有尙이리라.

습감    유부       유심형      행       유상

습감(習坎)은 믿음을 두어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행하면 숭상함이 있을 것이다.

習:익힐 습·거듭 습   坎:구덩이 감·험할 감   孚:미쁠 부   維:바 유·맬 유·오직 유   尙:숭상할 상

 

내괘와 외괘가 감()으로, ()이 거듭되었다 하여 습감(習坎)이라 하였다. 안팎으로 내괘와 외괘가 거듭 험하니, 이렇게 험한 상황에서는 굳게 믿음을 두어야 한다. 안팎으로 모든 상황이 험하니, 굳은 믿음으로 오직 마음을 형통하게 해야 한다. 아무리 험하더라도 이러한 마음으로 가면 험함을 헤쳐 나갈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남을 구제해 줄 수도 있으니, 숭상함이 있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習坎은 重險也니 水 流而不盈하며 行險而不失其信이니

단왈 습감    중험야    수 류이불영      행험이불실기신

維心亨은 乃以剛中也오 行有尙은 往有功也라.

유심형    내이강중야    행유상    왕유공야

天險은 不可升也오 地險은 山川丘陵也니

천험    불가승야    지험    산천구릉야

王公이 設險하야 以守其國하나니 險之時用이 大矣哉라.

왕공    설험       이수기국         험지시용    대의재

단전에 말하였다. “습감(習坎)은 거듭 험하니, 물이 흘러서 차지 않으며, 험한 데를 행하여도 그 믿음을 잃지 않으니, ‘오직 마음이 형통함’은 이에 강으로써 가운데 하기 때문이고, ‘가서 숭상함이 있음’은 가서 공이 있는 것이다. 하늘의 험함은 가히 오르지 못하는 것이고, 땅의 험함은 산과 내와 구릉이니, 왕공이 험함을 베풀어서 그 나라를 지키니, 험함의 때와 씀이 크도다.”

重:거듭 중   險:험할 험   流:흐를 류   盈:찰 영   升:오를 승  陵:큰 언덕 릉   設:베풀 설   守:지킬 수

 

  습감(習坎)은 거듭 험한 것이다. 내괘와 외괘가 모두 감수(坎水)로 물이 거듭되니, 물이 흐르되 멈춤이 없이 계속 흘러서 차지 않게 된다. 이렇게 험한 데를 행하여도 그 믿음을 잃지 않으니, 믿음을 잃지 않아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다는 것은 내괘의 구이와 외괘의 구오가 강함으로써 가운데 했기 때문이다. 가서 숭상함이 있다는 것은 마음의 형통함으로 행하니, 험함을 구제해 주는 공이 있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험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늘의 험함은 인간으로서 가히 하늘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고, 땅의 험함은 산과 물 그리고 언덕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왕공(王公)은 이러한 자연의 험함을 베풀어서 나라를 기키니, 험함의 때와 쓰임이 큰 것이다.

 

괘상사

象曰 水 洊至 習坎이니 君子 以하야 常德行하며 習敎事하나니라.

상왈 수 천지 습감       군자 이      상덕행       습교사

상전에 말하였다. “물이 거듭 이르는 것이 습감(習坎)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덕행을 떳떳하게 하며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

洊:이를 천·거듭 천   敎:가르칠 교

 

  감괘(坎卦)는 내괘도 물 외괘도 물로, 물이 거듭 이르는 것이기에 습감(習坎)이라 한다. 이렇게 물이 거듭 거듭 이르는 원리를 깨달아 군자는 험한 가운데에서도 덕행을 떳떳하게 하며, 어려운 때일수록 자연과 세상의 원리를 가르치는 일을 익힌다.

  사람은 어려울 때에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 험한 상황에 있을 때 소인(小人)은 본성을 망각하고 자기만 살려는 이기심(利己心)에 앞을 내다보지 못하지만, 군자(君子)는 험한 때일수록 더욱 덕행을 떳떳하게 하여 만인의 귀감이 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소인은 스스로를 포기하고 주변 상황에 휩쓸리지만, 군자는 세상을 위한 공부에 힘써 백성을 가르치는 일에 힘쓴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習坎애 入于坎窞이니 凶하니라.

초륙    습감    입우감담      흉

초육은 거듭 험함에 험한 구덩이에 들어가니 흉하다.

坎:구덩이 감·험할 감   窞:구덩이 담

 

초육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한데다 중을 얻지 못하였고, 험하고 험한 상황에 맨 아래에 처하여 그야말로 깊고 험한 구덩이에 빠져있는 상이다. 흉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象曰 習坎入坎은 失道라 凶也라.

상왈 습감입감    실도    흉야

상전에 말하였다. “거듭 험함에 구덩이에 들어감은 도를 잃은 것이다. 흉하다.”

 

九二는 坎애 有險하나 求를 小得하리라.

구이    감   유험       구    소득

구이는 구덩이(坎)에 험함이 있으나, 구함을 조금 얻을 것이다.

險:험할 험   求:구할 구   得:얻을 득

 

구이는 음자리에 양으로 있으나 내괘의 중에 있다. 험한 가운데에 있으나 중도를 지키니, 구하는 바를 조금 얻을 수 있다. 구함을 조금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험한 데 빠져 자기 자신의 보전도 어려우니, 겨우 자신의 어려움만 조금 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象曰 求小得은 未出中也일새라.

상왈 구소득    미출중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함을 조금 얻는 것은 가운데에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六三은 來之에 坎坎하며 險에 且枕하야 入于坎窞이니 勿用이니라.

육삼    래지   감감       험    차침       입우감담       물용

육삼은 오고 감에 구덩이와 구덩이며, 험한 데에 또 베개를 삼아 험한 구덩이(감담)에 들어가니, 쓰지 말라.

且:또 차   枕:베개 침

 

육삼은 내괘 감수(坎水)의 험한 극에 처해 있고 또한 외괘 감수(坎水)의 험함에 근접하여 있으니, 오나가나 구덩이고 구덩이다.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부당한데다 중을 얻지 못하여 험한 상황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더 험함에 빠져드니, 험한 데에 베개를 베고 누워서 구덩이에 들어가는 상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자를 어떻게 일을 시키겠는가? 아무런 공을 세울 수가 없다.

 

象曰 來之坎坎은 終无功也리라.

상왈 래지감감    종무공야

상전에 말하였다. “오나가나 구덩이와 구덩이인 것은 마침내 공이 없을 것이다.”

 

六四는 樽酒와 簋貳를 用缶하고 納約自牖면 終无咎하리라.

육사    준주    궤이   용부       납약자유    종무구

육사는 동이 술과 대그릇 둘을 질그릇에 쓰고, 간략하게 드리되 바라지창으로부터 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樽:술통 준   酒:술 주   簋:제기(대그릇) 궤   貳:두 이   缶:장군 부(질그릇)  納:들일 납·바칠 납  

約:묶을 약·맺을 약·간략할 약   牖:들창(바라지창)

 

  육사는 험한 내괘에서 벗어나 외괘 감수(坎水)의 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험난한 상황에서도 육사는 험하고 험한 내괘를 벗어나 외괘에 있으며, 또한 음 자리에 음으로 바른 상태에 있다. 모두가 험난함에 빠져 있는 형국에서도 대신(大臣)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으니, 구오 인군과 더불어 어려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구오 인군을 만나 어려운 형국을 논의하고자, 술을 담은 동이와 간단한 안주를 담은 대그릇 둘을 질그릇(장군)에 얹어서 구오 인군에게 간략하게 드리되, 남이 보지 못하도록 벽을 뚫어 낸 바라지창(들창)으로 드린다. 그리고 질그릇처럼 질박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구오 인군을 대한다. 구오 인군에게 시대의 어려운 상황을 충심으로 간언하기 위해서이다.

 

象曰 樽酒簋貳는 剛柔際也일새라.

상왈 준주궤이    강유제야

상전에 말하였다. “동이 술과 대그릇 둘은 강과 유가 만나기 때문이다.”

際:사이 제·사귈 제

 

육사가 동이 술과 안주를 담은 대그릇 둘을 들창으로 간략하게 드리는 것은 어려운 형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육사의 음()이 구오의 양()과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九五는 坎不盈이니 祗旣平하면 无咎리라.

구오    감불영      지기평       무구

구오는 구덩이가 차지 않으니, 이미 평평한 데 이르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祗 : 공경할 지·이를 지

 

구오는 외괘 감에서 중정한 자리이고, 전체를 이끌어 가야 할 지도자이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험하고 험하니, 백성을 구제할 엄두도 못 낸다. 구오는 외괘에서 중을 얻어, 험하고 험한 구덩이에 물이 차지 않은 상황이다. 그 구덩이에서 벗어나 이미 평평한 곳에 이르면 구오 자신으로서는 허물이 없다. 이는 워낙 험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구제하는 것을 염두에 둘 수 없으니, 구오 자신만이라도 험한 데에서 벗어나면 그 자체로 허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험하고 험한 중수감괘에서 중정하여 인군 자리에 있는 구오는 천하 백성을 구제하고 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효상전에서는 중()이 크지 못하다고 하였다.

 

象曰 坎不盈은 中이 未大也라.

상왈 감불영    중    미대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덩이가 차지 않음은 가운데가 크지 못한 것이다.”

 

上六은 係用徽纆하야 寘于叢棘하야 三歲라도 不得이니 凶하니라.

상륙    계용휘묵       치우총극      삼세       부득       흉

상육은 매는데 휘와 묵을 써서 가시덩굴에 두어 삼년이라도 얻지 못하니 흉하다.

係:맬 계   徽:아름다울 휘·세겹 노끈 휘   纆:두겹 노끈 묵   寘:둘 치  叢:떨기 총·모일 총·숲 총   棘:가시나무 극·창 극

 

  ‘()는 세 가닥 노끈이고, ()은 두 가닥 노끈으로 휘묵()은 죄인을 묶는 포승줄을 말한다. 상육이 변하면 외괘가 손풍(巽風)이 되어 손()은 음목(陰木)이니 노끈의 의미가 나온다. 가시덩굴에 둔다는 것은 감옥에 가둔다는 말이다. 즉 포승줄로 묶어 매서 가시덩굴 감옥에 3년이 되도록 갇혀 세상일을 얻지 못하니 흉한 것이다.

  상육은 험하고 험한 중수감괘에서 맨 위에 처하여, 사실은 험한 상황에서 홀로 벗어나 있는 상이다. 이런 때에 상육은 구오와 육사를 도와 험한 데에 빠져 있는 백성을 구제하고자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육의 소인(小人)은 자기 홀로 험한 데서 벗어나 있다는 것에 안주하여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모른체하니, 마땅히 해야 할 도를 잃은 것이고 이로 인해 죄인이 되어 3년동안 형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3년이라는 것은 오랜 기간이란 뜻이다. 중수감괘 상육효사는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깊이 새겨볼 내용이다.

 

象曰 上六失道는 凶三歲也리라.

상왈 상륙실도   흉삼세야

상전에 말하였다. “상육이 도를 잃음은 흉함이 삼년일 것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6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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