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의 기본원리 25

『주역』의 학문적 성격과 공부방법론 : 주자(朱子)의 논설

『주역』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송대의 주자(朱子, 1130∼1200)를 들 수 있다. 주자는 당시 유난히 의리역에 치중하였던 풍토를 비판하였다. 그는 『주역』이 복서(卜筮)에서 연원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한다면 『주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아래에서는 『주역전의대전』 「역설강령 2」에 수록된 주자의 글을 발췌하여 옮겨 새겨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당시 『주역』을 논하면서 의리역에만 치중하던 풍토에 대한 비판, 『주역』의 연원과 복서(卜筮)와의 관계, 『주역』 『시경』 『서경』의 차이, 『주역』에 담긴 이치의 은미함과 원대함, 『주역』을 공부하는 진정한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주자의 논설에 비판의 여지가..

『주역』의 학문적 성격: 『주역』은 기초학문이자 종합학문이다

기독교 성경(聖經, the Bible)에서 구약(舊約)의 시대가 그러하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하늘에 대한 제사와 더불어 행해진 신탁(神託)과 점술(占術)이다. 동아시아의 오래된 고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은 상고시대에 하늘에 대한 제사와 함께 행해진 점술(占術)의 편린들, 다시 말하면 거북점(卜)과 시초점(筮)에 연원을 둔 복서역(卜筮易)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주역』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다. 『주역』에 대한 학설은 철학사적 관점에서 대체로 상수역(象數易)과 의리역(義理易)이라는 큰 흐름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 시대별로 학자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다. 『주역』의 학문적 성격..

10-2. 『주역』경문해석방법론

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과 해석원리 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 주역경문의 형성과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周)나라가 중국의 천자국(天子國)으로 등장하면서, 당시 『주역』의 작자인 누군가가 하(夏)나라·은(殷)나라 때의 복관(卜官:제사장)들에 의해 이루어진 복사(卜辭:占辭)들을 중심으로 점(占)을 하게 된 사실관계와 그 결과인 점사(占辭)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현재의 『주역』 경전을 이루게 된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천문·지리·인사의 종합적인 인식구도로 길흉화복(吉凶禍福)에 관한 일종의 지침서로서의 주역경문 64괘 384효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둘째,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지었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존중한다면,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에 의하..

10-1. 「십익전(十翼傳)」의 성격과 개요

1. 「십익전(十翼傳)」의 성격 1) 「십익전」의 의의 『주역』 64괘 384효의 경문(經文) 이외에 그 뜻을 해석하고 주역의 이치를 발현한 해설전을 십익(十翼)이라고 하는데, ‘십익(十翼)’이란 명칭은 후한(後漢)에서 시작되었다. ‘십익’은 『주역』을 새의 날개처럼 돕고 있는 열 가지의 문헌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주역』에서 경(經)은 괘상과 64괘 괘사, 384효 효사로 이루어지며, 문언전(乾卦文言傳·坤卦文言傳)·단전(彖傳)·상전(卦象傳·爻象傳)·계사전(繫辭上傳·繫辭下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은 전(傳)에 해당하는데, 이를 공자가 집대성하였다고 하여 ‘공자의 십익(十翼)’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엄격히 말하면 전(傳)은 문언전·단전·상전·계사전·설괘전·서괘..

10. 『주역(周易)』경전(經典)의 체계와 작자(作者)

1. 연산역(連山易)·귀장역(歸藏易)과 『주역(周易)』 『주역(周易)』 또는 『역경(易經)』은 ‘역(易)’에 관한 경전이다. 일반적으로 역(易)에 관한 경전이 중국 상고시대에 하(夏)나라에는 연산역(連山易)이 있었고, 은(殷:商)나라에는 귀장역(歸藏易)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산역과 귀장역은 고문헌 가운데 단편적으로 일부 언급이 있을 뿐, 경전의 전체가 기술된 공인된 문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출토되고 있는 고대유물 가운데 귀장역이라고 추정될 수 있는 유물이 발굴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역경(易經)』은 주(周)나라 때 지어진 역이라 하여 『주역(周易)』이란 명칭으로 전해지고 있다. 2. 경(經)과 전(傳) 일반적으로 경전(經典)은 경(經)과 전..

9-5. 설시(揲蓍)를 통한 예측판단의 의의

지금까지 설시원리와 역(易)의 원리와의 관계, 설시원리와 사상(四象)과의 관계, 설시원리에 내재된 확률의 문제 그리고 예측판단원리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서죽(筮竹) 또는 시초(蓍草) 50 가지로 펼쳐지는 설시원리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법의 원상으로 태극·양의·사상·팔괘로 분화되어 나아가는 역(易)의 원리와 그대로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49 가지로 실질적으로 펼쳐지는 수리에 있어 사상수 및 사상책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애초에 이 설시법을 누가 창안했는지에 대하여는 고증할 길이 없다. 오랜 세월을 통해 복관(卜官)들에 의해 이루어진 다양한 방법들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정제되면서 어느 순간 복서(卜筮)에 밝은 누군가에 의해 설시법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밖..

9-4. 설시(揲蓍) 예측판단원리(체용추견법 體用推見法)

설시(揲蓍) 18변의 과정을 통해 여섯 효가 형성되면 대성괘가 이루어지고 각 효의 소양 소음 노음 노양으로 효의 변(變)과 불변(不變)이 판단되며, 따라서 변효(變爻 : 544 또는 988이 나올 경우)가 있으면 본괘(本卦)에서 변하여 간 지괘(之卦)가 나오게 된다. 설시를 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의 정황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또한 64괘의 각 괘는 전체의 한 부분이지만 각 괘에는 64괘 전체의 원형이 담겨 있다. 예컨대 산천대축(山天大畜)괘가 본괘로 나왔을 경우에 여섯 효가 모두 변하지 않은 상태로 나올 수도 있고, 어느 한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어느 두 효가 변할 수 있고, 어느 세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어느 네 효가 변할 수 있고, 어느 다섯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여섯 효 모두가 변할 수 있기 때..

9-3. 설시원리와 확률(確率)의 문제

현대사회의 과학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 확률(確率)은 객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설시원리에 내재된 확률문제는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설시(揲蓍)의 과정과 그 결과에 확률상의 불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설시(揲蓍)과정에서 제일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제 1변에서는 5 아니면 9가 나오고 제 2변과 제 3변에서는 4 아니면 8이 나오게 되는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경우와 9가 나올 경우의 확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제 2변과 제 3변에서 4와 8이 나올 확률은 각각 2/4로 같은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은 3/4이지만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어 불균형하다. 둘째,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이 3/4이고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므로,..

9-2. 설시(揲蓍)원리와 역(易)의 원리 및 사상(四象)과의 관계

1. 설시(揲蓍)원리와 역(易)의 원리 대연지수 50에서 태극을 상징하는 하나를 뺀 시초(서죽) 49가지로 설시를 하면 3변작용을 통하여 하나의 효가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태극 위에 놓이는 나머지 가지 수가 제 1변에서는 다섯(5) 아니면 아홉(9)이 나오고, 2변과 3변에서는 넷(4) 아니면 여덟(8)이 나오게 된다. 이는 결국 5·9·4·8의 네 가지 수가 셋씩 조합을 이루는 경우의 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수를 음양으로 바꾸는데, 5·9·4·8의 네 가지 수 가운데 4와 5는 작은 수에 해당하고 8과 9는 큰 수에 해당한다. 그래서 작은 수에 해당하는 4와 5는 양으로 바꾸고, 큰 수에 해당하는 8과 9는 음으로 바꾼다. 이렇게 하여 3변 과정을 도식화하면 우리가 앞서 살펴본 ..

9-1. 복서(卜筮)와 설시(揲蓍) : 설시법(揲蓍法)의 원리

1. 점(占)으로서의 복서(卜筮)와 설시(揲蓍)의 의의 1) 복서(卜筮)의 의의 『서경』「주서」‘홍범’ 가운데 일곱 번째에 있는 ‘계의’는 복서할 사람을 가려 세우고 이에 복서를 명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주석(註釋)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계(稽)는 상고(詳考)함이니,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복서(卜筮)하여 상고하는 것이다. 거북점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蓍草) 점을 서(筮)라고 한다. 시초와 거북은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하늘의 밝음을 이을 수 있으니, 복서(卜筮)하는 자 또한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게 한 뒤에야 시초와 거북의 뜻을 전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이러한 사람을 가려서 세운 뒤에야 복서하게 한다. 즉 의심나는 일을 상고할 때 지공무사한 사람을 선발하여 복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