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8

「역서(易序)」

「역서」는 주자(朱子)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나, 정자(程子)가 《주역》을 공부하는 후학들을 위해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문장에 함축된 뜻이 넓고 깊어 《주역》의 요지와 공부방법을 설명한 내용으로 문장이 수려하다. 독자들도 몇 번이고 읽어서 뜻을 파악하면 마음에 깊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易之爲書 卦爻彖象之義備而天地萬物之情이 見하니 역지의서 괘효단상지의비이천지만물지정 현 聖人之憂天下來世 其至矣로다. 성인지우천하래세 기지의 先天下而開其物하고 後天下而成其務라. 선천하이개기물 후천하이성기무 是故로 極其數하야 以定天下之象하며 시고 극기수 이정천하지상 著其象하야 以定天下之吉凶하니 저기상 이정천하지길흉 六十四卦와 三百八十四爻 皆所以順性命之理하며 盡變化之道也라. 육십사괘 삼백팔십사효 개소이순성명지리 진변화지도야..

「역전서(易傳序)」

※ 『역경(易經)』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과 정자(程子)의 주석서로서의 「역전(易傳)」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 하여 성인(聖人)의 글과 말씀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賢人)이 경(經)의 풀이한 글을 전(傳)이라 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역』은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384효사로 이루어진 『역경(易經)』과 이른바 공자의 십익으로 일컬어진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런데 유가에서 공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공자의 십익까지 경(經)으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경전(經典)으로서의 『주역』 혹은 『역경』에는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중지곤괘(重地坤卦) 문언전(文言傳)

文言曰 坤은 至柔而動也 剛하고 至靜而德方하니 문언왈 곤 지유이동야 강 지정이덕방 後得하야 主(利)而有常하며 含萬物而化 光하니 후득 주(리)이유상 함만물이화 광 坤道 其順乎인저. 承天而時行하나니라. 곤도 기순호 승천이시행 柔 : 부드러울 유 靜 : 고요할 정 문언전에 말하였다. 곤은 지극히 유순하되 움직임이 강하고, 지극히 고요하되 덕이 방정하니, 뒤에 하면 얻어서 이로움을 주장하여 떳떳함이 있으며, 만물을 머금어 화함이 빛나니, 곤의 도가 그 순한져! 하늘을 이어 때로 행한다. 「문언전」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만 있다. 이 문장은 중지곤괘 괘사를 다시 풀이한 내용이다. 지구의 운행을 생각해 보면, 이 지구는 지극히 유순하기에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싣고 생화하고 있지만, 실상 공전(公轉)하고 자전(自轉)하..

중천건괘(重天乾卦) 문언전(文言傳)

文言曰 元者는 善之長也오 亨者는 嘉之會也오 문언왈 원자 선지장야 형자 가지회야 利者는 義之和也오 貞者는 事之幹也니 이자 의지화야 정자 사지간야 君子 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군자 체인 족이장인 가회 족이합례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이물 족이화의 정고 족이간사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군자 행차사덕자 고 왈건원형이정 善 : 착할 선 嘉 : 아름다울 가 會 : 모일 회 幹 : 줄기 간(주장하다) 體 : 몸 체 足 : 족할 족 禮 : 예도 례 固 : 굳을 고 문언전에 말하였다. 원(元)은 착함의 어른이요 형(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요 이(利)는 의로움의 화함이요 정(貞)은 일의 줄기니, 군자가 어짊(인)을 체득함이 족히 사람을 기르며, 모임을 아름답게 함이 족히 예에 합하..

64. 화수미제(火水未濟)

괘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잃어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잘 판단하여 올바른 처신을 하도록 하라(辨物居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감수(坎水)☵로 되어 있는 괘를 ‘미제(未濟)’라고 한다. 내괘가 감수(坎水)☵로 험한 상황을 아직 건너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또한 64괘 가운데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든 효가 제자리를 잃은 유일한 괘이다. 대자연의 원리나 국가사회의 변화나 개개인의 인생사는 항상 기제(旣濟)와 미제(未濟)의 반복 순환이다. 내괘가 감수(坎水)☵로 험하나 외괘는 이화(離火)☲로 밝으니, 내괘를 건너 외괘로 넘어가야 한다. 주역 64괘가 수화기제괘가 아닌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마무리됨으로써, ‘마치면 곧 비롯함이 있는 것이 하늘의 운행(終則有始 天行)’..

63. 수화기제(水火旣濟)

괘의 모든 것이 해결되고 완결되어 마무리되었을 때 다음을 생각하는 군자는 항상 근심될 것을 생각하여 미리 예방하여야 한다(思患豫防).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기제(旣濟)’라고 한다. 모든 것이 이미 가지런하게 됐다는 뜻이다. 완결된 것이다. 기제괘(旣濟卦)는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든 효가 제자리를 얻은 유일한 괘이다. 모든 상황이 제자리를 찾아 정비가 완료된 상태이다. 그러나 위에는 물이요 아래는 불이니, 물불(水火)의 상호작용으로 완결된 기제(旣濟)의 상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주역(周易)》의 구조는 체계적이고 원리적이다. 상경(上經)이 산뢰이(山雷頤)·택풍대과(澤風大過)·중수감(重水坎)·중화리(重火離)로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이괘(頤卦)는..

62. 뇌산소과(雷山小過)

괘의 중부의 마음으로 처신하면 모든 일을 잘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조금 지나친 듯해야 할 상황도 있다. 공손함과 절약과 불우한 자에 대한 도움이 그것이다(行過乎恭).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소과(小過)’라고 한다. 산 위에 우레가 울리니 조금 지나치다는 뜻이고, 음(陰)이 넷 양(陽)이 둘로 음이 많은데다가 음이 양을 둘러싸고 있으니, 작은 것 즉 음(陰)이 지나치다는 뜻이다. 음(陰)이 지나치다는 소과괘(小過卦)가 하경(下經)을 마무리하는 화수미제(火水未濟)괘에 앞서 62번째에 있고, 상경(上經)을 마무리함에는 양(陽)이 지나치다는 택풍대과(澤風大過)괘가 중수감괘에 앞서 28번째에 있다. 상경은 양(陽)의 시대이니 양이 지나치다는 택풍대과괘..

61. 풍택중부(風澤中孚)

괘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정하게 돈독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올바르고 중정한 군자(정치인)라면 돈독한 마음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자라도 용서하고 덕으로 교화할 수 있는 덕행을 해야 된다(議獄緩死).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중부(中孚)’라고 한다. 가운데에 믿음이 충실한 상태라는 뜻이다. ‘부(孚)’자는 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돈독한 마음을 나타낸다. 연못 위에 바람이 부니, 바람 따라 물결이 파동을 일으킨다. 하늘에서 신명(申命)이 행하니 아래에서는 기뻐하며 따른다. 돈독한 믿음, 신앙(信仰)의 본 뜻을 밝히고 있다. 중수감(重水坎)괘에서 상효가 변하면 풍수환(風水渙)괘가 되고, 초효가 변하면 수택절(水澤節)괘가 되며..

60. 수택절(水澤節)

괘의 어떠한 재앙이 닥쳐도 적절한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하면 큰 탈이 없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평소에 각종 사회제도나 재난구호제도를 적절히 마련하고 민생을 위한 덕행을 의논하여야 한다(制度議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절(節)’이라 한다. 내괘의 연못에 외괘 물이 고여 있는데, 물을 잘 조절해야 넘치지 않고 또한 부족하지 않게 되듯이, 잘 조절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풍수환(風水渙)괘에서 물난리를 겪었으니 또다시 물난리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물을 잘 조절해야 한다. 민생(民生)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책이나 긴축정책 등을 통하여 나라의 경제를 잘 조절하여야 한다. 풍수환괘에서 언급하였듯이 수택절괘의 체는 상경 중수감(重水坎)괘에 있다. 중..

59. 풍수환(風水渙)

괘의 너무 기뻐하다 보면 중심을 잃고 흩어진다. 천하 백성을 모으기 위해서는 백성의 마음을 모으고 국가의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享帝立廟).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를 ‘환(渙)’이라 한다. 내괘 감수(坎水)☵ 물 위로 바람이 부니 물결이 출렁이며 만물이 흩어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만물이 흩어지듯이 백성이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환괘(渙卦)의 화두(話頭)이다. 나라의 백성이 마음을 두지 못하고 저마다 흩어질 때, 나라를 다스리는 인군으로서는 백성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앞서 살펴 본 뇌화풍(雷火豐)괘와 화산려(火山旅)괘가 상경(上經)의 중화리(重火離)괘와 밀접한 관계가 있듯이, 풍수환(風水渙)괘와 수택절(水澤節)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