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8

58. 중택태(重澤兌)

괘의 안에서 기뻐하고 밖에서도 기뻐하니 모두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기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기뻐서 들떠 있는 상황에서는 차분히 모여 함께 강습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다(朋友講習). 괘명 및 괘상 내괘가 태택(兌澤)☱, 외괘도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태(兌)’라 한다. 안과 밖으로 모두 기뻐한다는 뜻이다. 모두가 기뻐하면서 어려움을 잊고 있는 상이다. 중풍손(重風巽)괘에서 새로운 명이 베풀어지니 이에 모두가 기뻐하면서 새로운 명(命)과 질서를 익힌다.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데 있어서 백성의 노고는 매우 크다. 모든 백성이 그 노고(勞苦)를 잊을 정도로 고무진작(鼓舞振作)하여 백성을 기쁘게 한다. 서괘 「서괘전」은 중풍손괘 다음에 중택태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

57. 중풍손(重風巽)

괘의 약한 바람이라도 거듭하여 계속 불게 되면 천하 만물을 움직이게 된다. 겸손하고 겸손한 자세로 명을 펴서 일을 행하라(申命行事). 괘명과 괘상 외괘도 손풍(巽風)☴, 내괘도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손(巽)’괘라 한다. 인사적(人事的)으로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 겸손하고 겸손하며 일을 행하여 자기 명을 펴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이치로 보면 바람이 거듭하여 하늘의 명이 행하는 것이다. 바람이 거듭하면 만물이 흔들리며, 천하가 하늘의 명을 새로이 받게 된다. 뇌화풍(雷火豐)괘와 화산려(火山旅)괘에서 하늘이 심판을 하는 것은 과거의 죄를 처벌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새로이 하늘의 명을 편다. 손괘(巽卦)는 64괘 가운데 57번째에 있고 하경 27번째에 있어서 인사(人事)를 의미하는 하경을 마무리하..

56. 화산려(火山旅)

괘의 인간사회에서 상호간의 의견차이나 대립 그리고 사소한 범죄는 불가피할 경우가 있다. 때문에 죄인에 대한 형벌이나, 상대방에 대한 원망은 밝은 지혜로 삼가 신중해야 한다(明愼用刑).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여(旅)’괘라 한다. 여행한다는 의미이다. 인생은 나그네이다. 우주나그네라고 할까. 그러나 인생 여행이라는 것은 정처(定處) 없는 배회(徘徊)가 아니다. 내괘 간산☶으로 그쳐 있으면서 외괘 이화☲로 걸려있으니, 마치 태양을 중심으로 태양계의 항성이 일정한 궤도를 따라 도는 것과도 같다. 또한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보든 별들이 선회하는 것과도 같다. 여괘(旅卦)가 지닌 보다 분명한 의의는 형벌(刑罰)의 일종인 유배(流配)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5. 뇌화풍(雷火豐)

괘의 안으로는 공경하는 마음과 밖으로는 의로움이 겸비될 때 진정한 덕(德)으로 세상을 교화할 수 있다. 하늘도 만물을 어진 덕으로 생화하지만 숙살지기로 결실을 거두듯이, 국가를 유지하고 사회의 원만한 질서를 위해서는 때로는 엄격한 징벌이 필요하다(折獄致刑).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풍(豐)’이라 한다. 내괘는 불이요, 외괘는 우레이다. 뇌화풍(雷火豐)괘와 다음의 화산려(火山旅)괘는 상경(上經)의 화뢰서합(火雷噬嗑)괘·산화비(山火賁)괘와 더불어 형벌(刑罰)을 의미한다. 특히 화뢰서합괘와 뇌화풍괘는 형벌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다. 즉 화뢰서합괘에서는 ‘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고(明罰勅法)’, 뇌화풍괘에서는 ‘옥을 판단하고 형벌을 이루는(折獄致刑)’ 것이다...

54. 뇌택귀매(雷澤歸妹)

괘의 만상이 변화하여 무상한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진정한 영원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세계의 영원함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실세계는 항상 변하고 있다. 또한 동등한 사회적 관계가 있는 반면에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도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직면하여 대처해 나가는 군자가 되어야 한다(永終知敝).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귀매(歸妹)’라 한다. 글자 그대로 보면 누이동생을 시집보낸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점괘(漸卦)와 귀매괘(歸妹卦)는 여자가 혼인하는 것으로 그 뜻을 취하였는데, 점괘(漸卦)는 정상적인 부부의 예로 설명한 것이라면, 귀매괘(歸妹卦)는 비정상적인 남녀의 만남을 뜻한다. 바른 예로 만나면 가히 모범이 되지만, ..

53. 풍산점(風山漸)

괘의 산 위에 바람이 부니 나무가 산들산들 흔들리며 아름다운 풍광을 드러내고, 간괘(艮卦)에서 도탑게 그치니 하늘에서 명을 내린다. 큰 산처럼 두터운 덕을 쌓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라(居德善俗).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점(漸)’이라 한다. 차츰차츰 나아간다는 뜻으로, 절도에 맞게 질서 있게 나아간다. 중산간(重山艮)괘에서 도탑게 그치고 나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 된다. 천천히 기혈(氣穴)을 풀면서 서서히 움직여야 한다. 깨우친다는 것은 천하의 연고에 통하는 것이고, 천하의 연고에 통한 군자(君子)의 사업은 천하 백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속세를 벗어나 천하의 연고에 통하나, 통해서는 다시 속세로 돌아와 백성을 구제하고 사회를 ..

52. 중산간(重山艮)

괘의 중뢰진괘와 같이 세상사의 번잡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존재의 의미를 반추하고 삶의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고요함이 있어야 한다. 세상사를 잊고 조용히 그쳐 영혼을 관조하라(無思無爲).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도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간(艮)’이라 한다. 안에서 그치고 밖으로도 그친다. 중뢰진(重雷震)은 강력한 움직임으로 지진이라는 재앙이 일어나는데, 중산간(重山艮)괘는 모든 움직임을 그치고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함도 없는 평정(平靜)의 세계이다. 중산간괘는 수양방법론과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산간괘가 육체(肉體)의 평정(平靜)을 이루는 수양을 의미한다면, 상경(上經)의 풍지관(風地觀)괘는 육체의 그침으로 일어나는 정신계(精神界)의 작용을 설명하고 있는 괘이..

51. 중뢰진(重雷震)

괘의 인생의 의미를 바로 알고(正位) 천명을 굳게 응집하여(凝命) 천지의 급격한 변화에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근신하고 스스로를 돌이켜 반성하며 수양하라(恐懼修省).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도 진뢰(震雷)☳로 우레가 거듭된 상을 ‘중뢰(重雷)’라 하고 괘명을 ‘진(震)’이라 한다. 그야말로 안팎으로 우레가 거듭하여 진동하는 상이다. 앞의 화풍정(火風鼎)괘에서 위를 바르게 하여(正位) 명을 응결시키는 것(凝命)은 우레가 거듭하매 혼비백산(魂飛魄散)하는 위험을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진(地震)의 대재앙이다. 인간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다.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서괘 「서괘전」은 화풍정괘 다음에 중뢰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主器者 莫若長..

50. 화풍정(火風鼎)

괘의 새로운 시대에 명을 베풀어 새로운 사회적 기틀을 만들어가는 데는 각자의 자리와 역할을 바르게 하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正位凝命).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정(鼎)’이라 한다. 화풍정(火風鼎)괘는 솥의 형상을 바탕으로 그 기운의 양상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먹을 밥을 짓기 위해서는 솥에 물과 쌀을 넣고 불을 지펴서 익혀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솥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에 맡게 사회의 모든 요소를 불로 담금질하여 익혀야 한다. 인간이 새로운 명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세를 바로 하고 하늘로부터 받은 명을 잘 응결하여야 한다. 택화혁(澤火革)괘의 혁명(革命)은 화풍정(火風鼎)괘..

49. 택화혁(澤火革)

괘의 제도를 개혁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때에는 대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밝게 고쳐야 한다(治歷明時).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혁(革)’이라 한다. 바꾼다․고친다․개혁한다는 뜻이다. 연못 속에 불이 있어 기존의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앞서 수풍정(水風井)괘에서는 ‘읍(邑)은 고치되 우물은 고치지 않는다’고 하여 민생(民生)의 근본인 우물의 원리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러면 읍(邑)을 어떻게 고치는가? 나라의 정치제도나 사회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가를 바로 혁괘(革卦)에서 다루고 있다. 서괘 「서괘전」은 수풍정괘 다음에 택화혁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井道 不可不革이라 故로 受之以革하고 정도 불가불혁 고 수지이혁 우물의 도는 가히 고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