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8

18. 산풍고(山風蠱)

괘의 집안에서나 사회에서나 모든 일은 앞서 행한 사람(조상․선배․선임자)들의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니, 백성을 진작시키고 덕을 길러 일의 마침과 비롯함을 신중하게 하라(振民育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고(蠱)’라고 한다. 산 아래에 바람이 불어오니 일이 생긴 것이다. 일은 항상 시작할 때와 마칠 때가 중요하다. 마치는 것은 선대(先代)의 일이요, 시작하는 것은 당대(當代)의 일이다. 당대의 일을 시작함에 선대의 일을 이어받아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는 선대(先代)로부터 면면하게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집안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서괘 「서괘전」은 택뢰수괘 다음에 산풍고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7. 택뢰수(澤雷隨)

괘의 즐거운 마음으로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뒤에는 그동안의 과정을 돌이키면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라(嚮晦宴息). 괘명과 괘상 외괘가 태택(兌澤)☱, 내괘가 진뢰(震雷)☳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수(隨)’라고 한다. ‘수(隨)’는 따르는 것이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구오 왕을 중심으로 따른다. 연못 속에 진동이 일어나면 물결이 일면서 사방에 퍼지듯이, 모두가 지도자의 뜻에 따른다. 내괘가 진☳이니 온 종일 일을 하다가, 외괘가 태☱니 저녁에 잔치를 벌이며 위로하는 상이기도 하다. 서괘 「서괘전」은 뇌지예괘 다음에 택뢰수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豫必有隨라 故로 受之以隨하고 예필유수 고 수지이수 즐거움에는 반드시 따름이 있다. 그러므로 수괘로 받고 모두가 즐겁게 화합을 이루면 한 마..

16. 뇌지예(雷地豫)

괘의 인생을 겸손하게 살면서도 예악을 즐기고 덕을 숭상하면서 하느님과 조상에 대한 경배를 잊지 말라(作樂崇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를 ‘예(豫)’라고 한다. ‘예(豫)’는 즐거운 것이고,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우레가 땅 위로 떨쳐 나오니 자연의 소리가 널리 퍼지고, 음악의 즐거운 소리가 사방에 퍼져 나간다. 또한 초목이 땅 위로 솟아나오니,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의미도 있다. 뇌지예(雷地豫)괘는 일양오음(一陽五陰)괘로 중지곤(重地坤)에 체를 둔 것이다. 중지곤괘 육사효가 변하면 뇌지예가 되니, 곤괘(坤卦) 육사효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六四는 括囊이면 无咎며 无譽리라. 육사는 주머니를 매면 허물이 없으며 명예도 없을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

15. 지산겸(地山謙)

괘의 후덕한 산이 땅 아래에 있듯이 부유함을 덜어서 가난함에 보태어 사회의 형평을 유지하고, 상황을 잘 판단하여 공평하게 베풀어라(稱物平施).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간산(艮山)☶으로 이루어진 괘를 ‘겸(謙)’이라 한다. 땅 위에 있어야 할 높은 산이 오히려 땅 아래에 있으니,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상이다. 비․바람 등의 자연현상이 지나치면 재앙을 가져오게 되지만 순하면 만물의 생화작용이 편안하게 이루어진다. 마찬가지로 세상사도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우면 시기와 질투를 받고 때로는 해로움도 당하지만,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게 하면 만인이 좋아하고 따르게 된다. 지산겸괘는 일양오음(一陽五陰)괘로 그 체(體)는 중지곤(重地坤)괘에 있다. 중지곤괘 육삼효가 변하면 지삼겸괘가 되니, 곤괘..

14. 화천대유(火天大有)

괘의 태양이 하늘 위로 솟아 천하를 비추듯이 악함을 막고 선함을 드날려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르라(順天休命).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되어 있는 괘를 ‘대유(大有)’라 한다. 하늘 위에 해가 솟아올라 만물을 비추듯이 천하에 큰 것을 두었다. 중천건(重天乾)괘 구오효가 변하면 화천대유괘가 되니 구오 대인이 천하를 잘 다스리는 상이다. 중천건괘 구오효사를 다시 음미해 보자. 九五는 飛龍在天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오는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서괘 「서괘전」은 천화동인괘 다음에 화천대유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與人同者는 物必歸焉이라 故로 受之以大有하고 여인동자 물필귀언 고 수지이대유 사람과 더불어 같이 하는 자에게는 물건이 반드시..

13. 천화동인(天火同人)

괘의 하늘 아래에 태양이 만물을 비추듯이, 천하가 문명하여 함께 하면서도 각각 저마다의 성질과 특성을 헤아리고 상황을 잘 판단하라(類族辨物).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이화(離火)☲로 구성된 괘의 이름을 ‘동인(同人)’이라 한다. 하늘 아래에 태양이 비추듯이 모두가 만나 함께 한다는 뜻이다. 소인이 득세하던 비색한 세상이 지나갔으니, 저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만나 일을 도모한다. 동인(同人)괘는 일음오양(一陰五陽)괘로 그 체(體)는 중천건(重天乾)괘에 있다. 중천건괘 구이효사를 음미해 보자. 九二는 見龍在田이니 利見大人이니라. 구이는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롭다. 서괘 「서괘전」에서는 천지비괘 다음에 천화동인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以終否..

12. 천지비(天地否)

괘의 태평한 시대가 지나가고 어렵고 비색한 때가 오면, 어지러운 세태에 영합하여 부를 누리지 말고 어려움을 피하라(儉德辟難).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비(否)’라고 한다. 하늘 기운은 위에만 있고(天氣在上) 땅의 기운은 아래에만 있으니(地氣在下), 천기와 지기가 교류하지 못하고(天地不通) 막혀있어 비색하다는 뜻이다. 정치․사회현실에 있어서도 위와 아래, 정치인과 국민, 경영자와 근로자가 서로 소통이 안 되고 막혀 있으니 비색한 상황이다. 서괘 「서괘전」은 지천태괘 다음에 천지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泰者는 通也니 物不可以終通이라 故로 受之以否하고 태자 통야 물불가이종통 고 수지이비 태(泰)란 통함이니, 물건이 가히 끝까지 통하..

11. 지천태(地天泰)

괘의 천기와 지기가 잘 교류하여 천하가 태평하듯이,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여 국가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라(輔相天地).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태(泰)’라고 한다. 사회가 태평하고 기운이 잘 소통됨을 의미한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지만, 천지기운이 교류하여 조화된다는 면에서 보면, 하늘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오고(天氣下降) 땅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서(地氣上昇) 천기와 지기가 잘 교류하여 태평한 세상을 이루게 된다. 사회적 양상도 마찬가지이다. 통치자와 백성이 서로의 기운을 잘 소통하여 사회가 안정되고 있는 양상이다. 아래에 있어야 할 백성의 기운이 위에 올라가 있고, 위에 있어야 할 통치자의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있..

10. 천택리(天澤履)

괘의 밟아 온 이력과 역사를 보아 백성의 뜻을 잘 분별하여 정하라(辯定民志). 괘명과 괘상 외괘는 건천(乾天)☰, 내괘는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이(履)’괘라고 한다. 밟아가는 것, 밟아 온 이력(履歷)을 말한다. 첫 번째인 중천건(重天乾)괘로부터 시작해 열 번째인 천택리(天澤履)괘에 이르기까지가 거대한 대하드라마이다. 천지창조가 이루어지고 만물이 처음 생하면서 어렵고 몽매하고 기다리고 다투고 전쟁하고 만국을 세워 도와 나가고 문명을 쌓아가는 것이 인류 역사의 큰 줄거리가 된다. 그 밟아 온 이력을 ‘천택리’괘에서 돌아보는 것이다. 천간(天干)이 갑(甲)에서 시작하여 열 번째 계(癸)에서 끝나는 것과 같다. 인생사, 사회사, 인류사가 다 이러한 과정으로 역사(歷史)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

9. 풍천소축(風天小畜)

괘의 문명과 문화를 아름답게 하고 덕을 길러라(懿文畜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는 건천(乾天)☰으로 되어 있는 괘의 이름을 ‘소축(小畜)’이라 한다. 내괘의 하늘☰ 위에 바람☴이 불듯이, 육사 음(陰)이 다섯 양(陽)을 쌓아간다는 뜻이다. ‘수뢰둔’괘에서 어렵게 시작된 경륜이 ‘수지비’괘에서 드디어 전쟁의 참화를 끝내고 만국을 세우게 되었으니, 이제 아름다운 문명과 문화의 덕을 조금씩 쌓아나가는 것이다. 파괴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문명을 쌓아나가는 것은 차츰차츰 조금씩 쌓아 나가야 한다. 서괘 「서괘전」은 수지비괘 다음에 풍천소축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比者는 比也니 比必有所畜이라 故로 受之以小畜하고 비자 비야 비필유소축 고 수지이소축 비(比)라는 것은 도움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