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32. 뇌풍항(雷風恒)

돈호인 2020. 10. 30. 19:50

 

 

괘의

사랑은 서로가 만들어나가야 할 책임이다. 신중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세웠으면 함부로 바꾸지 말고 뜻을 이뤄라(立不易方).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손풍(巽風)으로 이루어진 괘를 ()괘라 한다. 택산함(澤山咸)괘에서 소녀(小女)와 소남(小男)이 만나 교합을 하니, 부부(夫婦)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항구하게 같이 살아간다. 백년해로를 다짐하고 사랑과 책임으로 뜻을 이루는 부부(夫婦)의 도이다. 외괘가 진장남(長男)이고 내괘가 손장녀(長女)이니, 장남과 장녀는 부모의 뜻을 이어 집안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한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어떠한 일에 종사하든,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는 많은 동요(動搖)와 풍파(風波)가 있지만, 어떠한 어려움도 슬기롭게 극복하여 원래 세웠던 뜻과 목표를 항구한 덕으로 이루어야 한다.

  우주의 변화를 선천팔괘원도(先天八卦圓圖)에서 살펴보면, ()괘는 일양시생(一陽始生)하고 손()괘는 일음시생(一陰始生)하는 자리로 지구의 자전축을 이루고 있다. 또한 후천팔괘방위원도(後天八卦方位圓圖)에서는 진()은 동방이요 손()은 동남방으로 나란히 거하고 있다.

서괘

서괘전은 택산함괘 다음에 뇌풍항괘가 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夫婦之道 不可以不久也라 故로 受之以恒하고

부부지도 불가이불구야    고    수지이항

부부의 도는 가히 오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항괘로써 받고

 

천지가 그 도를 항구하게 하니 만물이 생화하여 오랜 세월을 천지의 품에서 살아가듯이, 부부의 도가 항구해야 자식이 그 부모 품에서 잘 자라고 화목한 가정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함괘 다음에 항괘를 두었다.

 

괘사

恒은 亨하야 无咎하니 利貞하니 利有攸往하니라.

항    형       무구      이정       이유유왕

항(恒)은 형통해서 허물이 없으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恒:항상 항

 

부부가 만나 항구하게 사는 것은 형통한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동요(動搖)와 풍파(風波)가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바르게 해야 이롭다. 또한 부부의 도를 갖추어 가정을 꾸려나가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恒은 久也니 剛上而柔下하고 雷風이 相與하고

단왈 항    구야   강상이유하       뇌풍    상여

巽而動하고 剛柔 皆應이 恒이니

손이동      강유  개응    항

恒亨无咎利貞은 久於其道也니 天地之道 恒久而不已也니라.

항형무구이정    구어기도야    천지지도 항구이불이야

利有攸往은 終則有始也일새니라.

이유유왕    종즉유시야

日月이 得天而能久照하며 四時 變化而能久成하며

일월    득천이능구조      사시 변화이능구성

聖人이 久於其道而天下 化成하나니

성인    구어기도이천하 화성

觀其所恒而天地萬物之情을 可見矣리라.

관기소항이천지만물지정    가견의

단전에 말하였다. “항(恒)은 오래함이니, 강이 올라가며 유가 내려오고, 우레와 바람이 서로 더불고, 겸손해서 움직이고, 강과 유가 다 응하는 것이 항(恒)이니, ‘항이 형통해서 허물이 없어서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것은 그 도에 오래함이니, 하늘과 땅의 도가 항구하여 그치지 않는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는 것은 마치면 곧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해와 달이 하늘을 얻어서 능히 오래 비추며, 사시가 변화해서 능히 오래 이루며, 성인이 그 도에 오래해서 천하가 화하여 이루니, 그 항상한 바를 보아서 천지만물의 실정을 가히 볼 수 있을 것이다.”

久:오랠 구   皆:다 개   已:그칠 이   終:마칠 종   始:비롯할 시   照:비출 조

 

  항()은 오래하는 것이다. 뇌풍항괘는 택산함괘와 마찬가지로 삼음삼양(三陰三陽)괘로 그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에 있다. 태평한 세상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지천태괘에서 초구 양이 위로 올라가고 육사 음이 아래로 내려와 자리를 바꾸면, 외괘가 진뢰로 되고 내괘가 손풍이 되어 우레와 바람이 서로 더불게 되고, 괘덕은 손()으로 겸손하고 진()으로 움직이는 상이 된다. 또한 함괘(咸卦)와 같이 항괘(恒卦)는 초효부터 상효에 이르기까지 모두 강과 유가 서로 잘 응하고 있다.

  ‘항구함이 형통해서 허물이 없어서 바르게 함이 이롭다는 것은 자연의 도에 오래하는 것이니, 천지(天地)의 도를 보건대 항구해서 그침이 없다. 가는 바를 둠이 이롭다는 것은 청춘남녀가 만나 부부의 도를 이루면 홀로의 삶은 마치지만 다시 부부와 가정의 도가 시작되듯이, 자연사나 인간사가 모두 마치면 다시 시작된다.

  해와 달은 항구한 하늘을 얻었기 때문에 오래 천하를 비출 수 있으며, 춘하추동 사시가 변화함에 만물의 생화작용이 항구하게 이루어진다. 또한 성인이 자연의 도를 본받은 항구한 도에 오래해서 천하 백성을 화하여 이루니, 그 항상한 도를 보면 천지만물의 실정을 가히 볼 수 있다. 《중용》 12장의 다음 문장을 음미해보자.

 

君子之道는 造端乎夫婦니 及其至也하여는 察乎天地니라

군자의 도는 단서가 부부에게서 시작되니, 그 지극함에 미쳐서는 천지에 밝게 드러난다.

 

괘상사

象曰 雷風이 恒이니 君子 以하야 立不易方하나니라.

상왈 뇌풍    항      군자 이       입불역방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바람이 항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서서 방소를 바꾸지 않는다.”

立:설 립   易:바꿀 역   方:방소 방

 

우레와 바람은 만물을 생화하는 자연의 항상한 변화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선천팔괘방위에 있어 진뢰와 손풍은 양이 시작하고 음이 시작하는 항상한 자리로 지축(地軸)을 이루고 있다. 또한 문왕팔괘방위에 있어 동방과 동남방으로 사계절중 봄의 계절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원리에 입각하여 군자는 한번 뜻을 세우면 방소(方所)를 바꾸지 않는다. ()를 항구하게 함을 말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浚恒이라 貞하야 凶하니 无攸利하니라.

초륙    준항      정       흉       무유리

초육은 항상함을 판다. 고집해서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浚:깊을 준·팔 준·빼앗을 준   攸:바 유

 

초육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바르지 못하고 중을 얻지 못하였다. 또한 구사가 양으로 초육 음과 잘 응하지만, 구사 역시 음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바르지 못하고 중을 얻지 못한 상태이다. 외괘에 있는 구사 양은 초육 음을 버리고 진으로 발동하여 망령되게 외도(外道)를 하고 있는데, 초육 음은 내괘 손에서 손순하게 마냥 구사만을 믿고 있다. 그렇게 고집하면 구사의 외도에 초육이 흉하게 되니 이로울 바가 없다. 항상한 부부의 도, 항상한 성인의 도, 항상한 자연의 도는 적절한 상호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관계가 성숙되기 전에 처음부터 무턱대고 항상함을 고집하면 오히려 위태롭게 된다. , 처음부터 너무 깊은 것을 구하면 적절하고 항상한 도를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象曰 浚恒之凶은 始애 求深也일새라.

상왈 준항지흉    시    구심야

상전에 말하였다. “항상함을 파서 흉함은 시작함에 깊은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深:깊을 심

 

九二는 悔 亡하리라.

구이    회 망

구이는 뉘우침이 없어질 것이다.

 

구이는 음자리에 양으로 자리는 마땅하지 않으나, 내괘의 중을 지키고 있다. 또한 외괘의 육오 음과 잘 응하고 있다. 구이가 변하면 내괘가 간산(艮山)이 되니 손순하게 중에 그쳐(艮爲止) 항상하게 중도를 지키는 상이다. 살아가면서 온갖 풍파가 있어도 능히 중()을 항구하게 지키니 뉘우침이 없어진다.

 

象曰 九二悔亡은 能久中也라.

상왈 구이회망   능구중야

상전에 말하였다. “구이의 뉘우침이 없어지는 것은 능히 중에 오래하기 때문이다.”

 

九三은 不恒其德이라 或承之羞니 貞이면 吝하리라.

구삼    불항기덕      혹승지수    정       인

구삼은 그 덕에 항상하지 않다. 혹 부끄러움을 이으니 고집하면 인색할 것이다.

承:이을 승   羞:나아갈 수·드릴 수·부끄러울 수

 

구삼은 내괘 손()의 손순한 괘체에 있으나, 중을 얻지 못하였고 양자리에 양으로 강하기만 하다. 중도를 지키지 못하여 덕을 항상하게 하지 못하니, 혹 부끄러운 일을 자초하게 된다. 그렇게 고집해 나가면 인색하게 되어 어느 누구도 용납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가 있다.

 

象曰 不恒其德하니 无所容也로다.

상왈 불항기덕      무소용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덕에 항상하지 않으니 용납할 바가 없도다.”

 

九四는 田无禽이라.

구사    전무금

구사는 밭에 새가 없다.

禽:날짐승 금

 

구사는 외괘 진()에 처하여 음자리에 양으로 있으며, 중도 얻지 못하여 망동(妄動)하고 있는 상태이다. 초육은 하염없이 구사만 믿지만, 구사 양은 정처 없이 외도(外道)만 일삼는 격이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만 하니 어딜 가든 결실을 거두지 못한다. 물론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지도 못하니, 마치 밭에 곡식이 없어 새도 얼씬거리지 않는 격이다.

 

象曰 久非其位어니 安得禽也리오.

상왈 구비기위       안득금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자리가 아닌데 오래하니, 어찌 새를 얻겠는가?”

安:어찌 안

 

六五는 恒其德이면 貞하니 婦人은 吉코 夫子는 凶하니라.

육오    항기덕       정      부인    길    부자    흉

육오는 그 덕에 항상하면 바르니, 부인은 길하고 남편은 흉하다.

 

  육오는 자리는 부당하나 외괘에서 중()을 얻어 덕을 항상하게 하니 바른 상이다. 아내의 경우는 일부종사(一夫從事)하듯이 항구하게 한 남편을 좇아서 가정을 이루니 길하다. 하지만 남편은 가정 일이나 사회 일에 있어 의리(義理)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모든 일에 부인이 하는 대로 좇아가기만 하면 흉하게 된다.

  육오가 변하면 음이 양으로 바뀌어 지괘(之卦)가 상경(上經)의 택풍대과(澤風大過)괘로 되는데, 대과괘 구오효사에서는 늙은 지어미가 젊은 남자를 얻으니 허물이 없으나 명예도 없다고 하였다. 이 내용과 관련하여 항괘(恒卦) 육오 효사를 보면, 부인은 젊은 사내를 얻었으니 길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여자와 결혼하여 부인이 하는 대로 복종하다시피 하니 흉하게 됨을 알 수 있다.

 

澤風大過

九五는 枯楊이 生華하며 老婦 得其士夫니 无咎나 无譽리라.

구오는 마른 버들이 꽃을 피우며 늙은 지어미가 그 사부(젊은 남자)를 얻으니, 허물이 없으나 명예도 없을 것이다.

 

象曰 婦人은 貞吉하니 從一而終也일새오 夫子는 制義어늘 從婦하면 凶也라.

상왈 부인    정길       종일이종야         부자    제의       종부      흉야

상전에 말하였다. “부인은 바르게 해서 길하니 하나를 좇아서 마치기 때문이요, 남편은 의리를 짓거늘 부인을 좇으면 흉하다.”

 

上六은 振恒이니 凶하니라.

상륙    진항       흉

상육은 항상함을 떨치니 흉하다.

振:떨칠 진

 

상육은 자리는 마땅하나 중을 얻지 못하였고 외괘 진뢰(震雷)의 극에 처하여 망동하니, 항상함을 떨쳐버린 상태이다. 마치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부부가 이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象曰 振恒在上하니 大无功也로다.

상왈 진항재상       대무공야

상전에 말하였다. “항상함을 떨침이 위에 있으니 크게 공이 없도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39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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