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35. 화지진(火地晉)

돈호인 2020. 10. 31. 17:27

 

괘의

땅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듯이, 일이 잘 풀려 나갈 때일수록 스스로의 밝은 덕을 더욱 잘 밝혀라(自昭明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이화(離火),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를 ()이라 한다. 땅 위에 해가 솟아오르듯이, 앞으로 나아가고 위로 올라간다는 뜻이다. 승진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과 인생의 과정이 전성기의 한 복판에 있다.

 

서괘

서괘전은 뇌천대장괘 다음에 화지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不可以終壯이라 故로 受之以晉하고

물불가이종장      고    수지이진

물건이 가히 끝까지 씩씩하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진으로써 받고

 

대장괘는 크게 강장(强壯)한 것이다. 모든 상황이 강장(强壯)하기만 할 수 없고, 강장하면 그 힘으로 나아가게 된다. 때문에 나아간다는 진괘(晉卦)을 대장괘 다음에 둔 것이다.

 

괘사

晉은 康侯를 用錫馬蕃庶하고 晝日三接이로다.

진    강후    용석마번서      주일삼접

진(晉)은 나라를 편안케 하는 제후를 말을 많이 주고 하룻날에 세 번 만나도다.

晉:나아갈 진   康:편안할 강   侯:제후 후   錫:줄 석   蕃:많을 번  庶:여러 서   接:사귈 접·접할 접·대접할 접

 

땅 위에 해가 솟아 밝은 세상이 되니, 나라가 편안한 상태이다. 이렇게 나라가 편안한 것은 각 지방을 다스리는 제후(諸侯)가 정치를 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군이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제후에게 상을 여러 번 내린다. 말을 준다는 것은 포상(褒賞)하는 것이다. 공을 쌓을 때마다 공을 세운 공직자(公職)에게 포상을 한다. 또한 하루에 세 번이라도 자주 만나서 공을 치하하고, 나라 일을 함께 도모한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晉은 進也니 明出地上하야 順而麗乎大明하고 柔進而上行이라.

단왈 진   진야    명출지상       순이리호대명       유진이상행

是以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也라.

시이강후용석마번서주일삼접야

단전에 말하였다. “진(晉)은 나아가는 것이니, 밝음이 땅 위로 나와서, 순해서 크게 밝은 데에 걸리고, 유(柔)가 나아가 위로 행한다. 이로써 나라를 편안케 하는 제후를 말을 많이 주고 하룻날에 세 번 만나는 것이다.”

進:나아갈 진   麗:걸릴 리·고울 려

 

  진()은 나아가는 것이다. 괘상을 보면 이화(離火)의 밝음이 곤지(坤地)땅 위에 나와 있고, 괘덕을 보면 내괘 곤지로 순하고 외괘 이화로 큰 밝음이 걸려있는 상이다. 진괘(晉卦)의 인군자리는 육오효가 되는데, 부드러운 음이 나아가서 위로 행하여 외괘의 중()에 있어 나라를 다스리는 인군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柔進而上行은 괘변(卦變)의 정황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는 풍지관(風地觀)괘에서 육사가 나아가 위로 올라가 구오와 자리를 바꾸어 화지진(火地晉)괘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풍지관괘에서 천하를 잘 살펴보고 인재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겨 그 공을 자주 치하하니, 이로써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제후에게 말을 많이 주고 하룻날에 세 번 만나는 것이다.

괘상사

象曰 明出地上이 晉이니 君子 以하야 自昭明德하나니라.

상왈 명출지상    진      군자 이       자소명덕

상전에 말하였다. “밝음이 땅 위에 나온 것이 진(晉)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스스로 밝은 덕을 밝힌다.”

昭:밝을 소

 

  밝음이 땅 위로 솟아올라 밝게 비추는 것이 진괘(晉卦)의 상이다. 군자는 이러한 상을 본받아 스스로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성(天性)의 밝은 덕을 밝힌다. 자연의 이치를 본받아 행하는 것이 군자의 덕이다. 《대학(大學)》의 삼강령(三綱領)을 음미해 보자.

 

大學之道는 在明明德하며 在親(新)民하며 在止於至善하니라.

대인이 되는 학문인 대학의 도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밝은 덕을 밝히는데 있고, 백성을 가까이 하여 새롭게 하는 데 있으며, 지극히 착한 데에 그침에 있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晉如摧如애 貞이면 吉하고 罔孚라도 裕면 无咎리라.

초륙    진여최여    정      길       망부       유    무구

초육은 나아가는 듯 꺾이는 듯함에 바르게 하면 길하고, 믿음이 없더라도 넉넉하게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摧:꺾을 최   罔:없을 망·그물 망   裕:넉넉할 유

 

  초육은 내괘 곤지(坤地)의 맨 아래에 있어 백성의 자리이다. 초육이 변하면 진뢰(震雷)가 되어 나아가는 듯하지만, 내호괘가 간산(艮山)이니 나아가는 것이 그치고 꺾이는 듯하다. 뜻을 세워 나아가다가도 때로는 뜻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록 구사가 응하고 있지만, 진괘(晉卦)에서는 모두가 위로 오르려고 하여 아래를 돌보지 않으니 구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어느 누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란 결국 홀로 바름을 행하여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바르게 하면 길하다.

  비록 위에서 인군이 알아주지 못하여 믿음을 주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바르게 행하면 허물이 없다. 인군이 알아주지 않고 믿음을 주지 않으니, 아직 명()을 받아 일을 할 단계는 아니다.

 

象曰 晉如摧如는 獨行正也오 裕无咎는 未受命也일새라.

상왈 진여최여    독행정야    유무구    미수명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아가는 듯 꺾이는 듯함은 홀로 바름을 행하는 것이고, 넉넉하게 하여 허물이 없음은 명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六二는 晉如 愁如나 貞이면 吉하리니 受玆介福于其王母리라.

육이   진여  수여    정      길          수자개복우기왕모

육이는 나아가는 듯 근심하는 듯하나 바르게 하면 길할 것이니, 이 큰 복을 그 왕모로부터 받을 것이다.

愁:근심 수   玆:이 자   介:클 개

 

육이는 내괘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모두가 나아가는 상황이니 중정한 육이도 더불어 나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응하고 있는 육오 인군이 같은 음()이고, 또한 내호괘가 간산(艮山)이니 나아가지 못하는 근심이 있게 된다. 또한 육이가 변하면 감수(坎水)가 되니 나아가지 못하여 근심이 된다. 그러나 중정한 상황에 있으니 바르게 하면 길해서, 결국은 육오의 왕모(王母)가 알아보고 큰 복을 내리게 된다. 오효 인군이 음()이기 때문에 왕모(王母)라고 하였다.

 

象曰 受玆介福은 以中正也라.

상왈 수자개복   이중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이 큰 복을 받음은 가운데하고 바르기 때문이다.”

 

六三은 衆允이라 悔 亡하니라.

육삼    중윤      회 망

육삼은 무리가 믿는다. 뉘우침이 없어진다.

衆:무리 중   允:믿을 윤·진실로 윤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고 중도 얻지 못하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이다. 그러나 아래에 있는 초육과 육이의 무리가 육삼을 믿고 따르니, 나아가지 못하는 뉘우침이 없어지고 위로 올라가게 된다. 육삼은 사실 위로 나아갈 자격과 상황이 못 되지만, 밑에 있는 초육과 육이의 성원을 받아 올라가는 것이다. 예컨대 회사로 보면 육삼은 과장이나 부장에 해당하는 데 스스로가 잘해서 승진하는 것보다는 아래에 있는 부원들의 도움으로 승진하는 것을 말한다.

 

象曰 衆允之志는 上行也라.

상왈 중윤지지    상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무리가 믿는 뜻은 위로 가는 것이다.”

 

九四는 晉如 鼫鼠니 貞이면 厲하리라.

구사    진여 석서    정      려

구사는 나아가는 것이 다람쥐와 같으니, 고집하면 위태할 것이다.

鼫:석서(다람쥐) 석   鼠:쥐 서

 

구사는 외괘 이화(離火)에 있으나, 외호괘 감수(坎水)에 처하여 있다. 또한 중을 얻지 못했고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자리가 바르지 못하다. 구사는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어도 외호괘 감수의 가운데 빠져 있어,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것이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 돌듯이 한다. 이는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음을 의미하니, 더 나아가는 것, 승진을 고집하게 되면 오히려 위태롭게 된다. 회사로 보면 고위관리직이요, 정부로 치면 실장 차관 등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象曰 鼫鼠貞厲는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석서정려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다람쥐가 고집해서 위태로운 것은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六五는 悔 亡하란대 失得을 勿恤이니 往애 吉하야 无不利리라.

육오    회 망         실득    물휼       왕    길      무불리

육오는 뉘우침이 없어질 것인데 잃고 얻음을 근심하지 말 것이니, 감에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恤:근심할 휼

 

  육오는 외괘에서 중을 지키고 있으나,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약하기 때문에 전체를 다스리기에는 힘겨운 상태이다. 때문에 땅 위에 솟아 천하를 밝게 비추는 일을 하기에 역부족(力不足)이라는 뉘우침이 있지만, 중도로 행하기에 그러한 후회는 없어진다. 왕으로서는 잃고 얻음을 헤아려 근심할 필요가 없고, 공정하게 중도(中道)로 행하면 된다.

  천하 백성이 자기 자질과 역량에 따라 승진하고 나아가는 것이니, 왕 자신도 사사로운 이익의 잃고 얻음에 근심할 것 없이 중도로 가면 길해서 이롭게 된다. 육오는 인군의 자리이니, 육오 왕이 이로운 것은 나라에 큰 경사가 있는 것과 같다.

 

象曰 失得勿恤은 往有慶也리라.

상왈 실득물휼    왕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잃고 얻음을 근심치 말라는 것은 가면 경사가 있을 것이다.”

 

上九는 晉其角이니 維用伐邑이면 厲하나 吉코 无咎어니와 貞앤 吝하니라.

상구    진기각      유용벌읍       려       길    무구         정    인

상구는 그 뿔에 나아가니, 오직 읍을 치면 위태하나 길하고 허물이 없거니와, 고집하면 인색하다.

角:뿔 각   維:바 유·맬 유·오직 유   用:써 용(以)   伐:칠 벌

 

상구는 진괘(晉卦)의 맨 위에 처하여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상태이다. 그러기에 머리 위에 있는 뿔에 나아갔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기 마음을 돌이키는 것이 중요하다. 읍을 친다는 것은 자기 마음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루어 왔던 성과와 명예를 생각할 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돌이켜 반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위태로운 것이지만, 그 결과는 길하고 허물이 없게 된다. 그러나 반성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를 고집하게 되면, 인색하여 막히게 된다. 상구는 맨 위에 처하고 나아감의 극에 처하여 더 이상 도가 빛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象曰 維用伐邑은 道未光也일새라.

상왈 유용벌읍   도미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오직 읍을 친다는 것은 도가 빛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41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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