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68

8. 수지비(水地比)

괘의 전쟁이라는 고통을 딛고 천하를 평정하여 나라를 세우니 올바른 재상을 등용하고 지방 제후를 친히 하라(建國親侯).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곤지(坤地)☷로 이루어진 괘를 ‘비(比)’라 한다. ‘비(比)’는 돕는 것이다. 천지(乾坤)의 기운으로 생하여 간둔지제(艱屯之際)를 지나 정신적 교육을 받고(蒙) 육체적 기름을 받으면서 때를 기다리다가(需) 천하를 쟁패하려는 구상을 하고(訟), 드디어 일대 전쟁을 하여(師) 천하를 열게 되었다(比). 그러니 새로운 천하가 시작되는 ‘비(比)’괘는 그동안 어려웠던 시대를 마감하고 구오 천자(天子)를 중심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나라를 바르게 세워 나가야 함을 뜻한다. 서괘 「서괘전」은 지수사괘 다음에 수지비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師..

7. 지수사(地水師)

괘의 전쟁 등 큰 일을 수행하기에 앞서 백성을 용납하고 각자의 역할에 맡는 기량을 습득하도록 훈련하라(容民畜衆). 괘명과 괘상 외괘가 곤지(坤地)☷,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대성괘의 명칭을 ‘사(師)’라고 한다. ‘사(師)’는 무리·군사를 의미한다. 전쟁이나 분쟁의 소용돌이가 있게 되면 무리가 움직이고 군사를 일으키게 된다. 원래 ‘사(師)’는 주나라 때 군제(軍制)의 한 단위로 2,500명의 군사를 ‘사(師)’라 하였다. 《주례(周禮)》「하관사마(夏官司馬)」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무릇 군 제도에 12,500인이 군(軍)이 되는데, 왕(천자)은 6군(75,000인)이고, 큰 나라(大國)는 3군(37,500인)이고, 다음 나라(次國)는 2군(25,000인)이고, 작은 나라(小國)는 1군(..

6. 천수송(天水訟)

괘의 상황이 어긋나 분쟁의 기미가 있을 때 전체의 정세를 잘 판단하고 일을 도모하라(作事謀始). 괘명과 괘상 외괘가 건천(乾天)☰,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송(訟)’이라 한다. 다투는 것이다. 전쟁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생활에서 빚어지는 경쟁의 상황이다. 천지부모로부터 어렵게 나와 몽매함을 깨우치고 음식으로 체력을 강하게 하면서 기다리던 상황에서, ‘수괘(需卦)’ 상육에서 드디어 ‘不速之客三人’이 되어 험한 데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오게 되니, 드디어 경쟁의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인생사의 경쟁이요, 부족․민족․국가간의 경쟁이자 전쟁이기도 하다. 내괘가 감수☵로 험한 상황을 의미하고, 외괘는 건천☰으로 양강한 세상사를 의미한다. 서괘 「서괘전」은 수천수괘 다음..

5. 수천수(水天需)

괘의 밖에 험한 상황이 있으니 안으로 힘을 기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라(飮食宴樂).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수(需)’라고 한다. ‘수(需)’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천지 기운의 교감으로 만물이 어렵게 나와 어린 상태이니, ‘몽괘’에서는 정신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고 ‘수괘’에서는 음식으로 보양하면서 현실적인 능력을 키우며 때가 되기를 기다린다. ‘수뢰둔’괘에서 만물이 나오고 창업을 하여 ‘산수몽’괘에서 정신적인 교육을 받고 ‘수천수’괘에서 내괘가 건☰으로 건실하게 되었지만, 아직 외괘가 감☵으로 앞의 상황이 험한 상태이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산수몽괘 다음에 수천수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4. 산수몽(山水蒙)

괘의 바름을 기르기 위해 과감히 행하고 덕을 길러라(果行育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 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몽(蒙)’이라 한다. ‘몽’은 어리석고 유치함을 뜻하는데, 천지 기운의 교감으로 만물이 어렵게 나와서 어린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어린 아이를 잘 보살펴 기르듯이 초창기의 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길러야 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인생도 부모로부터 태어나 오랜 동안 기름을 받게 되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사회의 일도 어려운 초창기를 지나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외괘가 산☶이고 내괘가 물☵이니 안으로는 험한 상☵이고 밖으로는 그쳐 있는 상☶이다. 따라서 조용히 능력이 양성될 때까지 ..

3. 수뢰둔(水雷屯)

괘의 천지가 열리니 만물을 창조하고 세상을 일으켜 천하를 다스리라(創世經綸).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진뢰(震雷)☳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둔(屯)’이라 한다. ‘屯’은 ‘준’과 ‘둔’의 음이 있으나 ‘둔’으로 발음한다. 천지가 창조되어 중천건 하늘과 중지곤 땅의 기운이 교감하여 만물이 생하는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 하늘의 양기운과 땅의 음기운이 중지곤괘 상육효에서 교감하면서(龍戰于野) 만물이 나오게 되는데, 인간을 포함한 만물이 처음 생하는 데에는 탄생의 고통과 더불어 험난한 세상을 경륜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사업을 처음 구상하고 시작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괘 진(震)☳은 천기와 지기가 교감하여 땅 아래에 양기가 포태되어 태동하는 기운을 상징하며, 외..

2. 중지곤(重地坤)

괘의 대지가 모든 만물을 싣고 있듯이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포용하라(厚德載物). 괘명과 괘상 내괘와 외괘가 모두 땅(☷)으로, 땅이 거듭되어 있으므로 ‘중지곤’이라 한다. ‘중지(重地)’는 내괘와 외괘가 땅으로 거듭되어 있는 괘의 상(象)을 표현한 것이고, ‘곤(坤)’은 땅이 거듭하여 여섯 효가 모두 음기운으로 이루어진 괘의 이름을 나타낸 것이다. 즉 괘의 이름은 ‘곤(坤)’이요 곤괘의 형상은 ‘중지(重地)’이다. 따라서 ‘중지곤’괘라 할 때 내괘와 외괘가 모두 순음으로 되어 있는 괘 기운의 양상을 떠올려야 한다. 중천건괘 다음에 중지곤괘를 둔 이유는 하늘이 있기에 땅이 있고 그 땅 위에 만물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열리고(天開於子) 땅이 생겼다(地闢於丑).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하고 있는 이 지구를 ..

1. 중천건(重天乾)

괘의 천지의 운행이 쉬지 않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노력하라(自强不息). 괘명과 괘상 내괘와 외괘가 모두 건천(乾天)☰으로, 하늘이 거듭되어 있으므로 이를 ‘중천건’괘라 한다. ‘중천(重天)’이란 말은 내괘와 외괘가 하늘괘☰로 거듭되어 있는 괘의 상(象)을 표현한 것이고, ‘건(乾)’이란 이렇게 하늘이 거듭하여 여섯 효가 모두 양기운으로 이루어진 괘의 이름을 나타낸 것이다. 즉 괘의 이름은 ‘건(乾)’이요 건괘의 형상은 ‘중천(重天)’이다. 따라서 ‘중천건’이라 할 때 내괘 외괘 모두 순양으로 되어 있는 괘 기운의 양상을 떠올려야 한다. 우주가 있기에 항성(恒星)이 있고 지구가 있기에 만물이 있다. 하늘과 우주는 만물의 근원이 된다. 우주를 생각하자. 우주의 실정(實情)을 표상한 것이 선천팔괘이다. 하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