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 380

8. 대성괘(大成卦)가 6효(爻)로 이루어진 의미

우리는 『역』이 음양이진법(陰陽二進法)에 의해 이루어진 자연법임을 알아 왔다. 그런데 음양이진법은 ‘2의 0승’부터 무한대로 한없이 나아가는데, 왜 하필이면 ‘2의 6승’을 기본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사의 변화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로 매듭을 지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 볼 수가 있다. 1. 자연수 7의 조화 수의 기본이 되는 1부터 10까지의 자연수의 관계를 살펴보면 ‘7’이란 수가 지닌 고유한 특성이 있다. 예컨대 ‘1’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마치 태극과 같이 모든 것을 낳는 근원이 된다. 그래서 사실 모든 수에는 1이 내포되어 있다. 2·4·6·8은 2의 배수로서 서로 형제관계가 된다. 3·6·9 역시 3의 배수로서 서로 형제관계가 된다. 5와 10은 역시 ..

7-1. 현행본 『주역』64괘의 배열원리와 특징

1. 64괘 배열원리로서의 도전괘와 배합괘 현행본 『주역』은 상경 30괘와 하경 34괘로 구분되어 있는데,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괘로부터 마지막 64번째 괘인 화수미제(火水未濟)괘에 이르기까지의 괘상(卦象)을 보면 1·2(건·곤), 3·4(둔·몽), 5·6(수·송) … 61·62(중부·소과), 63·64(기제·미제)와 같이 둘씩 짝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두 괘씩 짝을 맞추는 기본방식은 도전괘(倒顚卦)와 배합괘(配合卦)의 원리이다. 1) 도전괘 일반적으로 6효(爻)로 이루어진 괘는 아래로부터 위로, 즉 맨 아래를 초효(初爻)로 하고 맨 위를 상효(上爻)로 보아 괘상(卦象)을 판단한다. 그런데 보는 방향을 거꾸로 하여 맨 위를 초효로 보고 맨 아래를 상효로 볼 경우에 기본적인 괘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7. 대성괘 64괘의 형성원리

태극에서 양의(음양) 사상을 거쳐 이루어지는 기본팔괘는 음양 3단 구조로 되는데 이를 소성괘(小成卦)라고 하고, 팔괘가 서로 거듭하여 음양 6단 구조로 이루어진 괘를 대성괘(大成卦)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음양 3단 구조로 된 소성괘(팔괘)를 ‘trigram’(三線型)이라 표현하고, 음양 6단 구조로 이루어진 대성괘(64괘)를 ‘hexagram’(六線型)으로 표현한다. 음양 6단 구조로 이루어지는 원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지만, 가장 자연법의 원리에 기초를 선천팔괘와 후천팔괘를 기본으로 하여 이 두 가지의 팔괘배열이 서로 결합하여 음양 6단 구조로 나타나는 기본방식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선천팔괘가 서로 거듭하여 이루어지는 ‘선천팔괘상중방식’이고, 둘째는 후천..

6-1. 선천(先天) 후천(後天)의 개념에 대하여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라는 용어가 이른바 역학(易學)에서 관용적으로 쓰이게 된 기원은 아마도 하도(河圖)와 낙서(洛書) 그리고 선천팔괘와 후천팔괘를 비교하게 되면서부터 쓰이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 선천과 후천의 개념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 것인가는 다소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개념 중의 하나는 종교적(宗敎的) 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후천(後天)을 내세(來世) 혹은 개벽(開闢)된 이후의 용화세계(龍華世界)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자연의 원리를 연구하는 순수한 입장에서 볼 때, 선천과 후천의 의미에는 대체로 다음의 4가지로 볼 수 있으며, 각각의 의미는 경우에 따라 특정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쓰이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1. 학리적 개념(學理的 槪念) 1) 일원적..

6. 선천팔괘와 후천팔괘 : 우주변화의 원상(原象)

1. 복희선천팔괘·문왕후천팔괘의 명칭과 유래 1) 복희선천팔괘(伏羲先天八卦)의 명칭과 유래 『주역』계사하전 제2장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옛적에 포희씨가 천하에 왕을 할 적에 우러러서는 하늘의 형상을 보고, 구부려서는 땅의 법을 보며,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마땅함을 보며, 가까이는 저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저 물건에서 취하여, 이에 비로소 팔괘를 지음으로써 신명의 덕을 통하며 만물의 실정을 같이 하니, … 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에 仰則觀象於天하고 俯則觀法於地하며 觀鳥獸之文과 與地之宜하며 近取諸身하고 遠取諸物하야 於是에 始作八卦하야 以通神明之德하며 以類萬物之情하니 … 복희(伏犧․包犧)는 중국 고대 삼황오제(三皇: 복희․신농․황제, 五帝: 소호․전욱․제곡․요․순)시대에 해당하는 성인으로 약 5000여년..

5. 팔괘의 속성과 물상

1. 음양의 상호작용에서 본 팔괘 기운의 양상 음양의 삼단분화로 나타난 팔괘의 속성을 각각 음양의 상호작용에서 파악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건(乾 ☰)은 강한 양이 중첩하여 건장하고 굳세고 역동적인 속성을 띤다. 진(震 ☳)은 동적 성질을 지닌 양이 아래에 있는데 고요하고 수축하려는 성질을 지닌 위의 두 음이 견제를 하지만 이에 반발하여 더욱 강력하게 동적인 속성을 띤다. 감(坎 ☵)은 동적 성질을 지닌 양이 고요하고 수축하려는 성질을 지닌 두 음 사이에 있어 방향성을 잃고 결국 위아래의 두 음에 빠져 험난한 속성을 띤다. 간(艮 ☶)은 동적 성질을 지닌 양이 고요하고 수축하려는 성질을 지닌 두 음 위에 있으니, 아래에 있는 두 음의 작용으로 동적 성질이 그치고 평정해진 속성을 띤다. 곤(坤 ..

4. 기본팔괘(基本八卦)

1. 팔괘의 개념 음양의 역동적인 분화작용으로 사상(四象)이 다시 각각 음양으로 분화․발전하여 8가지의 물상(物象)으로 나타나니 이를 팔괘(八卦)라 한다. 사상(四象)은 형이상적 기운이 형이하적 물상으로 전환되려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면, 팔괘(八卦)는 그 8가지의 속성이 형이하적 물상(物象)으로 표현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상에서는 상(象)이라고 한 반면에, 팔괘에서는 괘(卦)라고 하여 이미 현상계에 드러나 물상으로 걸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양상은 하루의 변화와 1년의 변화에서 하루의 변화양상이 3시간 단위의 8상으로 구분되며, 4계절이 다시 8절로 나누어져 기운이 표현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각각 표현하기를 태양에서 양으로 발전한 것을 건(乾; ☰)이라 하..

3. 음양과 사상

1. 음양기운의 역동성(양의兩儀) 이런 까닭으로 역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으니 팔괘가 길흉을 정하고 길흉이 대업을 낳는다. 是故로 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하고 兩儀生四象하고 四象生八卦하니 八卦定吉凶하고 吉凶生大業하나니라. 태극은 전체성을 의미하기에 이미 태극 안에는 역동적인 음양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것은 하루라는 개념에 낮과 밤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있으며, 1년이라는 개념에 이미 춘하추동 사시라는 기운의 변화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두고 주역에서는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양의(兩儀)란 태극에 내재된 두 가지 거동 즉 속성이란 뜻이다. 대자연의 원리를 보건대 하루의 변화는 ..

2. 지구의 자전·공전과 태극원리

1. 지구와 태양계의 자전(自轉) · 공전(公轉)현상 『주역』의 핵심인 태극원리(太極原理)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의 보금자리인 지구와 태양계 그리고 은하계를 살펴보자. 1) 우리 은하계 우리 은하는 백조자리를 이루는 밝은 4개의 별이 만드는 이른바 '북십자'에서부터 둘로 갈라져서 남쪽으로 뻗어 가면서 점점 밝아진다. 그리고 궁수자리에서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다시 남쪽으로 계속된다. 남십자 '용골자리'를 거쳐 남반구를 돌아서 '큰개', '오리온'으로 연속되고 다시 '황소',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아를 거쳐서 '백조자리'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은하수의 정체가 밝혀진 것은 400여년전 갈릴레이에 의해서였다. 우리 은하는 가운데가 볼록한 원반모양으로 '정상나선은하'에 속한다. 원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헤..

1. 역(易)과 자연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人法地하고 地法天하며 天法道하고 道法自然하니라 사람은 땅의 원리를 준칙으로 삼고 땅은 하늘의 원리를 준칙으로 삼으며 하늘은 도의 원리를 준칙으로 삼고 도는 스스로 그러한 원리를 준칙으로 삼는다. (노자 『도덕경』제25장에서) 1. 『주역』에 대한 인식 인간이 대자연을 인식할 수 있는 사유방식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제한되어 왔다. 예컨대, 현인들의 학문연구에 있어서도, 『주역』을 논하면서 『노자』를 인용하면 그 이유만으로 유교의 종지(宗旨)에서 벗어난 사이비(似而非)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항상 어느 시대나 그 시대에 주류를 이루는 가치관이 보편성을 인정받아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그 보편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이단(異端)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역』이 대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