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 380

9-5. 설시(揲蓍)를 통한 예측판단의 의의

지금까지 설시원리와 역(易)의 원리와의 관계, 설시원리와 사상(四象)과의 관계, 설시원리에 내재된 확률의 문제 그리고 예측판단원리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서죽(筮竹) 또는 시초(蓍草) 50 가지로 펼쳐지는 설시원리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연법의 원상으로 태극·양의·사상·팔괘로 분화되어 나아가는 역(易)의 원리와 그대로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49 가지로 실질적으로 펼쳐지는 수리에 있어 사상수 및 사상책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애초에 이 설시법을 누가 창안했는지에 대하여는 고증할 길이 없다. 오랜 세월을 통해 복관(卜官)들에 의해 이루어진 다양한 방법들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정제되면서 어느 순간 복서(卜筮)에 밝은 누군가에 의해 설시법이 완성된 것으로 볼 수밖..

9-4. 설시(揲蓍) 예측판단원리(체용추견법 體用推見法)

설시(揲蓍) 18변의 과정을 통해 여섯 효가 형성되면 대성괘가 이루어지고 각 효의 소양 소음 노음 노양으로 효의 변(變)과 불변(不變)이 판단되며, 따라서 변효(變爻 : 544 또는 988이 나올 경우)가 있으면 본괘(本卦)에서 변하여 간 지괘(之卦)가 나오게 된다. 설시를 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의 정황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또한 64괘의 각 괘는 전체의 한 부분이지만 각 괘에는 64괘 전체의 원형이 담겨 있다. 예컨대 산천대축(山天大畜)괘가 본괘로 나왔을 경우에 여섯 효가 모두 변하지 않은 상태로 나올 수도 있고, 어느 한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어느 두 효가 변할 수 있고, 어느 세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어느 네 효가 변할 수 있고, 어느 다섯 효가 변할 수 있으며, 여섯 효 모두가 변할 수 있기 때..

9-3. 설시원리와 확률(確率)의 문제

현대사회의 과학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 확률(確率)은 객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설시원리에 내재된 확률문제는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설시(揲蓍)의 과정과 그 결과에 확률상의 불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설시(揲蓍)과정에서 제일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제 1변에서는 5 아니면 9가 나오고 제 2변과 제 3변에서는 4 아니면 8이 나오게 되는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경우와 9가 나올 경우의 확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제 2변과 제 3변에서 4와 8이 나올 확률은 각각 2/4로 같은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은 3/4이지만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어 불균형하다. 둘째,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이 3/4이고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므로,..

9-2. 설시(揲蓍)원리와 역(易)의 원리 및 사상(四象)과의 관계

1. 설시(揲蓍)원리와 역(易)의 원리 대연지수 50에서 태극을 상징하는 하나를 뺀 시초(서죽) 49가지로 설시를 하면 3변작용을 통하여 하나의 효가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태극 위에 놓이는 나머지 가지 수가 제 1변에서는 다섯(5) 아니면 아홉(9)이 나오고, 2변과 3변에서는 넷(4) 아니면 여덟(8)이 나오게 된다. 이는 결국 5·9·4·8의 네 가지 수가 셋씩 조합을 이루는 경우의 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수를 음양으로 바꾸는데, 5·9·4·8의 네 가지 수 가운데 4와 5는 작은 수에 해당하고 8과 9는 큰 수에 해당한다. 그래서 작은 수에 해당하는 4와 5는 양으로 바꾸고, 큰 수에 해당하는 8과 9는 음으로 바꾼다. 이렇게 하여 3변 과정을 도식화하면 우리가 앞서 살펴본 ..

9-1. 복서(卜筮)와 설시(揲蓍) : 설시법(揲蓍法)의 원리

1. 점(占)으로서의 복서(卜筮)와 설시(揲蓍)의 의의 1) 복서(卜筮)의 의의 『서경』「주서」‘홍범’ 가운데 일곱 번째에 있는 ‘계의’는 복서할 사람을 가려 세우고 이에 복서를 명한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주석(註釋)에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계(稽)는 상고(詳考)함이니, 의심스러운 일이 있으면 복서(卜筮)하여 상고하는 것이다. 거북점을 복(卜)이라 하고, 시초(蓍草) 점을 서(筮)라고 한다. 시초와 거북은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으므로 하늘의 밝음을 이을 수 있으니, 복서(卜筮)하는 자 또한 지극히 공정하고 사사로움이 없게 한 뒤에야 시초와 거북의 뜻을 전할 수 있으니, 반드시 이러한 사람을 가려서 세운 뒤에야 복서하게 한다. 즉 의심나는 일을 상고할 때 지공무사한 사람을 선발하여 복서..

9. 의사결정과 예측판단(豫測判斷)방법으로서의 점(占)

1. 현대 민주사회에서의 의사결정의 합리성에 대하여 근대 이후의 민주주의 원리는 인간은 이성적(理性的)이고 합리적(合理的)인 존재로서 자유의지(自由意志)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스스로 진다는 원칙에 입각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언행이 진정 자유의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근대 이후의 역사적 사실과 오랜 사회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인간의 의사결정은 결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자유의지에 의한 이성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내용에는 그 자신만의 영역을 벗어난 대단히 복잡한 주변적 상황의 인과관계가 내재되어 있다...

4-1. 팔괘와 사상체질론(팔괘체질론)

팔괘의 사상을 발생적 사상과 현상적 사상으로 구분하여 보면, 근원과 현상, 체와 용이 모두 같은 경우가 있고, 서로 다른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에서 논하는 사상(四象)은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론과는 다르다. 한의학에서도 『주역』에서의 사상론을 토대로 체질을 연구하면 보다 의미있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1, 건(乾 ☰)은 발생적 사상이나 현상적 사상이 모두 태양(太陽)이므로 근원과 현상, 체(體)와 용(用)이 모두 강건하고 동적인 태양의 속성을 지닌다. 2. 태(兌 ☱)는 발생적 사상은 태양(太陽)이나 현상적 사상은 소음(少陰)이므로 근원과 체는 태양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나, 외부에 나타나는 현상과 용은 소음으로 표출된다. 3. 이(離 ☲)는 발생적 사상이나 현상적 사상..

8-3. 대성괘 64괘의 변화원리(괘변법)

1. 괘변법(卦變法)의 의의 64괘 384효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전체와 부분으로서, 괘와 괘로서, 효와 효로서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인간사회에 있어서 한 인간이라는 개체가 집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 부자(父子), 부부(夫婦), 형제(兄弟) 등의 관계를 맺고 있고, 직장에서는 직장의 구성원으로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각종 사회단체에서 또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고,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호 유기적인 관계는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모든 존재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며, 또한 신과 인간과 자연과의 사이에서도 상호간에 유기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모든 존재와 환경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는 ..

8-2. 대성괘 효위와 관계론적 분석

1. 효(爻)와 효위(爻位)의 의미 1) 효(爻)의 의미 괘를 형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성단위를 효(爻)라고 한다. 효는 괘(卦)가 나타내는 전체적(全體的)인 상황과 효(爻)에 내재된 부분적(部分的)인 상황의 실질을 판단하는 기초가 되는 개념이며, 괘(전체)와 효(부분) 및 효 상호간의 관계성과 변화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이다. 『주역』「계사상전」제3장에 “효라는 것은 변하는 것을 말한다(爻者 言乎變者也)”고 하였고, 「계사하전」제10장에 “도에 변동이 있으므로 효라고 일컫는다(道有變動 故曰爻)”라고 하였으며, 「계사하전」제1장에는 “효라는 것은 이것을 본받는 것이다(爻也者 效此者也)”라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효(爻)라는 것은 변화의 상황적 계기가 되고 또한 그 변화의 기미를 고찰하여 본받는 ..

8-1. 대성괘를 파악하는 기본개념

1. 대성괘 6효의 공간성 1) 대성괘 6효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동양철학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를 망라하는 종합적 사유체계를 갖추어야 함을 살펴본 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동양철학에 있어서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언제나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적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주역』의 해설전인 십익(十翼) 가운데 하나로서 「설괘전(說卦傳)」 제2장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적에 성인이 역을 지음은 장차 성명(性命)의 이치에 순하고자 함이니, 이로써 하늘의 도를 세워 가로되 음(陰)과 양(陽)이요, 땅의 도를 세워 가로되 유(柔)와 강(剛)이요, 사람의 도를 세워 가로되 인(仁)과 의(義)니, 삼재(三才)를 아울러 둘로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