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 380

『주역』의 학문적 성격과 공부방법론 : 주자(朱子)의 논설

『주역』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송대의 주자(朱子, 1130∼1200)를 들 수 있다. 주자는 당시 유난히 의리역에 치중하였던 풍토를 비판하였다. 그는 『주역』이 복서(卜筮)에서 연원하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한다면 『주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아래에서는 『주역전의대전』 「역설강령 2」에 수록된 주자의 글을 발췌하여 옮겨 새겨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당시 『주역』을 논하면서 의리역에만 치중하던 풍토에 대한 비판, 『주역』의 연원과 복서(卜筮)와의 관계, 『주역』 『시경』 『서경』의 차이, 『주역』에 담긴 이치의 은미함과 원대함, 『주역』을 공부하는 진정한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주자의 논설에 비판의 여지가..

『주역』의 학문적 성격: 『주역』은 기초학문이자 종합학문이다

기독교 성경(聖經, the Bible)에서 구약(舊約)의 시대가 그러하듯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하늘에 대한 제사와 더불어 행해진 신탁(神託)과 점술(占術)이다. 동아시아의 오래된 고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은 상고시대에 하늘에 대한 제사와 함께 행해진 점술(占術)의 편린들, 다시 말하면 거북점(卜)과 시초점(筮)에 연원을 둔 복서역(卜筮易)에서 출발하였다. 그리고 『주역』은 수천 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어 왔다. 『주역』에 대한 학설은 철학사적 관점에서 대체로 상수역(象數易)과 의리역(義理易)이라는 큰 흐름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각 시대별로 학자마다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다. 『주역』의 학문적 성격..

「역서(易序)」

「역서」는 주자(朱子)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나, 정자(程子)가 《주역》을 공부하는 후학들을 위해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문장에 함축된 뜻이 넓고 깊어 《주역》의 요지와 공부방법을 설명한 내용으로 문장이 수려하다. 독자들도 몇 번이고 읽어서 뜻을 파악하면 마음에 깊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易之爲書 卦爻彖象之義備而天地萬物之情이 見하니 역지의서 괘효단상지의비이천지만물지정 현 聖人之憂天下來世 其至矣로다. 성인지우천하래세 기지의 先天下而開其物하고 後天下而成其務라. 선천하이개기물 후천하이성기무 是故로 極其數하야 以定天下之象하며 시고 극기수 이정천하지상 著其象하야 以定天下之吉凶하니 저기상 이정천하지길흉 六十四卦와 三百八十四爻 皆所以順性命之理하며 盡變化之道也라. 육십사괘 삼백팔십사효 개소이순성명지리 진변화지도야..

「역전서(易傳序)」

※ 『역경(易經)』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과 정자(程子)의 주석서로서의 「역전(易傳)」 성경현전(聖經賢傳)이라 하여 성인(聖人)의 글과 말씀을 경(經)이라 하고 현인(賢人)이 경(經)의 풀이한 글을 전(傳)이라 한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주역』은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384효사로 이루어진 『역경(易經)』과 이른바 공자의 십익으로 일컬어진 해설서로서의 「역전(易傳)」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런데 유가에서 공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공자의 십익까지 경(經)으로 포함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경전(經典)으로서의 『주역』 혹은 『역경』에는 복희씨(伏羲氏)의 팔괘(八卦), 문왕(文王)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周公)의..

중지곤괘(重地坤卦) 문언전(文言傳)

文言曰 坤은 至柔而動也 剛하고 至靜而德方하니 문언왈 곤 지유이동야 강 지정이덕방 後得하야 主(利)而有常하며 含萬物而化 光하니 후득 주(리)이유상 함만물이화 광 坤道 其順乎인저. 承天而時行하나니라. 곤도 기순호 승천이시행 柔 : 부드러울 유 靜 : 고요할 정 문언전에 말하였다. 곤은 지극히 유순하되 움직임이 강하고, 지극히 고요하되 덕이 방정하니, 뒤에 하면 얻어서 이로움을 주장하여 떳떳함이 있으며, 만물을 머금어 화함이 빛나니, 곤의 도가 그 순한져! 하늘을 이어 때로 행한다. 「문언전」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만 있다. 이 문장은 중지곤괘 괘사를 다시 풀이한 내용이다. 지구의 운행을 생각해 보면, 이 지구는 지극히 유순하기에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싣고 생화하고 있지만, 실상 공전(公轉)하고 자전(自轉)하..

중천건괘(重天乾卦) 문언전(文言傳)

文言曰 元者는 善之長也오 亨者는 嘉之會也오 문언왈 원자 선지장야 형자 가지회야 利者는 義之和也오 貞者는 事之幹也니 이자 의지화야 정자 사지간야 君子 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군자 체인 족이장인 가회 족이합례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이물 족이화의 정고 족이간사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군자 행차사덕자 고 왈건원형이정 善 : 착할 선 嘉 : 아름다울 가 會 : 모일 회 幹 : 줄기 간(주장하다) 體 : 몸 체 足 : 족할 족 禮 : 예도 례 固 : 굳을 고 문언전에 말하였다. 원(元)은 착함의 어른이요 형(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요 이(利)는 의로움의 화함이요 정(貞)은 일의 줄기니, 군자가 어짊(인)을 체득함이 족히 사람을 기르며, 모임을 아름답게 함이 족히 예에 합하..

10-2. 『주역』경문해석방법론

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과 해석원리 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 주역경문의 형성과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周)나라가 중국의 천자국(天子國)으로 등장하면서, 당시 『주역』의 작자인 누군가가 하(夏)나라·은(殷)나라 때의 복관(卜官:제사장)들에 의해 이루어진 복사(卜辭:占辭)들을 중심으로 점(占)을 하게 된 사실관계와 그 결과인 점사(占辭)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현재의 『주역』 경전을 이루게 된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천문·지리·인사의 종합적인 인식구도로 길흉화복(吉凶禍福)에 관한 일종의 지침서로서의 주역경문 64괘 384효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둘째,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지었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존중한다면,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에 의하..

10-1. 「십익전(十翼傳)」의 성격과 개요

1. 「십익전(十翼傳)」의 성격 1) 「십익전」의 의의 『주역』 64괘 384효의 경문(經文) 이외에 그 뜻을 해석하고 주역의 이치를 발현한 해설전을 십익(十翼)이라고 하는데, ‘십익(十翼)’이란 명칭은 후한(後漢)에서 시작되었다. ‘십익’은 『주역』을 새의 날개처럼 돕고 있는 열 가지의 문헌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주역』에서 경(經)은 괘상과 64괘 괘사, 384효 효사로 이루어지며, 문언전(乾卦文言傳·坤卦文言傳)·단전(彖傳)·상전(卦象傳·爻象傳)·계사전(繫辭上傳·繫辭下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은 전(傳)에 해당하는데, 이를 공자가 집대성하였다고 하여 ‘공자의 십익(十翼)’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엄격히 말하면 전(傳)은 문언전·단전·상전·계사전·설괘전·서괘..

10. 『주역(周易)』경전(經典)의 체계와 작자(作者)

1. 연산역(連山易)·귀장역(歸藏易)과 『주역(周易)』 『주역(周易)』 또는 『역경(易經)』은 ‘역(易)’에 관한 경전이다. 일반적으로 역(易)에 관한 경전이 중국 상고시대에 하(夏)나라에는 연산역(連山易)이 있었고, 은(殷:商)나라에는 귀장역(歸藏易)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산역과 귀장역은 고문헌 가운데 단편적으로 일부 언급이 있을 뿐, 경전의 전체가 기술된 공인된 문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출토되고 있는 고대유물 가운데 귀장역이라고 추정될 수 있는 유물이 발굴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역경(易經)』은 주(周)나라 때 지어진 역이라 하여 『주역(周易)』이란 명칭으로 전해지고 있다. 2. 경(經)과 전(傳) 일반적으로 경전(經典)은 경(經)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