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서」는 주자(朱子)가 지었다는 설도 있으나, 정자(程子)가 《주역》을 공부하는 후학들을 위해 지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문장에 함축된 뜻이 넓고 깊어 《주역》의 요지와 공부방법을 설명한 내용으로 문장이 수려하다. 독자들도 몇 번이고 읽어서 뜻을 파악하면 마음에 깊이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다.
易之爲書 卦爻彖象之義備而天地萬物之情이 見하니
역지의서 괘효단상지의비이천지만물지정 현
聖人之憂天下來世 其至矣로다.
성인지우천하래세 기지의
先天下而開其物하고 後天下而成其務라.
선천하이개기물 후천하이성기무
是故로 極其數하야 以定天下之象하며
시고 극기수 이정천하지상
著其象하야 以定天下之吉凶하니
저기상 이정천하지길흉
六十四卦와 三百八十四爻 皆所以順性命之理하며 盡變化之道也라.
육십사괘 삼백팔십사효 개소이순성명지리 진변화지도야
見 : 나타날 현(現) 備 : 갖출 비 憂 : 근심할 우 著 : 나타낼 저 盡 : 다할 진
역의 글됨이(역이란 책은) 괘(卦)·효(爻)·단(彖)·상(象)의 뜻이 갖추어 있고, 천지 만물의 실정(實情)이 나타나 있으니,
성인이 천하의 오는 세상을 걱정하심이 지극하도다.
천하보다 앞서서는 그 물건을 열고, 천하보다 뒤에 해서는 그 일을 이루셨다.
이런 까닭에 그 수(數)를 극도로 해서 천하의 상(象)을 정하며,
그 상(象)을 드러내어 천하의 길흉을 정하니,
64괘와 384효가 모두 이로써 성명의 이치에 순하며, 변화의 도를 다하는 것이다.
散之在理則有萬殊하고 統之在道則无二致니
산지재리즉유만수 통지재도즉무이치
所以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라.
소이역유태극 시생양의
太極者는 道也오 兩儀者는 陰陽也니
태극자 도야 양의자 음양야
陰陽은 一道也오 太極은 无極也라.
음양 일도야 태극 무극야
萬物之生이 負陰而抱陽하야
만물지생 부음이포양
莫不有太極하며 莫不有兩儀하니
막불유태극 막불유양의
絪縕交感에 變化不窮이라.
인온교감 변화불궁
形一受其生하고 神一發其智하야
형일수기생 신일발기지
情僞 出焉하고 萬緖 起焉하니
정위 출언 만서 기언
易所以定吉凶而生大業이라.
역소이정길흉이생대업
殊 : 다를 수 僞 : 거짓 위 緖 : 실마리 서 絪 : 기운 인 縕 : 쌓을 온
絪縕 : 기운이 쌓여 왕성한 모양
흩어서 이치에 두면 만 가지 다름이 있고, 모아서 도에 두면 두 가지 이룸이 없으니,
그렇기 때문에 역에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를 낸다.
태극은 도이고, 양의는 음양이니,
음양은 한 도이며 태극은 무극이다.
만물의 나옴이 음을 지고 양을 안아서,
태극이 있지 않음이 없으며, 양의(음양)가 있지 않음이 없으니,
인온하여 사귀어 느낌에 변화가 다하지 않는다.
형체가 한 번 그 생명을 받고 신(神)이 한 번 그 지혜를 발하여,
참과 거짓이 나오매 만 가지 단서가 일어나니,
그래서 역이 길흉을 정하고 대업을 내는 것이다.
故로 易者는 陰陽之道也오
고 역자 음양지도야
卦者는 陰陽之物也오 爻者는 陰陽之動也니
괘자 음양지물야 효자 음양지동야
卦雖不同이나 所同者 奇偶요 爻雖不同이나 所同者 九六이라.
괘수부동 소동자 기우 효수부동 소동자 구륙
是以로 六十四卦爲其體하고 三百八十四爻 互爲其用하야
시이 육십사괘위기체 삼백팔십사효 호위기용
遠在六合之外하고 近在一身之中하야
원재육합지외 근재일신지중
暫於瞬息과 微於動靜에
잠어순식 미어동정
莫不有卦之象焉하며 莫不有爻之義焉하니
막불유괘지상언 막불유효지의언
至哉라 易乎여!
지재 역호
其道 至大而无不包하고 其用이 至神而无不存이라.
기도 지대이무불포 기용 지신이무부존
暫 : 잠시 잠 瞬 : 눈 깜짝할 순 息 : 숨쉴 식 六合 : 상하사방(우주를 말함)
그러므로 역은 음양의 도이고,
괘는 음양의 물건이며, 효는 음양의 움직임이니,
괘가 비록 같지 않으나 같은 것은 양(奇)과 음(偶)이고,
효가 비록 같지 않으나 같은 것은 9와 6이다.
이런 까닭으로 64괘가 체가 되고 384효가 서로 용이 되어,
멀리는 육합(우주)의 밖에 있고 가까이는 한 몸 가운데 있어서,
눈 깜짝하고 숨 한 번 쉬는 잠깐 사이와 움직이고 고요한 미미함에
괘의 상이 있지 않음이 없으며 효의 뜻이 있지 않음이 없으니,
지극하도다. 역이여!
그 도가 지극히 커서 감싸지 않음이 없고, 그 쓰임이 지극히 신묘하여 존재하지 않음이 없다.
時固未始有一而卦未始有定象하고
시고미시유일이괘미시유정상
事固未始有窮而爻亦未始有定位하니
사고미시유궁이효역미시유정위
以一時而索卦則拘於无變이면 非易也오
이일시이색괘즉구어무변 비역야
以一事而明爻則窒而不通이면 非易也오
이일사이명효즉질이불통 비역야
知所謂卦爻彖象之義而不知有卦爻彖象之用이면 亦非易也라.
지소위괘효단상지의이부지유괘효단상지용 역비역야
故로 得之於精神之運과 心術之動하야
고 득지어정신지운 심술지동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然後에아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연후
可以謂之知易也라.
가이위지지역야
固 : 진실로 고 窮 : 다할 궁 索 : 찾을 색 拘 : 거리낄 구 窒 : 막힐 질
때는 진실로 처음부터 하나만 있지 않고 괘는 처음부터 정해진 상이 있지 않으며,
일은 진실로 처음부터 궁함이 있지 않고 효 또한 처음부터 정해진 자리(位)가 있지 않으니,
한 때로써 괘를 찾은 즉 변화가 없음에 구애되면 역이 아니고,
한 가지 일로써 효를 밝힌 즉 막혀서 통하지 않으면 역이 아니며,
이른바 괘·효·단·상의 뜻을 알더라도 괘·효·단·상의 쓰임이 있음을 알지 못하면 또한 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신의 운용과 마음쓰임의 움직임에서 체득해서,
천지(天地)와 그 덕을 합하며, 일월(日月)과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四時)와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鬼神)과 그 길흉을 합한 뒤에야
가히 역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雖然이나 易之有卦는 易之已形者也오
수연 역지유괘 역지이형자야
卦之有爻는 卦之已見者也니
괘지유효 괘지이현자야
已形已見者는 可以言知어니와
이형이현자 가이언지
未形未見者는 不可以名求니
미형미현자 불가이명구
則所謂易者 果何如哉아. 此 學者所當知也라.
즉소위역자 과하여재 차 학자소당지야
已 : 이미 이 見 : 나타날 현(現)
비록 그렇지만, 역에 괘가 있음은 역이 이미 형상화된 것이고,
괘에 효가 있음은 괘가 이미 나타난 것이니,
이미 형상하고 이미 나타난 것은 가히 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형상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은 것은 가히 이름을 구할 수 없으니,
이른바 역이란 것은 과연 어떠한 것인가? 이는 배우는 자가 마땅히 알아야 할 바이다.
易之爲書 卦爻彖象之義備而天地萬物之情이 見하니 聖人之憂天下來世 其至矣로다. 先天下而開其物하고 後天下而成其務라.
是故로 極其數하야 以定天下之象하며 著其象하야 以定天下之吉凶하니 六十四卦와 三百八十四爻 皆所以順性命之理하며 盡變化之道也라.
散之在理則有萬殊하고 統之在道則无二致니 所以易有太極하니 是生兩儀라. 太極者는 道也오 兩儀者는 陰陽也니 陰陽은 一道也오 太極은 无極也라. 萬物之生이 負陰而抱陽하야 莫不有太極하며 莫不有兩儀하니 絪縕交感에 變化不窮이라.
形一受其生하고 神一發其智하야 情僞 出焉하고 萬緖 起焉하니 易所以定吉凶而生大業이라.
故로 易者는 陰陽之道也오 卦者는 陰陽之物也오 爻者는 陰陽之動也니 卦雖不同이나 所同者 奇偶요 爻雖不同이나 所同者 九六이라.
是以로 六十四卦爲其體하고 三百八十四爻 互爲其用하야 遠在六合之外하고 近在一身之中하야 暫於瞬息과 微於動靜에 莫不有卦之象焉하며 莫不有爻之義焉하니 至哉라 易乎여. 其道 至大而无不包하고 其用이 至神而无不存이라.
時固未始有一而卦未始有定象하고 事固未始有窮而爻亦未始有定位하니 以一時而索卦則拘於无變이면 非易也오 以一事而明爻則窒而不通이면 非易也오 知所謂卦爻彖象之義而不知有卦爻彖象之用이면 亦非易也라.
故로 得之於精神之運과 心術之動하야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然後에아 可以謂之知易也라.
雖然이나 易之有卦는 易之已形者也오 卦之有爻는 卦之已見者也니 已形已見者는 可以言知어니와 未形未見者는 不可以名求니 則所謂易者 果何如哉아. 此 學者所當知也라.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661∼66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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