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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수몽(山水蒙)

돈호인 2020. 10. 24. 20:27

괘의

바름을 기르기 위해 과감히 행하고 덕을 길러라(果行育德).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간산(艮山)내괘가 감수(坎水)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이라 한다. 은 어리석고 유치함을 뜻하는데, 천지 기운의 교감으로 만물이 어렵게 나와서 어린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 어린 아이를 잘 보살펴 기르듯이 초창기의 사업이 잘 이루어지도록 길러야 하고, 어리석음을 깨우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인생도 부모로부터 태어나 오랜 동안 기름을 받게 되고,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사회의 일도 어려운 초창기를 지나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

  외괘가 산이고 내괘가 물이니 안으로는 험한 상이고 밖으로는 그쳐 있는 상이다. 따라서 조용히 능력이 양성될 때까지 교육을 받으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서괘

서괘전(序卦傳)은 수뢰둔괘 다음에 산수몽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生必蒙이라 故로 受之以蒙하니 蒙者는 蒙也니 物之穉也라.

물생필몽       고   수지이몽       몽자    몽야    물지치야

물건이 태어나면 반드시 어리다. 그러므로 몽으로써 받으니, 몽은 어린 것이니 물건의 어린 것이다.

蒙:어두울 몽(어릴 몽)   穉:어릴 치

 

  만물이 처음 나오고 일이 처음 시작되면 반드시 어리고 지지부진하며 앞날을 확신할 수 없는 어두운 상태가 된다. 그래서 둔괘 다음에 몽괘를 두었다.

 

괘사

蒙은 亨하니 匪我 求童蒙이라 童蒙이 求我니

몽    형       비아 구동몽       동몽   구아

初筮어든 告하고 再三이면 瀆이라. 瀆則不告이니 利貞하니라.

초서       곡      재삼       독       독즉불곡       이정

몽은 형통하니, 내가 동몽(어린 아이)을 구하지 않고 동몽이 나를 구하니, 처음 점치거든 알려주고 두 번 세 번 하면 더럽힌다. 더럽히면 알려주지 못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我:나 아   童:아이 동(어리석음)   初:처음 초   筮:점칠 서  告:고할 고(고할 곡)   瀆:더럽힐 독

 

  몽은 어리고 유치한 단계이지만, 천지기운을 받아 어렵게 생하여 일이 자라나고 상황이 전개되려는 조짐이기에 형통하다. 이러한 몽의 상황에서는 마치 어린아이들이 세상살이를 하나하나 배워나가듯이,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있어야 한다.

  교육의 도는 세상 경륜을 익힌 자가 몽매한 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몽매한 자가 경륜을 익힌 스승을 찾아야 올바른 가르침이 베풀어진다. 오늘날 학생 제자가 올바른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승을 자처하는 자가 학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영업하는 현실이 얼마나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의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는 스승과 제자 간에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도가 더럽혀진다.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하는 것이니 바르게 해야 이롭다. 이 괘사를 풀이한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蒙은 山下有險하고 險而止 蒙이라.

단왈 몽    산하유험       험이지 몽

蒙亨은 以亨行이니 時中也오

몽형    이형행      시중야

匪我求童蒙童蒙求我는 志應也오

비아구동몽동몽구아    지응야

初筮告은 以剛中也오

초서곡    이강중야

再三瀆瀆則不告은 瀆蒙也일새니 蒙以養正이 聖功也라.

재삼독독즉불곡    독몽야         몽이양정    성공야

단전에 말하였다. “몽은 산 아래에 험함이 있고, 험해서 그침이 몽이다. ‘몽이 형통한 것’은 형통함으로써 행하니 때로 가운데 함이요, ‘내가 동몽을 구하지 않고 동몽이 나를 구하는 것’은 뜻이 응함이요, ‘처음 점해서 알리는 것’은 강하고 가운데 함이요, ‘두 번 세 번 하면 더럽혀서 더럽히면 알려주지 못하는 것’은 몽을 더럽히기 때문이니, 몽으로써 바른 것을 기름이 성스러운 공이다.”

險:험할 험  止:그칠지  志:뜻 지  應:응할 응  養:기를 양  功:공 공

 

  몽은 산 아래에 험함이 있는 상이니, 험해서 그쳐 있는 것이다. 즉 둔괘에서 어린 생명이 나오고 새로운 일이 시작되었으나, 어린 생명이 자라나고 일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는 높은 산도 있고 험한 물도 있다. 그러니 몽의 정황에서는 그때그때에 절도 있게 중도를 지켜나가야 형통하다. 교육은 형이상적(形而上的)인 학문과 형이하적(形而下的)인 세상사를 적절하게 조화하는 중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군자의 도는 중용(中庸)에 있다. 《중용(中庸) 2장의 다음 글을 음미해 보자.

 

중니(孔子의 字)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중용을 하고 소인은 중용에 반한다. 군자의 중용은 군자이면서 때로 중을 하는 것이요, 소인이 중용에 반함은 소인이면서 거리낌(기탄)이 없는 것이다.”(仲尼曰 君子는 中庸이오 小人은 反中庸이니라. 君子之中庸也는 君子而時中이오 小人之(反)中庸也는 小人而無忌憚也니라.)

 

  가르침을 구하는 자와 가르치는 자는 뜻이 잘 응해야 하고 서로의 의지가 강하게 부합되어야 할 것이니, 이러한 뜻이 부합되어 바름을 길러 나간다면 성인(聖人)으로서의 공력이 있는 것이다.

 

괘상사

象曰 山下出泉이 蒙이니 君子 以하야 果行하며 育德하나니라.

상왈 산하출천    몽      군자 이       과행       육덕

상전에 말하였다. “산 아래에 샘이 나는 것이 몽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과감히 행하며 덕을 기른다.”

出:날 출   泉:샘 천   果:과당성있을 과(실과 과)   育:기를 육

 

  몽은 산 아래에 샘물이 솟아나는 것과 같으니, 군자는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덕을 길러나가야 한다.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는 모두가 의심과 주저함을 버리고 과단성 있게 행해야 하며, 또한 세상을 포용하며 경륜해 나갈 수 있는 덕을 길러야 한다그러면 가르침을 전하고 배움을 구하는 교육의 도를 나타내는 몽괘 여섯 효의 각 정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효사 및 효상사

初六은 發蒙호대 利用刑人하야 用說桎梏이니 以往이면 吝하리라.

초륙    발몽      이용형인       용탈질곡       이왕       인

초육은 몽매함을 일으키되 사람에게 형벌을 쓰고서 질곡을 벗김이 이로우니, (형벌로써만) 가면 인색할 것이다.

發:일으킬 발   用:써 용(以)   刑: 형벌 형   說:벗을 탈(말씀 설, 달랠 세, 기뻐할 열)   桎:차꼬 질(족쇄)   梏:수갑 곡

 

  초육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위가 부당한데다 몽괘의 아래에 처하여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자이다. 교육을 하는데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때로는 체벌(體罰) 등의 형벌을 사용하여야 하지만, ()의 교화가 없이 형벌로만 하면 교육의 도가 인색하게 된다. ()은 족쇄이고, ()은 수갑이다. 사회를 유지함에 있어서도 질서유지와 안전을 위해서는 형벌을 써야 하지만, 형벌만 고집하게 되면 오히려 올바른 사회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

 

象曰 利用刑人은 以正法也라.

상왈 이용형인   이정법야

상전에 말하였다. “사람에게 형벌을 씀이 이로운 것은 그렇게 하여 법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형벌을 쓰되 질곡을 벗김이 이롭다는 것은, 그 형벌을 사용하는 것이 몽매함을 일깨워주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니, 법을 바르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九二는 包蒙이면 吉하고 納婦면 吉하리니 子 克家로다.

구이    포몽      길       납부    길          자 극가

구이는 몽매함을 감싸면 길하고 아내를 얻으면 길할 것이니, 자식이 집을 다스리도다.

包:쌀 포   納:들일 납   婦:아내 부   克:능할 극(이길 극, 다스릴 극)

 

  양이 두 번째 구이는 내괘의 중을 지키고 있어, 중도로써 가르침을 전하는 자리가 된다. 또한 내호괘가 진장남이니 응하는 관계인 외괘 육오의 아내를 맞이하여 집안을 잘 다스리는 상황이 된다. 구이 양()은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으로 초육, 육삼, 육사, 육오의 뭇 음()들을 교육시키는 주체가 된다.

 

象曰 子克家는 剛柔 接也라.

상왈 자극가    강유 접야

상전에 말하였다. “자식이 집을 다스리는 것은 강과 유가 만나는 것이다.”

接:사귈 접

 

  ‘집안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구이 강()이 내괘에서 중을 얻었고 육오 유()가 외괘에서 중을 얻어 서로 만나니, 중도를 지켜 잘 다스린다는 말이다.

 

六三은 勿用取女니 見金夫하고 不有躬하니 无攸利하니라.

육삼    물용취녀    견금부      불유궁       무유리

육삼은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하니, 돈 있는 사내를 보고 몸을 두지 못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勿:말 물   用:써 용(以)   取:취할 취   夫:사내 부   躬:몸 궁   攸:바 유

 

  육삼은 양자리에 음으로 있어 위가 부당하고 중도 얻지 못했으니, 자기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사사로운 이익을 따라 경망스럽게 처신하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육삼 음이 상구 양과 정응 관계에 있으면서도 아래에 있는 구이 양에게 몸을 두게 되니, 이러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수는 없다. 교육으로 본다면,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진실한 뜻이 합해져야 하는데, 제자가 자기 분수를 모르고 스승을 배반하거나 다른 스승 찾아가기를 번갈아 하게 되면 올바른 교육의 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象曰 勿用取女는 行이 不順也라.

상왈 물용취녀    행    불순야

상전에 말하였다. “여자를 취하지 말라는 것은 행실이 순하지 않아서이다.”

 

  육삼과 같은 여자를 취하지 말라는 것은 그 행실이 순하지 못하여 가정도 잘 꾸리지 못하고 올바른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六四는 困蒙이니 吝토다.

육사   곤몽       인

육사는 몽매함에 곤궁하니 인색하도다.

困:곤할 곤

 

  음이 네 번째 육사는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홀로 스승에게서 멀어진 상태이다. 초육과 육삼은 구이 양과 가깝고, 육오는 구이와 잘 응하고 있으나, 육사는 스승인 구이와 멀리 떨어져 있고 또한 응하는 관계인 초육도 몽매한 음이다. 그래서 배우고자 하여도 스승을 찾을 수 없는 곤궁한 상태이니 인색하다. 마치 가정형편이 어려워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고 독학(獨學)하거나, 참다운 스승을 찾지 못하여 어렵게 공부하는 것과 같다.

 

象曰 困蒙之吝은 獨遠實也라.

상왈 곤몽지린    독원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곤몽의 인색한 것은 홀로 실상에서 멀어서이다.”

 

  육사는 홀로 실상, 즉 스승인 구이 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곤궁하고 인색한 것이다.

 

六五는 童蒙이니 吉하니라.

육오    동몽      길

육오는 아이의 몽매함이니 길하다.

 

  육오는 양 자리에 음으로 있으나, 외괘의 중을 지키고 있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린 몽괘의 상황에서는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니, 응하고 있는 스승 구이에게 순하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象曰 童蒙之吉은 順以巽也일새라.

상왈 동몽지길    순이손야

상전에 말하였다. “아이의 몽매함이 길한 것은 순하고 공손하기 때문이다.”

順:순할 순   巽:공손할 손

 

  외괘가 간으로 산처럼 후덕한 가운데, 육오 음이 변하면 외괘가 손으로 되니 겸손하게 중도를 지켜 나가는 상이다.

 

上九는 擊蒙이니 不利爲寇오 利禦寇하니라.

상구    격몽       불리위구   이어구

상구는 몽매함을 치니, 도적이 됨이 이롭지 않고 도적을 막음이 이롭다.

擊:칠 격   寇:도적 구   禦:막을 어

 

  상구는 몽괘의 마지막 음자리에 양으로 와 있고 중을 얻지 못하여 지나치게 강하게 할 우려가 있다. 몽괘에서는 상구 양과 구이 양이 유약하고 몽매한 음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는데, 구이는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상구는 몽매한 자들을 선도해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몽매함을 친다(擊蒙)고 했는데, 이는 상구 양이 몽매한 음들이 교육을 잘 안받고 탈선행위(도적질)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러나 상구가 음자리에 양으로 있기 때문에 지나치다 보면, 오히려 상구 스스로가 도적질을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도적이 됨이 이롭지 않다고 하였다.

 

象曰 利用禦寇는 上下 順也라.

상왈 이용어구    상하 순야

상전에 말하였다. “도적을 막음이 이로운 것은 위와 아래가 순해서이다.”

 

  몽매한 자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탈선행위(도적질)를 막는 것이 이롭다고 한 것은 위(외괘)와 아래(내괘)의 모든 음들이 순하기 때문이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163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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