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의
밖에 험한 상황이 있으니 안으로 힘을 기르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라(飮食宴樂).
괘명과 괘상
외괘가 감수(坎水)☵, 내괘가 건천(乾天)☰으로 이루어진 괘의 명칭을 ‘수(需)’라고 한다. ‘수(需)’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다린다는 뜻이다. 천지 기운의 교감으로 만물이 어렵게 나와 어린 상태이니, ‘몽괘’에서는 정신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고 ‘수괘’에서는 음식으로 보양하면서 현실적인 능력을 키우며 때가 되기를 기다린다. ‘수뢰둔’괘에서 만물이 나오고 창업을 하여 ‘산수몽’괘에서 정신적인 교육을 받고 ‘수천수’괘에서 내괘가 건☰으로 건실하게 되었지만, 아직 외괘가 감☵으로 앞의 상황이 험한 상태이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산수몽괘 다음에 수천수괘를 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物穉不可不養也라 故로 受之以需하니 需者는 飮食之道也라.
물치불가불양야 고 수지이수 수자 음식지도야
물건이 어리면 가히 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수(需)로써 받으니 수(需)는 음식의 도이다.
穉:어릴 치 養:기를 양 飮:마실 음
물건이 어렵게 나와 어린 상태이므로 길러야 하니, ‘몽괘’에서는 정신적인 교육을 받고 ‘수괘’에서는 음식으로써 체력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괘사
需는 有孚하야 光亨코 貞吉하니 利涉大川하니라.
수 유부 광형 정길 이섭대천
‘수’는 믿음이 있어서, 빛나고 형통하고 바르게 하여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需:기다릴 수(구할 수) 孚:미쁠 부 涉:건널 섭
내괘가 건천☰으로 건실하니 믿음이 있고 또한 빛나고 형통하지만 외괘가 감수☵로 험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다. 그러나 큰 내는 반드시 건너가야 하듯이 험한 상황을 극복해야 이롭다. 특히 수괘의 여섯 효 가운데 양자리에 양으로 와서 제 자리를 얻고 외괘의 중을 지킨 ‘구오’는 비록 험한 감☵의 가운데에 있으나, 중정하기 때문에 믿음을 두고 빛나고 형통하고 바르게 해서 큰 일을 할 수 있는 주효(主爻)가 된다. 단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전
彖曰 需는 須也니 險이 在前也니
단왈 수 수야 험 재전야
剛健而不陷하니 其義 不困窮矣라.
강건이불함 기의 불곤궁의
需有孚光亨貞吉은 位乎天位하야 以正中也오
수유부광형정길 위호천위 이정중야
利涉大川은 往有功也라.
이섭대천 왕유공야
단전에 말하였다. “수(需)는 기다림이니 험함이 앞에 있으니, 강하고 굳세어서 빠지지 않으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다. ‘수유부광형정길’은 천위(天位)에 자리하여 바르고 가운데 하기 때문이요, ‘이섭대천’은 가서 공이 있는 것이다.”
須:기다릴 수(모름지기 수) 險:험할 험 前:앞 전 陷:빠질 함 矣: 어조사 의
수괘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이유는 외괘 감☵의 험함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괘가 건천☰으로 강건하고 또한 구오는 외괘 감☵에 있으나 중정하여 험한 데에 빠지지 않는다. 이는 천지기운으로 어렵게 나와 ‘몽괘’에서 바른 교육을 받고 ‘수괘’에서 체력과 기운을 강하게 하니 그 뜻이 곤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구오는 하늘자리에 거하여 중정하니, 큰 일을 도모하여 공을 세울 능력이 있는 것이다.
괘상사
象曰 雲上於天이 需니 君子 以하야 飮食宴樂하나니라.
상왈 운상어천 수 군자 이 음식연락
상전에 말하였다. “구름이 하늘로 오르는 것이 수(需)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마시고 먹으며 잔치를 벌여 즐긴다.”
雲:구름 운 上:오를 상 宴:잔치 연 樂:즐길 락
내괘가 건(乾)☰이니 하늘이고, 외괘가 감수(坎水)☵이고 외호괘가 이화(離火)☲이니 습기가 하늘 위로 오르지만 외호괘 이화☲의 작용으로 비는 안 오고 구름만 하늘로 오르는 상이다.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군자는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알고 음식으로 잔치벌이면서 굳건하고 중정한 마음으로 때를 기다린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需于郊라 利用恒이니 无咎리라.
초구 수우교 이용항 무구
초구는 들에서 기다린다. 항상함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
郊:들 교(성 밖) 恒:항상 항
초구는 외괘 감☵의 험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들에서 기다리는 상이다. 그러나 맨 아래에 있고 중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양자리에 양으로 와 있어 조동(躁動)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항상한 덕을 갖추어야 함을 경계하였다.
象曰 需于郊는 不犯難行也오 利用恒无咎는 未失常也라.
상왈 수우교 불범난행야 이용항무구 미실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들에서 기다리는 것은 어려움을 범하지 않고 행함이요, 항상함이 이로워서 허물이 없는 것은 떳떳함을 잃지 않는 것이다.”
犯:범할 범 難:어려울 난 常:떳떳할 상
‘들에서 기다리는 것’은 어려움에 빠지지 않고자 함이고, ‘항상함을 써서 이롭고 허물이 없다’는 것은 군자로서의 떳떳함을 잃지 않음을 말한다.
九二는 需于沙라. 小有言하나 終吉하리라.
구이 수우사 소유언 종길
구이는 모래밭에서 기다린다. 조금 말이 있으나 마침내 길할 것이다.
沙:모래 사 終:마침내 종
두 번째 양은 외괘 감수(坎水)☵의 험한 데에 비교적 가까워져 모래밭에서 기다리는 상이다. 그런데 내호괘가 태택(兌澤)☱으로 연못이 되고, 또한 외괘 감☵에 가까워지니 조심하라는 말을 조금 듣게 된다. 태☱는 입(口)이 되고 말하는 것(說)이 되고 작은 것(小)이 되니, ‘소유언(小有言)’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러나 구이가 내괘 건☰체에 중을 지키고 있으니, 중도로 처신을 잘하면 마침내 길하게 된다.
象曰 需于沙는 衍으로 在中也니 雖小有言하나 以吉로 終也리라.
상왈 수우사 연 재중야 수소유언 이길 종야
상전에 말하였다. “모래밭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너그러움으로 가운데 있는 것이니, 비록 조금 말이 있으나 길함으로 마칠 것이다.”
衍:너그러울 연(넘칠 연) 雖:비록 수
‘모래밭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구이가 내괘의 중을 지키고, 음자리에 양으로 있어 너그러움으로 본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위험하다는 말이 있더라도 처신을 잘하여 길하게 된다.
九三은 需于泥니 致寇至리라.
구삼 수우니 치구지
구삼은 진흙 밭에서 기다리니, 도적이름을 이룰 것이다.
泥:진흙 니 致:이룰 치(부를 치) 寇:도적 구 至:이를 지
구삼은 양자리에 양으로 있고 중에서 벗어나 내괘의 극에 있으며, 아울러 외괘 감☵의 험한 데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험한 물가에 근접하여 진흙 밭에서 기다리는 상이니, 위험함을 스스로 초래하게 되어 도적을 부르는 격이다.
象曰 需于泥는 災在外也라 自我致寇하니 敬愼이면 不敗也리라.
상왈 수우니 재재외야 자아치구 경신 불패야
상전에 말하였다. “진흙 밭에서 기다리는 것은 재앙이 밖에 있는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도적을 이르게 하니, 공경하고 삼가면 패하지 않을 것이다.”
災:재앙 재 外:바깥 외 自:부터 자 敬:공경할 경 愼:삼갈 신 敗:패할 패
구삼이 외괘 감수☵의 험한 데에 근접해 있으니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는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강하기만 하고 중도를 잃고 지나치게 행하다가 위험을 초래한 격이다. 그러나 내괘의 양강한 건☰에 있고, 구삼이 동하면 음으로 바뀌면서 외호괘가 간☶으로 되니 그쳐서 삼가고 공경하면 실패함이 없을 것이다.
六四는 需于血이니 出自穴이로다.
육사 수우혈 출자혈
육사는 피에서 기다리니, 구멍으로부터 나오도다.
血:피 혈 穴:구멍 혈
육사는 음자리에 음으로 있고 외괘 감☵의 험함에 빠진 상태이다. 외괘 감수☵에서 음자리에 있으니 ‘피(血)’라 한 것이고, 내호괘가 태☱이니 구멍의 상이 나온다. 이는 험한 데에 빠짐을 말한다. 그러나 외호괘가 이화☲로 밝게 판단할 수 있으니, 험한 구멍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
象曰 需于血은 順以聽也라.
상왈 수우혈 순이청야
상전에 말하였다. “피에서 기다리는 것은 순하게 들어서이다.”
聽:들을 청
육사가 험한 데에 빠져 있다가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음자리에 음으로 있어 순하고 외호괘 이화☲의 밝음으로 주변의 말을 잘 들어 판단을 잘하기 때문이다.
九五는 需于酒食이니 貞코 吉하니라.
구오 수우주식 정 길
구오는 술과 음식에서 기다리니 바르고 길하다.
酒:술 주
구오는 양자리에 양으로 있어 외괘의 중을 지키니 중정(中正)한 상태이다. 그래서 정작 외괘 감수☵의 험한 가운데 있음에도, 중정한 마음으로 슬기롭게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외괘가 감수☵이니 술과 음식의 상이 나온다. 군자의 심법(心法)은 어려운 가운데 있으면서도 조급하게 하지 않고, 중정한 덕으로 때를 판단하여 술과 음식으로 잔치벌이는 여유로움으로 낙천지명(樂天知命)하면서 기다린다. 그래서 괘사에 표현되어 있듯이 때가 되면 큰 내를 건너는 공을 세울 수 있다.
象曰 酒食貞吉은 以中正也라.
상왈 주식정길 이중정야
상전에 말하였다. “술과 음식에서 기다려 바르고 길한 것은 가운데하고 바르기 때문이다.”
上六은 入于穴이니 有不速之客三人이 來하리니 敬之면 終吉이리라.
상륙 입우혈 유불속지객삼인 래 경지 종길
상육은 구멍에 들어가니, 청하지 않은 손님 세 사람이 올 것이니, 공경하면 마침내 길할 것이다.
穴:구멍 혈 速:부를 속(빠를 속) 客:손 객
상육은 음이 음자리에 있어 구멍(穴)이고, 상육이 변하면 음이 양으로 바뀌면서 외괘가 손☴이 되니 구멍에 들어가는 상이다(巽 入也). 그런데 청하지 않은 손님이 뜻밖에 오게 되니, 손☴의 겸손함으로 공경하면 마침내 길하게 된다. 청하지 않은 손님이라는 것은 내괘의 양 세 효☰를 말하는데, 상육이 동하여 외괘가 손☴이 되면 험한 것이 사라지게 되어 그동안 때를 기다리던 초구 구이 구삼의 세 사람이 오게 되는 것이다.
象曰 不速之客來敬之終吉은 雖不當位나 未大失也라.
상왈 불속지객래경지종길 수부당위 미대실야
상전에 말하였다. “‘불속지객래경지종길’은 비록 위는 마땅하지 않으나, 크게 잃지는 않는다.”
雖:비록 수 當:마땅할 당 未:아닐 미
상육은 맨 위에 있고 음자리에 음으로 거하여 유약하니 뜻밖의 손님(내괘의 세 양효)을 맞이할 수 있는 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不當位’라고 하였다. 그러나 공경함으로 맞이하게 되면 상육 자신의 본분을 크게 잃지 않는다.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171∼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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