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십익전(十翼傳)」의 성격
1) 「십익전」의 의의
『주역』 64괘 384효의 경문(經文) 이외에 그 뜻을 해석하고 주역의 이치를 발현한 해설전을 십익(十翼)이라고 하는데, ‘십익(十翼)’이란 명칭은 후한(後漢)에서 시작되었다. ‘십익’은 『주역』을 새의 날개처럼 돕고 있는 열 가지의 문헌이라는 의미이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주역』에서 경(經)은 괘상과 64괘 괘사, 384효 효사로 이루어지며, 문언전(乾卦文言傳·坤卦文言傳)·단전(彖傳)·상전(卦象傳·爻象傳)·계사전(繫辭上傳·繫辭下傳)·설괘전(說卦傳)·서괘전(序卦傳)·잡괘전(雜卦傳) 등은 전(傳)에 해당하는데, 이를 공자가 집대성하였다고 하여 ‘공자의 십익(十翼)’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엄격히 말하면 전(傳)은 문언전·단전·상전·계사전·설괘전·서괘전·잡괘전 등 7전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7가지의 전을 10가지로 하기 위해 논자에 따라 「문언전」을 건괘문언전과 곤괘문언전으로 나누고, 「상전」을 대상전(卦象)과 소상전(爻象)으로 나누거나, 「계사전」을 상전과 하전으로 나누고, 「서괘전」을 상전과 하전으로 나누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분하여 각각 10가지로 만들어 주장하고 있다.
공자가 열 가지 날개를 달았다고 하여 ‘십익(十翼)’이라 하지만, 꼭 전(傳)을 10가지로 구분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 전해지는 전은 분명히 7전이다. 이를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굳이 10가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며,‘십익(十翼)’의 의미를 10이라는 수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를 살려 주역 경문에 대한 해설을 더없이 완벽하게 했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본다.
2) 「십익전」의 사상체계
전통적으로 『주역』은 유가(儒家)의 최고경전이자 철학의 근원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많은 학자들이 실증적이고 철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주역』에 내재된 원리와 사상이 반드시 유가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십익전」의 문장과 사상체계를 분석한 결과 「십익전」에는 도가(道家)의 사유체계가 깊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논자에 따라서는 『주역』의 원리와 사상체계를 개괄적으로 볼 때, 유가보다는 오히려 도가에 가깝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역전(易傳), 즉 십익전이 춘추전국시대의 오랜 기간을 걸쳐 형성되었기에, 당시의 제자백가 사상 가운데 유력한 사상체계가 혼합되어 표현되었고, 특히 유가와 도가 사상이 근본사상으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십익(十翼)의 모든 내용을 공자가 서술하지 않았다는 점과 십익에 내재된 사상이 유가사상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역전(易傳), 즉 십익에는 공자(孔子)의 사상(思想)과 경륜(經綸)이 담겨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주역』을 ‘만학(萬學)의 제왕(帝王)’으로 등극시킨 「계사전(繫辭傳)」은 유가의 최고 철학을 담고 있는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하였다고 하니 『역경』 자체를 지은 것이 아님은 분명하겠지만, 또한 십익(十翼) 자체도 공자의 제자와 진한대의 여러 학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역경(易經)과 역전(易傳)에 드리워진 주된 사상과 철학은 공자(孔子)의 사상(思想)과 철학(哲學)으로 대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십익전(十翼傳)」의 개요
십익전 가운데 단전과 상전은 경문(經文) 괘사(卦辭) 효사(爻辭)에 이어서 수록되어 있고, 문언전은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 첨부되어 있다. 그리고 계사전·설괘전·서괘전·잡괘전은 경문에 대한 부록형식으로 첨부되어 있다.
「단전」(彖傳)은 64괘의 각 괘사를 풀이한 글로 괘사 다음에 편제되어 있다.
「상전」(象傳)은 괘상을 바탕으로 하여 군자가 본받아야 할 덕목을 서술한 괘상전(卦象傳)과 효상을 바탕으로 효사를 설명한 효상전(爻象傳)으로 구분된다. 괘상전은 대상전(大象傳)이라고도 하고 앞서 언급한 단전 다음에 편제되어 있으며, 효상전은 소상전(小象傳)이라고도 하며 각 효사 다음에 편제되어 있다.
「문언전」(文言傳)은 특히 중천건괘와 중지곤괘가 하늘과 땅으로 만물의 근본이 되고 역(易)의 문이 되기에 그 철학적 이치를 자세히 설명한 글이다. 중천건괘의 괘사·단사·상사·효사 등을 더 자세히 설명한 건문언전(乾文言傳)과 중지곤괘의 괘사·단사·상사·효사 등을 더 상세하게 설명한 곤문언전(坤文言傳)으로 구분되며, 각각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의 말미에 편제되어 있다.
「계사전」(繫辭傳)은 주역의 기본원리와 특히 중요한 괘·효사의 뜻을 부연설명하고, 천지자연의 이치 등을 서술한 철학적인 내용이 풍부한 해설전으로 『주역』 상경 30괘와 하경 34괘가 끝난 뒤에 부록으로 편제되어 있다. 「계사전」은 상전(上傳) 12장과 하전(下傳)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괘전」(說卦傳)은 기본팔괘의 이치와 원리, 선천팔괘와 후천팔괘의 원리 등을 서술한 내용으로 계사전 다음에 편제되어 있다. 모두 11장으로 되어 있다.
「서괘전」(序卦傳)은 중천건괘로부터 시작하여 화수미제괘에 이르는 64괘의 순서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내용으로 설괘전 다음에 편제되어 있다. 『주역』이 상경 30괘와 하경 34괘로 구분되듯이, 「서괘전」도 이에 맞추어 상전과 하전으로 구분되어 있다.
「잡괘전」(雜卦傳)은 64괘를 섞어서 서로 상대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괘를 두 괘씩 묶어 간단하게 그 특징을 대조적으로 표현한 글로 「서괘전」 다음에 편제되어 현행본 『주역』 전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 64괘 각 괘의 구성체계
참고로 64괘 각 괘의 구성체계는 중천건괘와 중지곤괘 그리고 나머지 62괘가 다소 다른 구성을 하고 있다.
즉, 중천건괘는 『주역』이 형성된 연원에 따라 문왕의 괘사 다음에 주공의 효사와 용구사(用九辭)가 있고, 그 다음에 단전·상전(괘상전·효상전)·문언전의 순서로 되어 있다. 중지곤괘는 괘사 다음에 괘사를 풀이한 단사가 있고 그 다음에 대상전이 있으며, 그 다음에는 각 효사와 효상사가 있으며, 끝으로 곤문언전이 첨부되어 있다. 이하 수뢰둔괘부터는 중지곤괘의 체계에 따라 괘사·단사·괘상사·효사·효상사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101∼103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238∼242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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