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과 해석원리
1) 『주역』 경문의 형성과정
주역경문의 형성과정을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周)나라가 중국의 천자국(天子國)으로 등장하면서, 당시 『주역』의 작자인 누군가가 하(夏)나라·은(殷)나라 때의 복관(卜官:제사장)들에 의해 이루어진 복사(卜辭:占辭)들을 중심으로 점(占)을 하게 된 사실관계와 그 결과인 점사(占辭)들을 유형별로 정리하였는데 이것이 현재의 『주역』 경전을 이루게 된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천문·지리·인사의 종합적인 인식구도로 길흉화복(吉凶禍福)에 관한 일종의 지침서로서의 주역경문 64괘 384효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둘째,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지었다는 전통적인 입장을 존중한다면,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에 의하여 64괘의 괘상(卦象)을 토대로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의 글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
셋째, 공자의 위편삼절(韋編三絶)을 통하여 주역 경문 괘·효사의 비의(秘義)가 형성되었고, 또한 괘사·효사의 의미와 내용에 관한 주석(註釋)이 이루어졌다.
넷째, 문왕·주공의 64괘 384효 괘사·효사와 공자의 주석 등을 토대로 춘추 말과 전국시대에 혹은 진(秦)나라 한(漢)나라에 이르는 기간에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다수의 문도(門徒)들에 의해 체계적인 해설서가 형성되었고, 이 해설서를 이른바 십익전(十翼傳)이라 한다.
2) 『주역』 경문해석의 핵심
『주역』경문을 해석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주역』의 형성배경을 기초로 하면, 『주역』 괘사·효사의 기본구조는 하(夏)·은(殷)·주(周) 삼대에 걸쳐 이루어진 점사(占辭)이다. 따라서 경문 괘·효사의 의미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히 은(殷)나라 말기 주(周)나라 초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아울러 그러한 괘사와 효사가 나오게 된 원리로서 64괘의 괘상(卦象)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점(占)의 기본적 속성은 당시 인간의 통상적인 판단으로는 문제해결이 곤란한 경우에 일종의 신탁(神託)으로서 복서(卜筮)가 이루어진 것이고, 또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의 일반적 특성 가운데 하나가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였다는 것을 미루어볼 때, 일반적으로 복서(卜筮)는 정치관행상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여야 한다.
셋째,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하나는 점사(占辭)가 『주역』의 자연법적인 기본원리와는 무관하게 일종의 관행 또는 우연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둘은 복관(卜官)들의 점(占)은 기본적으로 직관(直觀)의 세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역경문의 의미를 파악함에 있어서는 논리적(論理的) 사유(思惟)와 더불어 직관적(直觀的) 판단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넷째, 『주역』 64괘 384효의 구조는 매우 긴밀하게 유기적(有機的)인 관련성(關聯性)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각 괘를 원리적으로 연결하는 지괘·도전괘·착종괘·배합괘·호괘 등을 통한 변화의 원리를 파악해야 하며, 아울러 괘 자체의 중·정·응·비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다섯째, 괘사·효사가 형성된 배경에서 복관들의 직관적 판단이 이루어지고 그 판단의 결과인 점사를 유형화함에 있어 각 괘마다 나타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64괘 384효사의 문장체계가 항상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관적(直觀的) 구조(構造)를 이해하고 또한 괘상(卦象)의 원리를 유추한다면, 그 안에 내재된 각 괘와 효 상호간의 유기성(有機性)을 찾아볼 수 있다.
2. 『주역』 경문의 현대적 해석원리
인간사회는 수많은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다. 인간은 전체를 인식하면 전체를 사유할 수 있고, 자기가 속해 있는 부분(직장, 가정, 단체 등)을 인식하면 그 범주에 머무르게 된다. 사회의 원리와 인간의 인식구조가 그러하기에 『주역』경문의 내용은 다양(多樣)하고 다원적(多元的)인 구조(構造) 속에서 각각의 인식과 영역에서 풀이될 수 있다. 즉, 자연과학·사회과학·인문과학의 각 학문의 영역에서, 철학·종교학·도학 등의 각 영역에서, 소규모 집단의 구조에서 우주적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점에서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살펴본 바와 같이 『주역』 자체가 인위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자연과학적(自然科學的) 원리(原理)에 기본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과 판단에 지침을 설정하는 기준에서 볼 때, 『주역』은 ʻ상황심리학(狀況心理學)ʼ이다. 객관적으로 드리워져 있는 상황에 처하여 어떻게 마음가짐을 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하는 지표를 제시해 주는 것이 『주역』이다.
『주역』은 다양한 입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의 인식차원, 다시 말하면 인식능력과 이해력의 차이에 따라 그 해석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괘사와 효사의 일반적인 내용은 객관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지만, 그 괘사와 효사를 접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주역』을 공부함에 있어서는 부단한 정신수양이 필요하다.
『주역』경문은 의리적(義理的) 해석·도덕적(道德的) 해석·점서적(占筮的) 해석·비사적(秘辭的) 해석·신비적(神秘的) 해석·상황적(狀況的) 해석·수양론적(修養論的) 해석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의리적·상황적 해석에 기본을 두고 다른 방법은 보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너무 지나치게 비사적이고 신비적인 해석에 중점을 두게 되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허황된 관념세계에 빠지거나 술수적인 도수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존재의 본원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오는 수양이 겸해질 때, 『주역』은 제대로 보이게 된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103∼106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243∼24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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