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55. 뇌화풍(雷火豐)

돈호인 2020. 11. 6. 16:06

 

괘의

안으로는 공경하는 마음과 밖으로는 의로움이 겸비될 때 진정한 덕()으로 세상을 교화할 수 있다. 하늘도 만물을 어진 덕으로 생화하지만 숙살지기로 결실을 거두듯이, 국가를 유지하고 사회의 원만한 질서를 위해서는 때로는 엄격한 징벌이 필요하다(折獄致刑).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이화(離火)로 이루어진 괘를 ()이라 한다. 내괘는 불이요, 외괘는 우레이다. 뇌화풍(雷火)괘와 다음의 화산려(火山旅)괘는 상경(上經)의 화뢰서합(火雷噬嗑)괘·산화비(山火賁)괘와 더불어 형벌(刑罰)을 의미한다. 특히 화뢰서합괘와 뇌화풍괘는 형벌의 기본원칙을 정하고 있다. 즉 화뢰서합괘에서는 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고(明罰勅法), 뇌화풍괘에서는 옥을 판단하고 형벌을 이루는(折獄致刑) 것이다. 뇌화풍괘는 형벌을 엄하게 집행하는 괘이다.

  뇌화풍괘와 화산려괘는 형벌과 관계되어 있고, 또한 그 체는 중화리(重火離)괘에 있다. 상경 택풍대과(澤風大過)의 시대에는 재앙이 있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재앙이 중수감(重水坎)의 물과 중화리(重火離)의 불이다. 중화리괘 상효가 변하면 뇌화풍괘가 되고 중화리괘 초효가 변하면 화산려가 된다. 또한 중화리괘 초효와 상효가 함께 변한 뇌산소과(雷山小過)괘 역시 중화리괘와 관련이 있다. 중화리괘, 뇌화풍괘, 화산려괘, 뇌산소과괘의 호괘(互卦)가 모두 택풍대과괘이다.

서괘

서괘전은 뇌택귀매괘 다음에 뇌화풍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得其所歸者 必大라 故로 受之以豐하고

득기소귀자 필대    고    수지이풍

그 돌아갈 바를 얻은 자는 반드시 커진다. 그러므로 풍(豐)으로써 받고

 

  누이가 시집간다는 뇌택귀매(雷澤歸妹)괘에서 돌아갈 바를 얻게 되면, 그 자리에서 커지게 된다. 그래서 풍대(豊大)하다는 풍괘()를 다음에 둔 것이다.

  「서괘전(序卦傳)은 괘명(卦名)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순서대로 전달하고자 풀이하고 있다. 그야말로 괘의 순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만, 본래의 의미와 다소 거리가 있는 설명이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대표적이다. 원리적으로 보면, 뇌택귀매괘는 모든 사회현상이 매우 부당한 상황을 의미하니, 이 혼란의 극치에 이르러 인간은 명()을 마치고 사라지게 됨을 알아야 한다고 경계한 것이다(永終 知). 그러한 귀매괘 다음에는 이른바 하늘의 재앙 즉 큰 형벌이 이른다. 극도의 혼란을 징계하는 형벌은 하늘의 큰 형벌이다. 이것은 인간이 정한 세속적 형벌과는 다르다. 뇌화풍괘는 《주역》 55번째에 있다. 55수는 하도(河圖) ()의 총합이기도 하다. 계사상전9장은 다음과 같이 하도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이니 天數 五오 地數 五니 五位相得하며 而各有合하니 天數 二十有五오 地數 三十이라. 凡天地之數 五十有五니 此 所以成變化하며 而行鬼神也라.

하늘 하나, 땅 둘, 하늘 셋, 땅 넷, 하늘 다섯, 땅 여섯, 하늘 일곱, 땅 여덟, 하늘 아홉, 땅 열이니, 하늘 수가 다섯이요, 땅의 수가 다섯이니, 다섯 자리가 서로 얻으며 각각 합함이 있으니, 하늘 수는 25요, 땅의 수는 30이다. 무릇 천지의 수가 55니, 이것이 변화를 이루며 귀신을 행한다.

 

괘사

豐은 亨하니 王이아 假之하나니 勿憂홀전 宜日中이니라.

풍    형       왕      격지          물우       의일중

풍(豐)은 형통하니 왕이 이르니 근심치 말 것이니 마땅히 해가 가운데이다.

豐:풍성할 풍   假:이를 격   憂:근심할 우   宜:마땅할 의

 

  풍()은 형통하다. 지상(地上)에 만물이 풍대(豊大)하여 인간이 살기 좋기 때문에 형통하다는 뜻이 아니고, 우레와 불로 하늘의 심판이 있으니 인간사회가 바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형통한 것이다. 인간사회를 징벌하기 위해 왕()이 이르니, 인간으로서는 근심할 필요가 없다. 근심한다고 회피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문명이 풍대해지고 정신문명이 피폐해진 시대이니,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하늘의 징벌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중천(中天)에 떠 있으니, 인간 위주의 물질문명이 곧 기울게 된다. 왕은 어디에서 오는가? 선천을 의미하는 상경의 마지막 괘인 중화리(重火離)괘 상효가 변하면 뇌화풍(雷火)괘가 되는데, 중화리괘 상구효사에는 왕이 나가서 치면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니, 머리를 끊고 얻는 것이 그 무리가 아니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王用出征이면 有嘉折首獲匪其醜无咎리라)라고 했다. 깊이 음미해볼 내용이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豐은 大也니 明以動이라 故로 豐이니

단왈 풍    대야    명이동      고    풍

王假之는 尙大也오 勿憂宜日中은 宜照天下也라.

왕격지    상대야    물우의일중   의조천하야

日中則昃하며 月盈則食하나니 天地盈虛도 與時消息이온

일중즉측       월영즉식          천지영허   여시소식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이황어인호    황어귀신호

단전에 말하였다. “풍(豐)은 큰 것이니, 밝음으로써 움직인다. 그러므로 풍(豐)이니, ‘왕이 이른다’는 것은 숭상함이 큼이요, ‘근심하지 말 것이니 마땅히 해가 가운데이다’는 것은 마땅히 천하를 비추는 것이다. 해가 가운데하면 기울어지며, 달이 차면 먹히니, 천지가 차고 비는 것도 때로 더불어 줄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랴!”

尙:숭상할 상   照:비출 조   昃:기울 측   盈:찰 영  食:먹을 식·지울 식·밥 사·기를 사

 

  풍()은 큰 것이다. 내괘 이화(離火)로 밝게 하여 외괘 진뢰()로 움직이니 풍대(豊大)한 것이다. 왕이 이른다는 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왕으로서 숭상하는 것이 크다는 뜻이다. 근심치 말고 마땅히 일중(日中)이라는 것은 마땅히 천하를 밝게 비추기 위한 것이다. 해가 중천에 뜨면 곧 기울어지고 달이 보름이 되면 곧 먹혀들어가듯이, 천지가 차고 비는 것도 다 때와 더불어 줄어들고 불어나는데, 하물며 인간사회며, 하물며 귀신이랴인간사회나 귀신이나 다 천지이치와 같다는 말이다. 而況於人乎況於鬼神乎라는 내용은 중천건(重天乾)괘 구오효사를 설명한 문언전(文言傳)에 나온바 있다. 중천건괘 구오효와 뇌화풍괘가 또한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볼 내용이다.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해서, 하늘보다 먼저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에 해도 하늘을 받드니, 하늘도 또한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랴!

 

괘상사

象曰 雷電皆至 豐이니 君子 以하야 折獄致刑하나니라.

상왈 뇌전개지 풍      군자 이       절옥치형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번개가 다 이르는 것이 풍(豐)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옥(獄)을 판결하고 형벌을 이룬다.”

雷:우뢰 뢰   電:번개 전   皆:다 개   折:꺾을 절·결단할 절   獄:옥 옥 

致:이를 치·이룰 치·다할 치·보낼 치·맡길 치·그만둘 치   刑:형벌 형

 

  외괘 우레와 내괘 번개가 한꺼번에 다 이르는 것이 풍()이다.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군자는 옥사(獄事)를 판결하고 형벌을 이룬다. 즉 형벌을 엄하게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상경의 화뢰서합(火雷噬嗑)괘는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을 밝힌 것이라면, 뇌화풍괘는 엄격한 형벌집행을 뜻한다. 화뢰서합괘의 괘상전과 비교해 보자.

 

火雷噬嗑卦

象曰 雷電이 噬嗑이니 先王이 以하야 明罰勅法하니라.

상전에 말하였다. “우레와 번개가 서합이니, 선왕이 이를 본받아 벌을 밝히고 법을 제정하였다.”

 

뇌화풍괘의 효사(爻辭)의 내용은 매우 난해(難解)하다. 평상시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마치 기독교 《성경》요한계시록과 같은 신비적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뇌화풍괘의 각 효가 변한 지괘(之卦)는 모두가 큰 변화나 재앙(災殃)과 관련되어 있어, 뇌화풍괘에 깊은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遇其配主호대 雖旬이나 无咎하니 往하면 有尙이리라.

초구    우기배주      수순       무구       왕       유상

초구는 그 짝이 되는 주인을 만나되, 비록 평등하게 하나 허물이 없으니, 가면 숭상함이 있을 것이다.

遇:만날 우   配:짝 배   雖:비록 수   旬:열흘 순·고를 순  尙:숭상할 상

 

  초구는 일반 서민(庶民)의 자리이다. 뇌화풍의 대변혁기(大變革期)에는 그동안 인간의 관점에서 형성되어 왔던 모든 위계질서(位階秩序)가 달라진다. 마치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平等)한 것과 같다. 죄 없는 백성으로서는 하늘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풍괘(豐卦)의 상황에서 백성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주인(配主)을 만나 비록 과거의 처지가 다르더라도 이에 연연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면 허물이 없다. 같은 인간이라면 인간 위에 군림(君臨)하는 인간은 없다. 이렇게 나아가면 천성(天性)을 회복하여 숭상함이 있다. 평등을 지나쳐 인간 위에 군림하고자 하면 재앙이 된다.

  효의 자리로 볼 때, 초구의 짝은 구사가 된다. 초구는 아래에 있으니 위()는 낮으나 양 자리에 양으로 제자리에 있고, 구사는 위()는 높으나 음 자리에 양으로 부당하니, 초구와 구사는 이래저래 평등하다. 우레와 번개가 함께 이르는 것이 풍괘이니, 초구와 구사가 함께 만나 풍괘의 의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象曰 雖旬无咎니 過旬이면 災也리라.

상왈 수순무구    과순       재야

상전에 말하였다. “비록 평등하게 하면 허물이 없으니, 평등함을 지나치면 재앙이 될 것이다.”

 

六二는 豊其蔀라. 日中見斗니 往하면 得疑疾하리니 有孚發若하면 吉하리라.

육이    풍기부    일중견두    왕       득의질         유부발약       길

육이는 그 포장이 풍성하다. 한 낮에 두수(斗宿)를 보니, 가면 의심의 병을 얻을 것이니, 믿음을 두어 발하는듯하면 길할 것이다.

蔀:차양 부·덮개 부·일흔여섯해 부   斗:말 두·별이름 두    疑:의심할 의

 

  육이는 내괘 이화(離火)에서 중정한 자리에 있다. 극도로 문명한 풍괘()에서 이화(離火)포장(겉치레)이 풍성한 상태이다. 이는 인간이 쌓아 온 물질문명이 극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때에 한낮에 동북방에 있는 두성(斗星)을 본다. 두성은 28수 가운데 북방칠수(北方七宿)의 하나이다.

  한낮에 별을 본다는 것은 천지가 크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큰 변화가 일어나면 대부분의 인간은 두려움과 공포에 꼼짝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러한 때에 가면 인간들로부터 의심과 질투의 병을 얻게 된다. 그러나 믿음을 두고 뜻을 발하면 모든 대중이 육이의 뜻을 따르게 되니 길하다.

  또한 형벌집행(刑罰執行)의 의미로 보면, 깜깜한 형무소에 갇혀 있어 한낮에도 별을 보는 듯하니, 가면 같은 형무소에 있는 죄인들로부터 의심의 병을 얻게 되지만 믿음을 두고 뜻을 발하면 길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象曰 有孚發若은 信以發志也라.

상왈 유부발약    신이발지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음을 두고 발하는듯함은 믿음으로써 뜻을 발하는 것이다.”

 

九三은 豐其沛라. 日中見沬오 折其右肱이니 无咎니라.

구삼    풍기패    일중견매    절기우굉       무구

구삼은 그 장막이 풍성하다. 한낮에 작은 별을 보고, 그 오른팔을 끊으니 허물할 데가 없다.

沛:늪 패·많을 패·성할 패·덮일 패·어두울 패·장막 패  沬: 땅이름 매·어둑어둑할 매·작은 별 매   折:꺾을 절   肱:팔뚝 굉

 

구삼은 중을 얻지 못하고 양() 자리에 양으로 강하게만 있어, 온갖 장막과 깃발 등으로 풍성하게 가려져 어두워진 상태이다. 그러니 마치 한낮에 작은 별을 보는 것과 같다. 또한 그 오른 팔을 끊기는 형벌을 받으니 그 누구를 허물하겠는가? 장막에 풍성하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본성(本性)이 아닌 허례(虛禮)와 허식(虛飾), 헛된 명예욕(名譽慾) 등으로 가려진 상태를 말한다. 역시 한낮에 작은 별을 볼 정도로 마음이 어두워졌다는 뜻이다. 이는 또한 구이와 마찬가지로 형무소에 갇혀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구삼은 오른팔을 끊기는 벌을 받으니 어찌하겠는가? 큰 일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아무 쓰임도 못된다.

 

象曰 豐其沛라 不可大事也오 折其右肱이라 終不可用也라.

상왈 풍기패    불가대사야    절기우굉      종불가용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장막에 풍성하다. 큰 일을 하지 못할 것이요, 그 오른팔을 끊는다. 마침내 쓰지 못한다.”

 

九四는 豊其蔀라. 日中見斗니 遇其夷主하면 吉하리라.

구사    풍기부    일중견두    우기이주       길

구사는 그 포장이 풍성하다. 한낮에 두성(斗星)을 보니, 그 평등한 주인을 만나면 길할 것이다.

夷:오랑캐 이·평평할 이·상할 이·떳떳할 이

 

  구사는 외괘 진뢰(震雷)에 거하고 음 자리에 양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다. 본성(本性)을 잃고 헛된 욕심이 극심하여 포장만 풍성하다. 한낮에 두성을 보는 것과 같다. 역시 형무소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초구가 배주(配主)인 구사를 만나듯이, 마찬가지로 평등한 주인(夷主, 초구)을 만나면 길하게 된다. 초구와 구사는 뇌화풍괘에서 서로 만나 큰 일을 해야 할 상황에 있다. 초효와 사효가 함께 변하면 지괘()가 지산겸(地山謙)괘가 되는데, 온갖 욕심을 버리고 본성을 찾아 겸손하고 겸손하면 길하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뇌화풍괘의 구사효는 괘변(卦變)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구사효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지화명이(地火明夷)괘가 되니, 이를 암시하여 이주(夷主)라고 한 것이다. 즉 뇌화풍괘는 지화명이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은나라 말기의 암울한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지화명이괘를 함께 고찰하면, 뇌화풍괘의 의미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象曰 豊其蔀는 位不當也일새오 日中見斗는 幽不明也일새오 遇其夷主는 吉行也라.

상왈 풍기부    위부당야         일중견두    유불명야          우기이주    길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포장이 풍성함은 위(位)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요, 한낮에 두성을 봄은 어두워서 밝지 못하기 때문이요, 그 평등한 주인을 만남은 길하게 행하는 것이다.”

幽:그윽할 유

 

六五는 來章이면 有慶譽하야 吉하리라.

육오    래장      유경예       길

육오는 빛남을 오게 하면, 경사와 명예가 있어서 길할 것이다.

章:문채 장·밝을 장·나타날 장   慶:경사 경   譽:기릴 예

 

육오는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는 부당하나, 외괘에서 중()을 얻고 있다. 겉으로는 불과 우레로 밝음이 풍대하지만, 그 실상은 깊은 어두움에 빠져 있는 어려운 상황이 풍괘()이다. 육오 인군으로서 진정한 밝음이 오게 하면 경사가 있고 명예가 있을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길하다. 육오가 변하면 지괘(之卦)가 택화혁(澤火革)괘가 되는데, 혁괘(革卦) 구오효사에 대인이 호랑이같이 변하니 점을 하지 않음에 믿음이 있을 것이다(九五大人虎變이니 未占有孚니라)라고 하였다.

 

象曰 六五之吉은 有慶也라.

상왈 육오지길    유경야

상전에 말하였다. “육오의 길함은 경사가 있는 것이다.”

 

上六은 豐其屋하고 蔀其家라. 闚其戶하니 闃其无人하야 三歲라도 不覿이로소니 凶하니라.

상육    풍기옥      부기가     규기호       격기무인      삼세       부적             흉

상육은 그 집을 풍대하게 하고 그 집을 덮는다. 그 문을 엿보니 고요해서 그 사람이 없어서 3년이라도 보지 못하니 흉하다.

屋:집 옥·지붕 옥·덮개 옥   蔀:덮을 부   窺:엿볼 규  戶:지게(외짝문) 호·방 호·집 호   闃:고요할 격   覿:볼 적

 

  인간의 물질문명이 극에 달하니 고층빌딩이 도시를 가리고 작은 집을 덮어버린다. 어느 집이든 문을 열고 엿보아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으니 3년이 되도록 보지 못하니, 흉하다. 이 내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오늘날 고층빌딩 아파트 등 대도시의 현상을 그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마치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교훈을 말하는 것 같다.

  상육이 변하면 중화리(重火離)괘가 된다. 뇌화풍괘와 중화리괘의 의미를 깊이 새겨 볼 필요가 있다.

 

象曰 豐其屋은 天際翔也오 闚其戶闃其无人은 自藏也라.

상왈 풍기옥    천제상야    규기호격기무인    자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집을 풍대하게 함은 하늘 끝까지 오름이요, 그 문을 엿보아 고요해서 그 사람이 없음은 스스로 감추어진 것이다.”

際:사이 제·가(변두리)제·닿을 제   翔:빙빙 돌아 날 상    藏:감출 장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577∼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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