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

54. 뇌택귀매(雷澤歸妹)

돈호인 2020. 11. 6. 00:19

 

괘의

만상이 변화하여 무상한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진정한 영원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세계의 영원함을 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실세계는 항상 변하고 있다. 또한 동등한 사회적 관계가 있는 반면에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도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에 직면하여 대처해 나가는 군자가 되어야 한다(永終知敝).

 

괘명과 괘상

  외괘가 진뢰(震雷),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귀매(歸妹)라 한다. 글자 그대로 보면 누이동생을 시집보낸다는 뜻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점괘(漸卦)와 귀매괘(歸妹卦)는 여자가 혼인하는 것으로 그 뜻을 취하였는데, 점괘(漸卦)는 정상적인 부부의 예로 설명한 것이라면, 귀매괘(歸妹卦)는 비정상적인 남녀의 만남을 뜻한다. 바른 예로 만나면 가히 모범이 되지만, 비정상적인 만남은 모든 상황을 어렵게 하고 쉽게 헤어지고 쉽게 떨어진다.

  정자(程子)역전(易傳)에서 택산함(澤山咸)괘와 뇌풍항(雷風恒), 풍산점(風山漸)괘와 뇌택귀매(雷澤歸妹)괘를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咸恒은 夫婦之道요 漸歸妹는 女歸之義라. 咸與歸妹는 男女之情也니 咸은 止而說하고 歸妹는 動而說하니 皆以說也요 恒與漸은 夫婦之義也니 恒은 巽而動하고 漸은 止而巽하니 皆以巽順也니 男女之道와 夫婦之義 備於是矣라.

‘함괘’와 ‘항괘’는 부부의 도이고, ‘점괘’와 ‘귀매괘’는 여자가 시집가는 뜻이다. ‘함괘’와 ‘귀매괘’는 남녀의 정이니, ‘함괘’는 그쳐서 기뻐하고 ‘귀매괘’는 기뻐서 움직이므로 다 기뻐하는 것이고, ‘항괘’와 ‘점괘’는 부부의 뜻이니, ‘항괘’는 공손해서 움직이고 ‘점괘’는 그쳐서 공손하므로 다 손순한 것이다. 남녀의 도와 부부의 의리가 여기에 갖추어져 있다.

 

  뇌택귀매괘는 풍산점괘와 마찬가지로 삼음삼양(三陰三陽)괘로, 그 체는 지천태(地天泰)괘에 있다. 지천태괘 구삼효와 육사효가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되니 뇌택귀매괘가 되는데, 뇌택귀매 육삼효는 양 자리에 음이 있어 부당하고 구사효 역시 음 자리에 양으로 있으니 부당하다. 천지기운이 평안한 지천태괘에서 중간에 있어 인간사회를 의미하는 삼효와 사효가 자리를 바꾸면서 모두 자리가 부당하게 되니, 모든 상황이 부적절하게 되는 것이다.

서괘

서괘전은 풍산점괘 다음에 뇌택귀매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漸者는 進也니 進必有所歸라 故로 受之以歸妹하고

점자    진야   진필유소귀    고    수지이귀매

점(漸)이라는 것은 나아감이니, 나아가면 반드시 돌아가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귀매(歸妹)로써 받고

 

()은 나아가는 것이다. 모든 상황이 나아가기만 할 수 없고, 나아가기만 하다보면 반드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돌아간다는 뜻을 취하여 누이가 시집간다는 귀매괘(歸妹卦)를 점괘(漸卦) 다음에 두었다.

 

괘사

歸妹는 征하면 凶하니 无攸利하니라.

귀매   정       흉       무유리

귀매(歸妹)는 가면 흉하니, 이로울 바가 없다.

歸:돌아갈 귀·시집갈 귀   妹:누이 매   攸:바 유

 

귀매(歸妹)는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기뻐하면서, 외괘 진뢰(震雷)로 움직여 가는 상이다. 풍산점(風山漸)괘와 비교해볼 때, 점괘(漸卦)는 가만히 그쳐서 겸손하게 차츰 나아가는 상이지만, 귀매괘(歸妹卦)는 기뻐함에 빠져서 망령되게 움직여 가는 상이다. 중도(中道)를 잃고 바름을 잃었으니, 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고 흉한 상황만 있을 뿐이다. 또한 초효와 상효를 제외하고 이효부터 오효까지 모든 자리가 부당하니,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뻐하기만 하며 망령되게 움직여 가는 상이다. 그러니 이로울 바가 없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歸妹는 天地之大義也니

단왈 귀매    천지지대의야

天地不交而萬物이 不興하나니 歸妹는 人之終始也라.

천지불교이만물    불흥         귀매    인지종시야

說以動하야 所歸 妹也니 征凶은 位不當也오

열이동       소귀 매야    정흉 위부당야

无攸利는 柔承剛也일새라.

무유리    유승강야

단전에 말하였다. “귀매(歸妹)는 천지의 큰 뜻이니, 천지가 사귀지 않으면 만물이 흥하지 않으니, 귀매(歸妹)는 사람의 마침과 시작이다. 기뻐함으로 움직여서 시집가는 바가 누이니, ‘가면 흉한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고, ‘이로울 바가 없는 것’은 유(柔)가 강(剛)을 탔기 때문이다.”

義:뜻 의·옳을 의   交:사귈 교   興:일어날 흥   終:마칠 종   始:비롯할 시  說:기쁠 열   乘:탈 승

 

  귀매(歸妹)는 천지의 큰 뜻이다. 천지가 항상 바르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통할 때도 있고 막힐 때도 있다. 천지(天地)가 서로 사귀지 못하면 만물이 화생하지 못하듯이, 인간사회의 모든 상황이 부당하여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이로움만 보고 배회하는 귀매괘는 사람의 마침과 비롯함이 된다. 불합리한 인간사회가 종지부(終止符)를 찍고 새로운 사회로 변해야 하는 상황이다.

  괘덕으로 볼 때 내괘 태택(兌澤)으로 기뻐하면서 외괘 진뢰(震雷)로 움직이니, 중도(中道)를 잃고 이로움만 앞세우거나 진정한 사랑보다는 말초적인 쾌락(快樂)만 추구하게 된다. 남녀관계로 보면, 정당한 부부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첩()으로 시집가거나 비정상적인 불륜관계(不倫關係)를 맺는 것이다.

  가서 흉하다는 것은 이효부터 오효까지의 모든 자리가 부당하기 때문이다. 이로울 바가 없다는 것은 귀매괘 각 효의 관계를 보건대, 내괘 초구·구이의 양() 위에 육삼의 음()이 있고, 외괘 구사효의 양() 위에 오효·상효의 음()이 있으니, 마치 아래에 있어야 할 음()이 오히려 양()을 깔고 타고 있는 격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와 상황의 기본 틀이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말한다.

 

괘상사

象曰 澤上有雷 歸妹니 君子 以하야 永終하야 知敝하나니라.

상왈 택상유뢰 귀매    군자 이       영종      지폐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위에 우레가 있는 것이 귀매(歸妹)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길이 마쳐서 떨어짐을 안다.”

永:길 영   弊:해질 폐·버릴 폐·피폐할 폐

 

내괘 태택(兌澤)의 연못 위에 진뢰(震雷)의 우레가 있는 것이 귀매괘이다. 그저 마냥 기쁨만 추구하면서 움직이니, 인간의 본성에서 벗어나면 끝내 황망히 인생을 마감하게 되고 이슬로 사라진다. 또한 연못 위에 우레가 진동하니, 연못의 평화로운 질서가 깨지고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군자는 이러한 기운의 양상을 보고 군자로서의 덕()으로 길이 마치고, 질서가 어지럽고 혼탁해지면 사회가 무너지고 인생이 피폐해짐을 아는 것이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歸妹以娣니 跛能履라. 征이면 吉하리라.

초구    귀매이제    파능리    정       길

초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제첩(娣妾)으로 보내니, 절름발이가 능히 밟는다. 가면 길할 것이다.

娣:여동생 제(손아랫동서)   跛:절름발이 파   履:밟을 리   征:갈 정

 

  초구는 양 자리에 양으로 있어 바르나 중()을 얻지 못하였다. 귀매괘는 전체적인 양상이 부당한 상황이다. 시집가는 것으로 보자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정실(正室)이 아닌 ()으로 보내는 것이다. 정식 신부(新婦)에 딸려 온 여자를 제질(娣姪)이라 하고, 첩을 제첩(娣妾)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마치 절름발이가 걷는 것처럼 부족한 듯하게 처신하면, 첩으로 시집가더라도 길하다. 즉 전체적으로 부당한 상황에서, 초구는 비록 바르지 못한 상황에 처하여 있더라도, 그 상황에서 잘 살아가려면 마치 절름발이처럼 부족한 듯 행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항상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고 부당한 상황에서도 잘 이어갈 수 있다.

 

象曰 歸妹以娣나 以恒也오 跛能履吉은 相承也일새라.

상왈 귀매이제   이항야    파능리길    상승야

상전에 말하였다. “누이동생을 제첩으로 시집보내나 항상하고, 절름발이가 능히 밟아 길함은 서로 잇기 때문이다.”

 

제첩(娣妾)살이를 하는 부당한 상황에서도 항상함을 유지하여 몸을 보전하여야 하며, 부족한 듯 때로는 바보처럼 처신을 하여야 정실(正室·신부)과 측실(側室·)이 서로 뜻을 잘 이을 수 있다. 즉 부당한 상황을 감내해야 함을 말한다.

 

九二는 眇能視니 利幽人之貞하니라.

구이    묘능시    이유인지정

구이는 애꾸눈(소경)이 능히 보니, 유인(幽人)의 바름이 이롭다.

眇:애꾸눈 묘   視:볼 시   幽:그윽할 유

 

구이는 내괘의 중을 얻은 자리이다. 그러나 음 자리에 양으로 자리가 부당하다. 내호괘가 이화(離火)로 밝은 눈의 상이나 내괘가 태택(兌澤)이니 상하여 애꾸눈(소경)이 된 상이다. 이는 세상이 온통 부당함에 구이로서는 마치 애꾸눈(소경)처럼 잘 보지 못하는 것처럼 행세하고, 그저 속세(俗世)를 떠나 도()를 닦는 사람처럼 바르게 하면 이롭다는 뜻이다.

 

象曰 利幽人之貞은 未變常也라.

상왈 이유인지정    미변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유인(幽人)의 바름이 이로움은 떳떳함을 변치 않는 것이다.”

 

六三은 歸妹以須니 反歸以娣니라.

육삼   귀매이수    반귀이제

육삼은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기다림으로써 하니, 도리어 제첩(娣妾)으로 시집보낸다.

須:수염 수·기다릴 수·잠깐 수·모름지기 수

 

육삼은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고 중도 얻지 못한 상태이다. 내호괘가 이화(離火)로 용모가 어여쁜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부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당치않게 바른 정실(正室)로 시집가려고 기다리다가, 결국은 도리어 첩()으로 시집을 보내는 격이다.

 

象曰 歸妹以須는 未當也일새라.

상왈 귀매이수    미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 데 기다리는 것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四는 歸妹愆期니 遲歸 有時니라.

구사    귀매건기    지귀 유시

구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기약이 어그러지니, 더디게 시집감이 때가 있다.

愆:허물 건·어그러질 건   期:기약할 기   遲:더딜 지

 

구사는 외괘 진뢰(震雷)의 첫 자리에 거하고 있는데, 음 자리에 양으로 부당하고 중도 얻지 못하였다. 우레처럼 빨리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훼손당하고 외호괘가 감수(坎水)로 어두운 가운데 있으니 기약(期約)이 어그러지고 지켜지지 않는다. 구사가 변하면 외괘가 곤지(坤地)로 되고, 지괘(之卦)가 지택림(地澤臨)괘로 되니, 결국 곤지(坤地)의 순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때에 임()하여 더디게 시집보내게 된다.

 

象曰 愆期之志는 有待而行也라.

상왈 건기지지    유대이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기약이 어그러지는 뜻은 기다림을 두어서 행하는 것이다.”

待:기다릴 대

 

이는 시집가는 데에도 때가 있기 때문에 기다림을 두어서 가야 함을 말한다.

 

六五는 帝乙歸妹니 其君之袂 不如其娣之袂 良하니 月幾望이면 吉하리라.

육오    제을귀매    기군지몌 불여기제지몌 양       월기망      길

육오는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니, 그 군(君)의 옷소매가 그 누이의 소매가 좋은 것만 같지 못하니, 달이 거의 보름이면 길할 것이다.

袂:소매 몌   良:좋을 량   幾:거의 기   望:바랄 망·보름 망   幾望:14일 달

 

  육오는 외괘의 중()을 얻은 자리로, 여자가 시집가는 귀매괘의 정황에서는 사회적으로 왕의 누이동생에 해당한다. 제을(帝乙)은 은()나라 말기 왕으로 상경(上經)에서 살펴 본 지천태(地天泰)괘 육오 효사에서도 등장하는 인물이다(地天泰卦 六五帝乙歸妹以祉元吉이리라).

  제을 왕이 누이를 지방의 제후인 내괘 구이에게 시집보내는 것이니, 남편될 자()의 옷소매가 황실(皇室)에 사는 누이의 옷소매보다 좋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 천자(天子)가 제후(諸侯)에게 귀한 누이를 시집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누이로서는 거만함과 도도함을 버리고, 마치 보름에 거의 이른 달처럼 조금 부족한 듯이 겸손하게 처신하면 길하다는 뜻이다.

 

象曰 帝乙歸妹不如其娣之袂良也는 其位在中하야 以貴行也라.

상왈 제을귀매불여기제지몌양야    기위재중      이귀행야

상전에 말하였다. “제을(帝乙)이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데 그 누이의 소매가 좋은 것만 같지 못한 것은 그 자리가 중에 있어 귀함으로써 행하는 것이다.”

 

上六은 女 承筐无實이라. 士 刲羊无血이니 无攸利하니라.

상육    녀 승광무실       사 규양무혈       무유리

상육은 여자가 광주리를 이는데 실물이 없다. 선비가 양을 찔러도 피가 없으니, 이로울 바가 없다.

承:받들 승·이을 승   筐:광주리 광   士:선비 사   刲:벨 규·찌를 규   羊:양 양

 

모든 상황이 비정상적인 귀매괘(歸妹卦)의 극에 처한 상육은 아무 소득이 없는 자리이다. 여자로 보면, 집안의 제사(祭祀)를 잘 받들어 가풍(家風)을 이어가야 하는데, 제사를 지내려고 광주리를 이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 아무것도 없다. 또한 남자 즉 선비로 보면, 제사를 지내려고 희생()을 바치고자 양()을 칼로 찔러도 피가 나오지 않으니, 아무리해도 좋은 결과를 볼 수가 없다. , 이로울 바가 없다. 상육이 변하면 지괘(之卦)가 어긋난다는 화택규()괘가 된다.

 

象曰 上六无實은 承虛筐也라.

상왈 상륙무실    승허광야

상전에 말하였다. “상육이 실물이 없음은 빈 광주리를 이은 것이다.”

虛:빌 허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56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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