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言曰 元者는 善之長也오 亨者는 嘉之會也오
문언왈 원자 선지장야 형자 가지회야
利者는 義之和也오 貞者는 事之幹也니
이자 의지화야 정자 사지간야
君子 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군자 체인 족이장인 가회 족이합례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이물 족이화의 정고 족이간사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군자 행차사덕자 고 왈건원형이정
善 : 착할 선 嘉 : 아름다울 가 會 : 모일 회 幹 : 줄기 간(주장하다) 體 : 몸 체 足 : 족할 족
禮 : 예도 례 固 : 굳을 고
문언전에 말하였다.
원(元)은 착함의 어른이요 형(亨)은 아름다움의 모임이요 이(利)는 의로움의 화함이요 정(貞)은 일의 줄기니, 군자가 어짊(인)을 체득함이 족히 사람을 기르며, 모임을 아름답게 함이 족히 예에 합하며, 물건을 이롭게 함이 족히 의리에 화합하며, 바르고 굳셈이 족히 일을 주장함이니, 군자가 이 네 가지 덕을 행한다. 그러므로 가로되 ‘건원형이정’이라 하는 것이다.
건괘와 곤괘는 역에 들어가는 문이다(子曰乾坤 其易之門邪). 하늘과 땅이 있기에 만물이 생성되니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 각 괘의 이치를 부연 설명하는 「문언전」이 첨부되어 있다.
하늘의 원기(元氣)는 아무 사사로움이 없는 공덕으로 만물을 생하게 하니 착함의 어른이고, 형통하다는 것은 아름다움의 모임이다. 이로움이라는 것은 의리의 화함이고, 곧다는 것(貞)은 일의 줄기로 일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군자는 어짊(사랑)을 체득하여 사람을 기르며, 모임을 아름답게 하여 예에 합하며, 물건을 이롭게 하여 의리에 합하며, 바르고 굳셈으로 일을 주장한다. 이렇게 네 가지 덕을 군자가 행하는 것은 곧 하늘의 원형이정 사덕(四德)을 실천하는 것이다.
初九曰 潛龍勿用은 何謂也오.
초구왈 잠룡물용 하위야
子曰 龍德而隱者也니 不易乎世하며 不成乎名하야
자왈 용덕이은자야 불역호세 불성호명
遯世无悶하며 不見是而无悶하야
돈세무민 불견시이무민
樂則行之하고 憂則違之하야 確乎其不可拔이 潛龍也라.
낙즉행지 우즉위지 확호기불가발 잠룡야
何 : 어찌 하 謂 : 이를 위 隱 : 숨을 은 易 : 바꿀 역 遯 : 달아날 돈(둔) 悶 : 번민할 민
是 : 옳을 시 樂 : 즐길 낙 憂 : 근심할 우 違 : 어길 위 確 : 확실할 확 拔 : 뽑을 발
초구에 이르길 ‘잠용물용’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용의 덕이되 숨어있는 것이니, 세상을 바꾸지 않으며 이름을 이루지 않아서, 세상을 피해 살아도 번민하지 않으며 옳게 여김을 보지 못하여도 번민함이 없어서, 즐거우면 행하고 근심하면 어겨서, 확고하여 그 가히 뽑을 수 없는 것이 잠룡이다.”
초구가 비록 맨 아래에 잠겨 있으나 용으로서의 덕은 갖추고 있다. 다만 때가 이르지 않았고 역량이 성숙되지 않았으니, 세상이 잘못 되도 함부로 나서지 않고, 자기 이름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번민하지 않고, 남이 자신의 옳음을 알아주지 않아도 번민하지 않으며, 즐거우면 일을 행하고 근심이 되면 일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처신함이 확고하여 어느 상황에서나 가히 뽑을 수 없는 것이 초구의 잠룡이다.
九二曰 見龍在田利見大人은 何謂也오.
구이왈 현룡재전이견대인 하위야
子曰 龍德而正中者也니 庸言之信하며 庸行之謹하야
자왈 용덕이정중자야 용언지신 용행지근
閑邪存其誠하며 善世而不伐하며 德博而化니
한사존기성 선세이불벌 덕박이화
易曰見龍在田利見大人이라하니 君德也라.
역왈현룡재전이견대인 군덕야
庸 : 평소 용 信 : 믿을 신 謹 : 삼갈 근 閑 : 막을 한 邪 : 간사할 사
伐 : 자랑할 벌 博 : 넓을 박
구이에 이르길 ‘현룡재전이견대인’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용의 덕이 바르고 가운데 한 것이니, 평소의 말을 미덥게 하며 평소의 행실을 삼가서, 간사함을 막아 그 정성을 보존하며, 세상을 착하게 해도 자랑하지 않으며, 덕을 넓게 펼쳐 교화시키니, 역에 이르길 ‘현룡재전이견대인’이라 하니 인군의 덕이다.”
구이는 내괘에서 중(中)을 얻은 자리이다. 그러니 평소의 언행을 미덥게 하고 삼가서 간사함을 막고 그 정성을 보존하고 세상을 착하게 해도 자랑하지 않으며 덕을 널리 교화시키니, 바로 천하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인군으로서의 덕이다.
「문언전」의 이 내용은 《주역》의 원리에서 중용(中庸)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글이다. 특히 ‘간사함을 막아 그 정성을 보존한다(閑邪存其誠)’는 내용은 구삼 효사를 설명한 내용 가운데 ‘말을 닦아 그 정성을 세운다(修辭立其誠)’과 더불어 정성(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문장이다. 《주역》의 중정(中正)사상을 설명한 경전이 《중용》이다. 그래서 《중용》을 ‘소주역(小周易)’이라고 한다. 《중용》 제20장에 있는 다음의 글을 음미해 보자.
誠者는 天之道也오 誠之者는 人之道也니 誠者는 不勉而中하며 不思而得하야 從容中道하나니 聖人也오 誠之者는 擇善而固執之者也니라.
勉 : 힘쓸 면 擇 : 가릴 택 執 : 잡을 집
성(誠)이란 것은 하늘의 도요, 성(誠)하려는 것은 사람의 도이니, 성(誠)이란 것은 힘쓰지 않아도 맞으며, 생각하지 않고도 얻어서 종용히 도에 맞으니 성인이요, 성(誠)하려는 것은 선을 가려서 굳게 잡는 것이다.
九三曰 君子終日乾乾夕惕若厲无咎는 何謂也오.
구삼왈 군자종일건건석척약려무구 하위야
子曰 君子 進德修業하나니 忠信이 所以進德也오
자왈 군자 진덕수업 충신 소이진덕야
修辭立其誠이 所以居業也라.
수사입기성 소이거업야
知至至之라 可與幾也며 知終終之라 可與存義也니
지지지지 가여기야 지종종지 가여존의야
是故로 居上位而不驕하며 在下位而不憂하나니
시고 거상위이불교 재하위이불우
故로 乾乾하야 因其時而惕하면 雖危나 无咎矣리라.
고 건건 인기시이척 수위 무구의
進 : 나아갈 진 修 : 닦을 수 至 : 이를 지 與 : 더불 여 幾 : 기미 기 終 : 마칠 종
驕 : 교만할 교
구삼에 이르길 ‘군자종일건건석척약려무구’는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덕에 나아가 업을 닦으니, 충성과 믿음이 덕에 나가는 것이고, 말을 닦아 그 정성을 세움이 업에 거하는 것이다. 이를 줄을 알고 이르니 가히 더불어 기미할 수 있으며, 마칠 줄을 알고 마치니 가히 더불어 의리를 존할 수 있으니, 이런 까닭으로 윗자리에 거해도 교만하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어도 근심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굳세고 굳세어서 그 때로 인하여 두려운 듯 하면 비록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을 것이다.”
구삼의 군자가 굳세게 노력하는 것은 덕에 나아가고 업을 닦기 위한 것이다. 덕에 나아가는 것은 충성과 믿음이요, 업에 거하는 것은 말을 닦아 그 정성을 세우는 것이다. 앞에 구이 효사를 설명함에는 ‘간사함을 막아 그 정성을 보존한다(閑邪存其誠)’고 하여 ‘그 정성을 보존한다(存其誠)’고 하였고, 이 구삼 효사를 설명함에는 ‘말을 닦아 그 정성을 세운다(修辭立其誠)’고 하여 ‘그 정성을 세운다(立其誠)’고 하였다. 즉 구이에서는 그 정성을 보존하고 구삼에서는 그 정성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 《중용》 제22장에 다음의 글이 있다.
唯天下至誠이아 爲能盡其性이니 能盡其性則能盡人之性이오 能盡人之性則能盡物之性이오 能盡物之性則可以贊天地之化育이오 可以贊天地之化育則可以與天地參矣니라.
唯 : 오직 유 贊 : 도울 찬 參 : 참여할 참·석 삼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어야 능히 그 성품을 다할 수 있으니, 능히 그 성품을 다하면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할 것이요, 능히 사람의 성품을 다하면 능히 물건(물상, 상황)의 성질을 다할 것이요, 능히 물건의 성질을 다하면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울 것이요, 가히 천지의 화육을 도우면 가히 천지와 더불어 참여할 것이다.
이렇게 군자가 ‘진덕수업(進德修業)’을 하면, 모든 상황에 지극한 정성으로 중도로 처하게 되어 어떤 상황에도 이를 줄 알고 이르니 더불어 일을 함께할 수 있으며, 또한 마칠 줄 알고 마치니 더불어 의리를 보존할 수 있다. 구삼은 내괘에서 외괘로 넘어가려는 자리이니, 내괘 선천에서 외괘 후천으로 이를 줄 알고 이르러야 하며 또한 외괘 후천으로 넘어가려면 내괘 선천의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중용》 제24장에 다음의 글이 있다.
至誠之道는 可以前知니 國家將興에 必有禎祥하며 國家將亡애 必有妖孽하야 見乎蓍龜하며 動乎四體라 禍福將至에 善을 必先知之하며 不善을 必先知之니 故로 至誠은 如神이니라.
將 : 장차 장 禎 : 상서로울 정 祥 : 상서로울 상 妖 : 괴이할 요 孽 : 재앙 얼 蓍 : 시초 시
지극한 정성의 도는 가히 앞일을 알 수 있으니, 국가가 장차 흥함에 반드시 상서로움이 있으며, 국가가 장차 망함에 반드시 요망함과 재앙이 있어서, 시초점과 거북점에 나타나며, 사지에 움직인다. 화와 복이 장차 이름에 선함을 반드시 먼저 알며, 선하지 못함을 반드시 먼저 알지니, 그러므로 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은 것이다.
구삼의 군자는 바로 이러한 이치를 알기 때문에 높은 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고, 낮은 자리에 있어도 근심하지 않으며, 오직 굳세게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노력하는 것이다.
九四曰 或躍在淵无咎는 何謂也오.
구사왈 혹약재연무구 하위야
子曰 上下无常이 非爲邪也며 進退无恒이 非離群也라
자왈 상하무상 비위사야 진퇴무항 비리군야
君子進德修業은 欲及時也니 故로 无咎니라.
군자진덕수업 욕급시야 고 무구
常 : 항상 상 退 : 물러날 퇴 恒 : 항상 항 離 : 떠날 리 及 : 미칠 급
구사에 이르길 ‘혹약재연무구’는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르고 내림에 항상함이 없는 것이 간사함을 하고자 함이 아니며, 나아가고 물러남에 항상함이 없는 것이 무리를 떠나려 함이 아니다. 군자가 덕에 나아가고 업을 닦는 것은 때에 미치고자 함이니, 그러므로 허물이 없는 것이다.”
구이와 구삼에서 노력한 군자가 외괘로 나아가 구사 자리에서 비룡(飛龍)이 되고자 구오 하늘로 오르려고 하는데, 때로는 올라가다가도 내려가고 때로는 나아가다가 물러나는 것이 항상함이 없게 된다. 이렇게 항상함이 없는 것은 간사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또한 같은 무리인 군자들로부터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군자가 ‘충신(忠信)’과 ‘수사입기성(修辭立其誠)’으로 진덕수업(進德修業)을 하는 것은 세상에 나아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때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다.
九五曰 飛龍在天利見大人은 何謂也오.
구오왈 비룡재천이견대인 하위야
子曰 同聲相應하며 同氣相求하야
자왈 동성상응 동기상구
水流濕하며 火就燥하며 雲從龍하며 風從虎라.
수류습 화취조 운종룡 풍종호
聖人이 作而萬物이 覩하나니
성인 작이만물 도
本乎天者는 親上하고 本乎地者는 親下하나니
본호천자 친상 본호지자 친하
則各從其類也니라.
즉각종기류야
聲 : 소리 성 氣 : 기운 기 求 : 구할 구 濕 : 습할 습 就 : 나아갈 취
燥 : 마를 조 從 : 좇을 종 作 : 일어날 작 覩 : 볼 도 親 : 친할 친 類 : 무리 류
구오에 이르길 ‘비룡재천이견대인’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해서, 물은 젖은 데로 흐르고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좇아가고 바람은 범을 좇아간다. 성인이 일어남에 만물이 바라보니, 하늘에 근본한 것은 위를 친하고 땅에 근본한 것은 아래를 친하니, 곧 각각 그 무리(類)를 좇는 것이다.”
64괘 384효 가운데 중천건괘 구오효가 천지자연의 조화를 일으키고 천하 백성을 다스리는 조화옹(造化翁)의 자리에 해당한다. 그래서 하늘에 오른 비룡이 조화를 부리는 것이다. 초구효사에서부터 설명되는 「문언전」의 흐름상 구오효사에 대한 이 내용은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변화의 법칙을 설명한 동화같은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천건괘 구오효가 지니고 있는 의미, 즉 64괘 384효를 통솔하는 위상으로 볼 때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중요한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 선생은 그의 스승인 야산(也山) 이달(李達) 선생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여 이 문장을 선천팔괘가 후천팔괘로 변하는 이치를 설명한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대산 선생님의 저서 《대산주역강의 [1]》(한길사, 1999) 188~195에 자세히 풀이되고 있는 이 내용의 요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동성상응(同聲相應) : 번개(離)가 치면 우레(震)소리가 뒤따르므로 선천 이괘(離卦)☲ 자리에 후천 진괘(震卦)☳가 와서 동방(東方)에 처한다.
○ 동기상구(同氣相求) : 물(坎)이 흘러 못(兌)을 이루므로 선천 감괘(坎卦)☵ 자리에 후천 태괘(兌卦)☱가 와서 서방(西方)에 처한다.
○ 수류습(水流濕) : 물(坎)은 습한 땅(坤)으로 흐르므로 선천 곤괘(坤卦)☷ 자리에 후천 감괘(坎卦)☵가 와서 북방(北方)에 처한다.
○ 화취조(火就燥) : 불(離)기운은 마른 하늘(乾)로 오르므로 선천 건괘(乾卦)☰ 자리에 후천 이괘(離卦)☲가 와서 남방(南方)에 처한다.
○ 운종룡(雲從龍) : 용(震)이 승천할 때 산 위에 구름(艮)이 따라 일어나므로 선천 진괘(震卦)☳ 자리에 후천 간괘(艮卦)☶가 와서 동북방(東北方)에 처한다.
○ 풍종호(風從虎) : 호랑이(兌)가 뛰면 바람(巽)이 일어나므로 선천 태괘(兌卦)☱ 자리에 후천 손괘(巽卦)☴가 와서 동남방(東南方)에 처한다.
○ 본호천자 친상(本乎天者 親上) : 하늘에 근본한 것(乾卦☰의 三陽)은 위(艮卦☶의 上 陽)를 친하므로 선천 간괘(艮卦)☶ 자리에 후천 건괘(乾卦)☰가 와서 서북방(西北方)에 처한다.
○ 본호지자 친하(本乎地者 親下) : 땅에 근본한 것(坤卦☷의 三陰)은 아래(巽卦☴의 初 陰)를 친하므로 선천 손괘(巽卦)☴자리에 후천 곤괘(坤卦)☷가 와서 서남방(西南方)에 처한다.
‘주역의 기본 원리’에서 선천팔괘와 후천팔괘의 이치를 간명하게 설명한 바 있다. 선천팔괘는 공간적 양상을 표상한 것이고, 후천팔괘는 시간적 양상(공간의 변화)을 표상한 것이다. 따라서 공간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기운변화를 표상한 후천팔괘의 각 방위에 공간적 양상을 나타내는 선천팔괘를 결합함으로써 우주의 시공간을 나타내는 원상이 된다. 여기서 다시 이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선천팔괘와 후천팔괘는 시간적 선후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원리가 아니라, 과거에서 미래까지 여여하게 나타나는 우주의 시공을 표현한 원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 말하듯이, 이른바 선천(과거)에는 선천팔괘의 원리가 적용되고 후천(미래)에는 후천팔괘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양단론적 이론구성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중천건괘 구오 「문언전」의 내용은 선천팔괘가 후천팔괘로 변화하는 이치, 즉 선천의 원리가 후천의 원리로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 아니라, 선천팔괘와 후천팔괘에서의 각 팔괘가 자리를 바꾼 상황을 문장적으로 나타낸 설명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 내용은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천지기운의 조화는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는 것이 떳떳한 이치이다. 물이 젖은 데로 흐르고(水流濕) 불이 마른 데로 나아가는 것(火就燥)은 같은 기운이 서로 구하는 것(同氣相求)이고, 구름이 용을 좇아가고(雲從龍) 바람이 범을 좇아가는 것(風從虎)은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는 것(同聲相應)이다. 또한 하늘에 근본한 것은 위를 친하고 땅에 근본한 것은 아래를 친하니, 불이 마른 데로 나아가는 것(火就燥)과 구름이 용을 좇아가는 것(雲從龍)은 하늘에 근본하여 위를 친하는 것(本乎天者 親上)이고, 물이 젖은 데로 흐르고(水流濕) 바람이 범을 좇는 것(風從虎)은 땅에 근본하여 아래를 친하는 것(本乎地者 親下)이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성인이 일어남에 천하 만물이 우러러보게 되는 것이다.
上九曰 亢龍有悔는 何謂也오.
상구왈 항룡유회 하위야
子曰 貴而无位하며 高而无民하며
자왈 귀이무위 고이무민
賢人이 在下位而无輔라 是以動而有悔也니라.
현인 재하위이무보 시이동이유회야
貴 : 귀할 귀 輔 : 도울 보 · 덧방나무 보
상구에 이르길 ‘항룡유회’는 무엇을 말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귀해도 자리가 없으며 높아도 백성이 없으며 어진 사람이 아랫자리에 있어도 도움이 없다. 이렇기 때문에 움직이면 뉘우침이 있는 것이다.”
중천건괘 상구효는 양강한 괘체에서 극에 처하여 있다. 중천건괘에서 천하를 다스리는 자리는 마땅히 구오효가 된다. 그러니 상구는 아무리 귀해도 마땅한 자리가 없으며, 천하 백성은 모두 구오를 따르니 상구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백성이 따르지 않으며, 또한 신하도 구오 대인을 보필할 뿐 상구를 보필하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만히 그쳐 있으면서 그 동안의 경륜을 살려 덕을 베풀어야 하며, 그렇지 않고 천하를 움직이려고 하면 오직 뉘우침만 있을 뿐이다. 상구효가 변하면 외괘가 태(兌)☱로 되니, 시간적으로는 해가 저문 때이고, 계절적으로는 숙살지기(肅殺之氣)가 내리치는 가을이 되니, 더 이상 상구가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潛龍勿用은 下也오
잠룡물용 하야
見龍在田은 時舍也오
현룡재전 시사야
終日乾乾은 行事也오
종일건건 행사야
或躍在淵은 自試也오
혹약재연 자시야
飛龍在天은 上治也오
비룡재천 상치야
亢龍有悔는 窮之災也오
항룡유회 궁지재야
乾元用九는 天下治也라.
건원용구 천하치야
舍 : 그칠 사 試 : 시험할 시 治 : 다스릴 치 窮 : 궁할 궁 災 : 재앙 재
‘잠룡물용’은 아래함이고, ‘현룡재전’은 때로 그치는 것이고, ‘종일건건’은 일을 행하는 것이고, ‘혹약재연’은 스스로를 시험하는 것이고, ‘비룡재천’은 위에서 다스리는 것이고, ‘항룡유회’는 궁해서 재앙이고, ‘건원용구’는 천하가 다스려짐이다.
중천건괘 여섯효의 뜻을 간단하게 풀이한 내용이다. 초구효의 ‘잠룡물용’은 중천건괘에서 맨 아래, 즉 땅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구이효의 ‘현룡재전’은 구이가 변하면 이☲가 되어 문명하니 용의 덕이 세상에 드러난 상태이지만 내괘 음자리(이효)에 있고 또한 구이가 변한 상태에서 내호괘가 손☴으로 되니 겸손한 심법으로 때로 그쳐야 할 때는 그쳐야 한다. 구삼효의 ‘종일건건’은 군자가 굳세게 일을 행하는 것이다.
구사효의 ‘혹약재연’은 스스로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구오효의 ‘비룡재천’은 천하를 용사하는 대인으로 위에서 다스리는 것이다. 상구효의 ‘항룡유회’는 양강한 건괘 맨 위에 처하여 궁해져서 잘못하면 재앙이 되는 것이다. 용구사의 ‘건원용구’는 중천건괘 초구효부터 상구효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에 맞게 처신하면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다.
潛龍勿用은 陽氣潛藏이오
잠룡물용 양기잠장
見龍在田은 天下文明이오
현룡재전 천하문명
終日乾乾은 與時偕行이오
종일건건 여시해행
或躍在淵은 乾道乃革이오
혹약재연 건도내혁
飛龍在天은 乃位乎天德이오
비룡재천 내위호천덕
亢龍有悔는 與時偕極이오
항룡유회 여시해극
乾元用九는 乃見天則이라.
건원용구 내견천칙
潛 : 잠길 잠 藏 : 감출 장 與 : 더불 여 偕 : 함께 해 革 : 바꿀 혁
乎 : 어조사 호 極 : 다할 극 則 : 법칙 칙
‘잠룡물용’은 양의 기운이 잠겨 감추어진 것이고, ‘현룡재전’은 천하가 문명한 것이고, ‘종일건건’은 때와 더불어 함께 행하는 것이고, ‘혹약재연’은 건의 도가 이에 바뀌는 것이고, ‘비룡재천’은 이에 하늘 덕에 자리하는 것이고, ‘항룡유회’는 때와 더불어 함께 극하는 것이고, ‘건원용구’는 이에 하늘의 법칙을 보는 것이다.
다시 중천건괘 여섯 효의 뜻을 간단히 설명한 글이다. 초구의 ‘잠룡물용’은 양의 기운이 땅 속에 잠겨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구이의 ‘현룡재전’은 구이가 변하면 내괘가 이☲로 되어 천하가 문명한 것을 나타낸다. 구삼의 ‘종일건건’은 군자가 때와 더불어 함께 일을 행하는 것이다.
구사의 ‘혹약재연’은 내괘(선천)에서 외괘(후천)로 넘어 왔으니 건(乾)의 도가 바뀐 것을 말한다. 구오의 ‘비룡재천’은 천하를 다스리는 대인이 하늘 덕에 자리한 것이다. 상구의 ‘항룡유회’는 때와 함께 지나쳐 극한 것이다. 용구의 ‘건원용구’는 초구효부터 상구효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행하는 하늘의 법칙을 보는 것이다.
乾元者는 始而亨者也오 利貞者는 性情也라.
건원자 시이형자야 이정자 성정야
乾始 能以美利로 利天下라 不言所利하니 大矣哉라.
건시 능이미리 이천하 불언소리 대의재
大哉라 乾乎여. 剛健中正純粹 精也오
대재 건호 강건중정순수 정야
六爻發揮는 旁通情也오 時乘六龍하야 以御天也니
육효발휘 방통정야 시승육룡 이어천야
雲行雨施라 天下平也라.
운행우시 천하평야
始 : 비롯할 시 能 : 능할 능 所 : 바 소 矣 : 어조사 의 哉 : 어조사 재 剛 : 강할 강
健 : 굳셀 건 純 : 순수할 순 粹 : 순수할 수 精 : 정기 정 發 : 필 발 揮 : 휘두를 휘
旁 : 두루 방 通 : 통할 통 乘 : 탈 승 施 : 베풀 시
‘건원(乾元)’은 시작해서 형통한 것이고, ‘이정(利貞)’은 성(性)과 정(情)이다. 건(乾)이 비롯하는 것이 능히 아름다운 이로움으로써 천하를 이롭게 한다. 이로운 바를 말하지 않으니 크도다. 크도다! 건이여. 강하고(剛) 굳세고(健) 중하고(中) 바르고(正) 순하고(純) 수함(粹)이 정(精)이 되고, 여섯 효가 발휘하는 것은 두루 뜻을 통하는 것이요, 때로 여섯 용을 타서 하늘을 거느리니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 천하가 평안하게 된다.
중천건괘 괘사와 여섯 효가 순양으로 이루어진 뜻을 다시 풀이한 설명이다. 하늘의 원기는 사사로움이 없는 공덕(公德)으로 비롯하니 자연히 형통하게 된다. 이정(利貞)이라는 것은 만물의 성품(性品)을 이루는 실정(實情)이다. 하늘의 원기가 비롯하는 것은 능히 아름다운 이(利)로써 천하를 이롭게 한다. 그럼에도 그 이로운 바를 말하지 않고, 또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으니 그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크도다! 하늘이여. 하늘의 강하고 굳세고 중하고 정하고 순하고 수한 것이 하늘의 정(精)이다.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본의」(本義)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剛은 以體로 言이요 健은 兼用言이요 中者는 其行이 无過不及이요 正者는 其立이 不偏이니 四者는 乾之德也라. 純者는 不雜於陰柔요 粹者는 不雜於邪惡이니 蓋剛健中正之至極而精者는 又純粹之至極也라.
兼 : 겸할 겸 及 : 미칠 급 偏 : 치우칠 편 雜 : 섞일 잡 邪 : 간사할 사 蓋 : 대개 개
‘강(剛)’은 체로써 말했고, ‘건(健)’은 용을 겸해서 말했으며, ‘중(中)’은 그 행함이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는 것이고, ‘정(正)’은 그 서있음이 치우치지 않음이니, ‘강건중정’은 건(乾)의 덕이다. ‘순(純)’은 음유(陰柔)에 섞이지 않은 것이고, ‘수(粹)’는 사악함에 섞이지 않은 것이니, 대개 ‘강건중정’의 지극함이며, ‘정(精)’은 또한 순수함의 지극함이다.
순양의 여섯 효가 발휘하는 것은 만물에 두루 뜻을 통하고자 함이고, 때로 여섯 용을 타서 하늘을 거느리니, 이를 통해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서 천하가 평안하게 된다.
君子 以成德爲行하나니 日可見之 行也라
군자 이성덕위행 일가견지 행야
潛之爲言也는 隱而未見하며 行而未成이라
잠지위언야 은이미현 행이미성
是以君子 弗用也하나니라.
시이군자 불용야
爲 : 삼을 위 見 : 나타날 현 未 : 아닐 미 弗 : 아닐 불
군자는 덕을 이룸으로써 행실을 삼으니, 날로 가히 보는 것이 행실이다. 잠겨있다는 말은 숨어있어 나타나지 않으며, 행하여도 이루지 못함을 뜻한다. 이로써 군자가 쓰지 않는 것이다.
중천건괘 초구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용덕을 갖춘 군자는 덕을 이루는 것을 행실의 목표로 하고 있으니, 나날이 보는 것이 바로 행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덕이 숨어있어 나타나지 않고 또 행하더라도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는 군자가 쓰지 않는 것이다.
君子 學以聚之하고 問以辨之하며
군자 학이취지 문이변지
寬以居之하고 仁以行之하나니
관이거지 인이행지
易曰 見龍在田利見大人이라하니 君德也라.
역왈 현룡재전이견대인 군덕야
學 : 배울 학 聚 : 모을 취 問 : 물을 문 辨 : 분별할 변 居 : 거할 거 寬 : 너그러울 관
군자가 배워서 모으고, 물어서 분별하며, 너그럽게 거하고, 어질게 행하니, 역에 이르길 ‘현룡재전이견대인’이라하니 인군의 덕이다.
중천건괘 구이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구이 군자가 덕에 나아가고 업을 닦기 위해서는(進德修業) 배워서 모으고, 물어서 분별하며, 너그럽게 거하고, 어질게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군자는 현룡으로 세상에 드러나게 되지만 구이 군자를 이끌어 줄 스승(구오 대인)을 만나야 하니, 인군이 될 덕(자질)이 있기 때문이다.
九三은 重剛而不中하야 上不在天하며 下不在田이라
구삼 중강이부중 상부재천 하부재전
故로 乾乾하야 因其時而惕하면 雖危나 无咎矣리라.
고 건건 인기시이척 수위 무구의
重 : 거듭 중 因 : 인할 인 惕 : 두려워할 척 雖 : 비록 수 危 : 위태할 위 咎 : 허물 구
구삼은 거듭 강하고 가운데하지 않아서,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고 아래로는 밭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굳세고 굳세어서 그 때를 인하여 두려워하면 비록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을 것이다.
중천건괘 구삼효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구삼은 양 자리에 양으로 거하여 거듭 강한 상태에서 내괘의 중을 얻지 못했고, 삼효는 사람 자리이므로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고 아래로는 땅(밭) 자리에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니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후천 즉 미래를 위하여 굳세게 노력해야 하는 위태로운 자리이다. 그래서 쉬지 않고 굳세게 노력해서 그 때, 즉 현재 상태(선천)에서 다음 상태(후천)로 넘어갈 때 두려워하면 비록 위태롭지만 그 자체가 허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九四는 重剛而不中하야
구사 중강이부중
上不在天하며 下不在田하며 中不在人이라
상부재천 하부재전 중부재인
故로 或之하니 或之者는 疑之也니 故로 无咎라.
고 혹지 혹지자 의지야 고 무구
重 : 두터울 중 或 : 혹 혹 疑 : 의심할 의
구사는 두텁게 강하여 가운데하지 않고,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으며, 아래로는 밭에 있지 않으며, 가운데로는 사람에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의혹하니 의혹하는 것은 의심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
중천건괘 구사효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구사는 내괘에서 기량을 닦아 외괘로 와서 스스로의 역량을 시험하는 자리이다. 그런데 구사는 음자리에 양으로 와 있고 외괘의 중을 얻지 못한 상태이다. 또한 초효 이효의 땅 자리도 아니고 오효 상효의 하늘 자리도 아니며, 삼효 사효의 사람자리에 있지만 스스로를 시험하고자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자리이니 뭇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치 시험에 합격하고자 친구와의 사귐이 없이 홀로 공부하는 상태와 같다. 그러니 음자리에 강으로 있어 두텁게 강하지만 중을 얻지 못하였고 위로는 하늘에 있지 않고 아래로는 땅에 있지 않고 또한 가운데로는 사람에 있지도 않은 상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의혹하고 의심하는 것이니 그 자체가 허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부대인자 여천지합기덕 여일월합기명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여사시합기서 여귀신합기길흉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선천이천불위 후천이봉천시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천차불위 이황어인호 황어귀신호
夫 : 무릇 부 與 : 더불 여 序 : 차례 서 違 : 어길 위 奉 : 받들 봉 且 : 또 차 況 : 하물며 황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며,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며,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하여, 하늘보다 먼저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에 해도 하늘의 때를 받드니, 하늘도 또한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며 하물며 귀신이랴!
중천건괘 구오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구오의 나는 용이 하늘에 있다는 것은 위에서 하늘 덕에 자리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천지 기운을 변화시키고 천하 백성을 다스리는 대인이다. 이렇게 하늘 덕을 갖추어 천하를 다스리는 대인은 천지(天地)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고 일월(日月)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며 사시(四時: 春夏秋冬)와 더불어 그 차례를 합하고 귀신(鬼神)과 더불어 길흉을 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자이다. 그러니 때로는 하늘의 때에 앞서 일을 해도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에 해서는 항상 하늘의 때를 받든다. 이러한 대인의 일을 하늘도 어기지 않는데, 하물며 사람이 어기고 귀신이 어기겠는가?
亢之爲言也는 知進而不知退하며 知存而不知亡하며
항지위언야 지진이부지퇴 지존이부지망
知得而不知喪이니 其唯聖人乎아!
지득이부지상 기유성인호
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 其唯聖人乎인저!
지진퇴존망이불실기정자 기유성인호
退 : 물러날 퇴 亡 : 망할 망 得 : 얻을 득 喪 : 잃을 상 唯 : 오직 유 失 : 잃을 실
‘항’이란 말은 나아감은 알고 물러남은 알지 못하며, 존함은 알고 망함은 알지 못하며, 얻음은 알고 잃음은 알지 못하는 것을 뜻하니, 그 오직 성인이시여! 나아가고 물러나고 존하고 망함을 알아서 그 바름을 잃지 않는 자는 그 오직 성인이신저!
중천건괘 상구효사에 대한 문언전의 마지막 설명이다.
상구의 양은 때가 이미 기운 상황에 처하니 궁해서 재앙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여 평범한 사람은 욕심만 추구하니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은 모르고, 현상의 모든 것이 있을 것으로만 알고 없어질 것은 모르며, 얻을 줄만 알고 잃을 줄은 모르니, 오직 성인이라야 나아가고 물러나고 존하고 망하고 얻고 잃는 그 실정을 알아서 어떠한 상황에도 그 바름을 잃지 않는 것이다.
文言曰 元者는 善之長也오 亨者는 嘉之會也오 利者는 義之和也오 貞者는 事之幹也니 君子 體仁이 足以長人이며 嘉會 足以合禮며 利物이 足以和義며 貞固 足以幹事니 君子 行此四德者라 故로 曰乾元亨利貞이라.
初九曰 潛龍勿用은 何謂也오. 子曰 龍德而隱者也니 不易乎世하며 不成乎名하야 遯世无悶하며 不見是而无悶하야 樂則行之하고 憂則違之하야 確乎其不可拔이 潛龍也라.
九二曰 見龍在田利見大人은 何謂也오. 子曰 龍德而正中者也니 庸言之信하며 庸行之謹하야 閑邪存其誠하며 善世而不伐하며 德博而化니 易曰見龍在田利見大人이라하니 君德也라.
九三曰 君子終日乾乾夕惕若厲无咎는 何謂也오. 子曰 君子 進德修業하나니 忠信이 所以進德也오 修辭立其誠이 所以居業也라. 知至至之라 可與幾也며 知終終之라 可與存義也니 是故로 居上位而不驕하며 在下位而不憂하나니 故로 乾乾하야 因其時而惕하면 雖危나 无咎矣리라.
九四曰 或躍在淵无咎는 何謂也오. 子曰 上下无常이 非爲邪也며 進退无恒이 非離群也라 君子進德修業은 欲及時也니 故로 无咎니라.
九五曰 飛龍在天利見大人은 何謂也오. 子曰 同聲相應하며 同氣相求하야 水流濕하며 火就燥하며 雲從龍하며 風從虎라. 聖人이 作而萬物이 覩하나니 本乎天者는 親上하고 本乎地者는 親下하나니 則各從其類也니라.
上九曰 亢龍有悔는 何謂也오. 子曰 貴而无位하며 高而无民하며 賢人이 在下位而无輔라 是以動而有悔也니라.
潛龍勿用은 下也오 見龍在田은 時舍也오 終日乾乾은 行事也오 或躍在淵은 自試也오 飛龍在天은 上治也오 亢龍有悔는 窮之災也오 乾元用九는 天下治也라.
潛龍勿用은 陽氣潛藏이오 見龍在田은 天下文明이오 終日乾乾은 與時偕行이오 或躍在淵은 乾道乃革이오 飛龍在天은 乃位乎天德이오 亢龍有悔는 與時偕極이오 乾元用九는 乃見天則이라.
乾元者는 始而亨者也오 利貞者는 性情也라. 乾始 能以美利로 利天下라 不言所利하니 大矣哉라. 大哉라 乾乎여. 剛健中正純粹 精也오 六爻發揮는 旁通情也오 時乘六龍하야 以御天也니 雲行雨施라 天下平也라.
君子 以成德爲行하나니 日可見之 行也라 潛之爲言也는 隱而未見하며 行而未成이라 是以君子 弗用也하나니라.
君子 學以聚之하고 問以辨之하며 寬以居之하고 仁以行之하나니 易曰 見龍在田利見大人이라하니 君德也라.
九三은 重剛而不中하야 上不在天하며 下不在田이라 故로 乾乾하야 因其時而惕하면 雖危나 无咎矣리라.
九四는 重剛而不中하야 上不在天하며 下不在田하며 中不在人이라 故로 或之하니 或之者는 疑之也니 故로 无咎라.
夫大人者는 與天地合其德하며 與日月合其明하며 與四時合其序하며 與鬼神合其吉凶하야 先天而天弗違하며 後天而奉天時하나니 天且弗違온 而況於人乎며 況於鬼神乎여!
亢之爲言也는 知進而不知退하며 知存而不知亡하며 知得而不知喪이니 其唯聖人乎아! 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 其唯聖人乎인저!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122∼13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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