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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풍택중부(風澤中孚)

돈호인 2020. 11. 7. 13:01

 

괘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정하게 돈독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올바르고 중정한 군자(정치인)라면 돈독한 마음으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자라도 용서하고 덕으로 교화할 수 있는 덕행을 해야 된다(議獄緩死).

 

괘명과 괘상

  외괘가 손풍(巽風), 내괘가 태택(兌澤)으로 이루어진 괘를 중부(中孚)라고 한다. 가운데에 믿음이 충실한 상태라는 뜻이다. ()자는 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으로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는 돈독한 마음을 나타낸다. 연못 위에 바람이 부니, 바람 따라 물결이 파동을 일으킨다. 하늘에서 신명(申命)이 행하니 아래에서는 기뻐하며 따른다. 돈독한 믿음, 신앙(信仰)의 본 뜻을 밝히고 있다.

  중수감(重水坎)괘에서 상효가 변하면 풍수환(風水渙)괘가 되고, 초효가 변하면 수택절(水澤節)괘가 되며, 초효와 상효가 함께 변하면 풍택중부(風澤中孚)괘가 된다. 땅에서 물이 거듭하여 재앙이 되는 때에 돈독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하다.

서괘

서괘전은 수택절괘 다음에 풍택중부괘가 온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節而信之라 故로 受之以中孚하고

절이신지    고   수지이중부

절도가 있으면 믿게 된다. 그러므로 중부(中孚)로써 받고

 

수택절(水澤節)괘에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제도를 적절하게 만들고, 덕행을 의논하여 모든 것을 조절하니 만 백성이 믿게 된다. 그래서 돈독한 믿음을 나타내는 중부괘(中孚卦)를 절괘(節卦) 다음에 두었다.

 

괘사

中孚는 豚魚면 吉하니 利涉大川하고 利貞하니라.

중부    돈어    길       이섭대천      이정

중부(中孚)는 돼지와 물고기까지 (믿게) 하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

豚:돼지 돈   魚:물고기 어

 

마음으로부터 돈독하게 믿으면, 그 믿음이 돼지나 물고기에까지 미치게 되어 길하다. 그야말로 만 백성이 따르고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믿음이니 길하고, 큰 내를 건너가는 큰일을 함이 이롭다. 그렇지만 돈독한 믿음으로 큰일을 도모함에도 바르게 해야 이롭다. 단전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사

彖曰 中孚는 柔在內而剛得中할새니

단왈 중부    유재내이강득중

說而巽할새 孚 乃化邦也니라.

열이손       부 내화방야

豚魚吉은 信及豚魚也오 利涉大川은 乘木고 舟虛也오

돈어길    신급돈어야    이섭대천    승목    주허야

中孚코 以利貞이면 乃應乎天也리라.

중부    이이정       내응호천야

단전에 말하였다. “중부(中孚)는 유(柔)가 안에 있고 강(剛)이 중을 얻었기 때문이니, 기뻐하고 겸손하기 때문에 믿음이 이에 나라를 화한다. ‘돼지와 물고기가 길함’은 믿음이 돼지나 물고기까지 미치는 것이고, ‘큰 내를 건넘이 이로움’은 나무를 타고 배가 비어 있음이요, 중부(中孚)하고 바르게 하여 이롭게 하면 이에 하늘에 응할 것이다.”

說 : 기쁠 열   巽 : 공손할 손   邦 : 나라 방   及 : 미칠 급   乘 : 탈 승  舟 : 배 주   虛 : 빌 허   應 : 응할 응

 

  중부(中孚)는 육삼과 육사의 부드러운 음()이 안에 있고 또한 구이와 구오의 강()이 각각 내괘와 외괘에서 중을 얻어 있다. 즉 안으로는 겸허하게 마음을 비워 만물을 수용할 듯한 믿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강직하게 중을 지키고 있는 상이다.

  괘덕()이 내괘로는 태택(兌澤)으로 기뻐하면서 외괘 손풍(巽風)으로 겸손하니, 그 믿음이 나라를 잘되게 한다. 이러한 믿음을 지니면 돼지나 물고기와 같은 미물(微物)도 따르게 된다.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는 것은 억조창생(蒼生)을 구제하는 큰일을 하는 것이다. 내호괘 진뢰()로 강한 노를 만들고 외괘 손풍(巽風)음목(陰木)으로 배를 만들어, 비어 있는 배 안에 외호괘 간산(艮山)으로 가득히 백성을 실어 구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부(中孚)의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해 나가면 하늘도 감동하여 그 뜻에 응하게 된다.

 

괘상사

象曰 澤上有風이 中孚니 君子 以하야 議獄하며 緩死하나니라.

상왈 택상유풍    중부    군자 이       의옥      완사

상전에 말하였다. “연못 위에 바람이 있는 것이 중부(中孚)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옥사(獄事)를 의논하며 죽임을 늦춘다.”

議:의논할 의   獄:옥 옥   緩:느릴 완·부드러울 완·늦출 완

 

  내괘 태택(兌澤)연못 위에 외괘 손풍(巽風)바람이 있는 것이 중부괘(中孚卦)의 상이다. 내괘로는 기뻐하면서 외괘로는 겸손하게 일을 행한다. 풍택중부(風澤中孚)괘는 중수감(重水坎)괘 초효와 상효가 변하여 온 것이기에, 억조창생(億兆蒼生)을 구제하라는 하늘의 명()이 위에서 행하는 것이다.

  도탄(塗炭)에 빠진 민생(民生)을 구제해야 하는 이 때에는 형벌을 엄하게 할 수 없다. ()의 경중(輕重)을 잘 헤아려 옥사(獄事)를 의논하고 설사 죽을 죄를 지었더라도 감형(減刑)하는 등 너그럽게 해야 한다. 나라가 전체적으로 어려워 민생이 도탄에 빠져서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범죄(犯罪)는 나라에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엄한 형벌로 다스릴 수는 없다.

 

효사 및 효상사

初九는 虞하면 吉하니 有他면 不燕하리라.

초구    우      길       유타    불연

초구는 헤아리면 길하니, 다름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虞:헤아릴 우·근심할 우·편안할 우·우제 우·벼슬이름 우(산택을 맡은 관리)·어진짐승 우

他:다를 타   燕:제비 연·잔치 연·편안할 연

 

  초구는 민초(民草)의 자리이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다. 초효가 변하면 풍수환(風水渙)괘가 되어 험난한 물의 재앙에 빠지게 되니, 그저 아무 욕심이 없는 백성으로서는 어려운 지경에도 백성이 따르고 믿어야 할 인군(人君)이 누구인지를 잘 헤아려서 따라야 한다. 그래야 민생을 구제할 인군은 백성을 믿고 큰일을 할 수 있다. 만일 다른 데에 뜻을 두어 이합집산(離合集散)하게 되면 백성 모두가 편안하지 못할 것이다.

  중부괘(中孚卦)는 사사로운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음양(陰陽)이 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초구가 양()으로 육사 음()과 잘 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잘 헤아려서 인군인 구오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象曰 初九虞吉은 志未變也일새라.

상왈 초구우길    지미변야

상전에 말하였다. “초구가 헤아려서 길함은 뜻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九二는 鳴鶴이 在陰이어늘 其子 和之로다. 我有好爵하야 吾與爾靡之하노라.

구이    명학    재음         기자 화지        아유호작       오여이미지

구이는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자식이 화답하도다. 나에게 좋은 벼슬이 있어서 내가 너와 더불어 얽히노라.

鳴:울 명   鶴:학 학   和:화할 화   我:나 아   好:좋을 호   爵:잔 작·벼슬 작·참새 작   吾:나 오   爾:너 이

靡:쓰러질 미·화려할 미·다할 미·없을 미·나눌 미·얽힐 미

 

  구이는 음 자리에 양으로 있지만 내괘에서 중()을 얻어, 돈독한 믿음으로 외괘 구오와 응한다. 마치 새끼 학이 저 그늘에 숨어 울고 있는데, 어미 학이 모이를 물고 새끼를 부르니 새끼 학이 화답하는 것과 같다. 구오 인군인 나에게 좋은 벼슬이 있으니 내가 구이와 더불어 얽혀서 큰일을 같이 하자는 것이다. 중부(中孚)의 마음으로 구이가 원하니, 구오 인군이 또한 중부(中孚)마음으로 화답한다.

  언어() 이전에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공자()계사상전 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鳴鶴이 在陰이어늘 其子 和之로다. 我有好爵하야 吾與爾靡之라하니

子曰君子 居其室하야 出其言에 善이면 則千里之外 應之하나니 況其邇者乎여.

居其室하야 出其言에 不善이면 則千里之外 違之하나니 況其邇者乎여.

言出乎身하야 加乎民하며 行發乎邇하야 見乎遠하나니

言行은 君子之樞機니 樞機之發이 榮辱之主也라.

言行은 君子之所以動天地也니 可不愼乎아.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자식이 화답하도다. 나에게 좋은 벼슬이 있어서 내가 너와 더불어 얽힌다”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그 집에 거해서 그 말을 냄에 선하면 천리 밖에서 응하니, 하물며 그 가까운데 있어서랴!

그 집에 거하여 그 말을 냄에 불선하면 천리 밖에서 어기니, 하물며 그 가까운데 있어서랴!

말이 몸에서 나와 백성에게 더하며, 행실이 가까운데서 발하여 먼 곳에서 나타나니,

언행(言行)은 군자의 추기(樞機)니, 추기(樞機)의 발함이 영예와 욕됨의 주가 된다.

언행(言行)은 군자가 이로써 천지를 움직이는 바니, 가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象曰 其子和之는 中心願也라.

상왈 기자화지    중심원야

상전에 말하였다. “그 자식이 화답하는 것은 중심으로 원함이다.”

 

六三은 得敵하야 或鼓或罷或泣或歌로다.

육삼    득적       혹고혹파혹읍혹가

육삼은 적을 얻어서 혹 두드리고 혹 파하고 혹 울고 혹 노래하도다.

得:얻을 득   敵:원수 적   或:혹 혹   鼓:두드릴 고·북 고  罷:파할 파·그칠 파·물러갈 파   泣:울 읍   歌:노래할 가

 

육삼은 중()을 얻지 못하였고 양 자리에 음으로 있어 자리가 부당하다. 돈독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중부괘(中孚卦)에서 육삼은 중도 얻지 못하고 자리도 부당한 상태에서 상구 양()과 사사로이 응하니, 중부지심(中孚之心)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마치 적을 얻은 것과 같다. 부당하고 사사로이 처신을 하니, 그저 상구를 만나 혹 두드리고 혹 파하고 혹 울고 혹 노래하는 등 스스로의 마음을 잃어버린 상태가 된다.

 

象曰 或鼓或罷는 位不當也일새라.

상왈 혹고혹파    위부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혹 두드리고 혹 파하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六四는 月幾望이니 馬匹이 亡하면 无咎리라.

육사    월기망       마필    망      무구

육사는 달이 거의 보름이니 말의 짝이 없어지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幾:거의 기·기미 기   望:바랄 망·보름 망   匹:짝 필

 

  육사는 중()을 얻지 못하였으나, 음 자리에 음으로 자리가 바르다. 또한 대신(大臣)의 자리에 거하여 중정한 구오 인군의 명을 잘 받들어야 한다. 그런데 육사 입장에서는 초구의 양()과 응하고 있으니, 사사로운 관계에 매이는 격이다. 그래서 말의 짝, 즉 응하는 초구에 매이지 않으면, 구오 인군에게 돈독하게 부응할 수 있어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달이 거의 보름이라는 것은 음 자리에 음으로 바르니, 마치 보름에 가까운 달처럼 밝게 처신한다는 뜻이고, 또한 이미 보름이면(已望) 구오 인군과 대적(對敵)하려는 자만심(自慢心)이 생기니 보름 이전의 덜 찬 달처럼 겸손하게 행하라는 뜻이다.

 

象曰 馬匹亡은 絶類하야 上也라.

상왈 마필망    절류       상야

상전에 말하였다. “말의 짝이 없어짐은 유(類)를 끊어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絶:끊을 절   類:무리 류

 

九五는 有孚 攣如면 无咎리라.

구오    유부 연여   무구

구오는 믿음을 둠이 걸려 이어지는 듯 하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攣:걸릴 련·그리워할 련·걸려 이어질 련

 

구오는 외괘에서 중정(中正)한 인군의 자리이다. 중정한 인군의 자리에서 돈독하게 믿음을 발하니, 마치 그 믿음에 백성과 신하가 걸려 구오의 마음에 이어지는 것과도 같아 허물이 없다. 초구 백성이 구오 인군을 따르고, 구이 신하는 마음으로 통하고, 육사 대신은 또한 사사로운 관계를 끊고 구오 인군을 따르니, 이는 구오 인군이 중정한 마음으로 믿음을 두기 때문이다.

 

象曰 有孚攣如는 位正當也일새라.

상왈 유부연여    위정당야

상전에 말하였다. “믿음을 둠이 걸려 이어지는 듯함은 자리가 정당하기 때문이다.”

 

上九는 翰音이 登于天이니 貞하야 凶토다.

상구    한음    등우천      정       흉

상구는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르니 고집해서 흉하다.

翰:날 개 한·날 한·흰말 한·글 한   音:소리 음   登:오를 등

 

상구는 중부괘(中孚卦)의 맨 위 음 자리에 양으로 거하고 중을 얻지 못하여 지나치게 극한 상태이다. 중도를 잃고 부당함에도 맨 위에 거하여 천하를 호령하니, 마치 자신을 신()이라 자처하고 믿음을 강요하며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것과도 같다. 돈독함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믿음이 아니라 혹세무민하여 믿음을 강요하니, 아무 실속이 없이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르는 격이다. 그렇게 고집해 나가면 흉하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겸손함과 절도가 있어야 한다.

 

象曰 翰音登于天이니 何可長也리오.

상왈 한음등우천       하가장야

상전에 말하였다. “나는 소리가 하늘에 오르니 어찌 가히 오래하겠는가?”

 

 

※ 수산 신성수, 주역통해, 대학서림, 2005, 62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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