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25장

돈호인 2020. 10. 4. 21:12

 

25. 有物章

     유물장

 

有物混成 先天地生

유물혼성 선천지생

寂兮廖兮 獨立不改

적혜료혜 독립불개 

周行而不殆 可以爲天地母

주행이불태 가이위천지모

吾不知其名 字之曰道

오부지기명 자지왈도 

强爲之名曰大 大曰逝 

강위지명왈대 대왈서

逝曰遠 遠曰反

서왈원 원왈반 

故 道大 天大 地大 王亦大

고 도대 천대 지대 왕역대

域中有四大 而王居其一焉

역중유사대 이왕거기일언

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

 

混 : 섞일 혼  寂 : 고요할 적  廖 : 공허할 료  改 : 고칠 개  周 : 두루 주

殆 : 위태할 태·무너질 태  逝 : 갈 서  遠 : 멀 원  域 : 지경 역

 

물건이 섞여 이루어짐이 있어서 천지보다 먼저 나왔다.

고요하고 공허함이여! 홀로 서서 변하지 않고,

두루 행하여 무너지지 않으니 가히 천지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해서 글자로 하여 가로되 도라 하고

굳이 이름을 붙여 가로되 ‘크다’라고 하니, 커짐은 가로되 가는 것이요,

감은 가로되 멀어지는 것이요, 멀어짐은 가로되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는 크며, 하늘은 크며, 땅은 크며, 왕도 또한 크니,

지경 가운데 네 가지의 큰 것이 있어서 왕도 그 하나에 거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만유(萬有)와 무()의 근원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는가. 그저 뭐라고 표현할 수 없기에 물건이라 하였다. 그런데 혼돈히 대자연의 원기를 혼합해 이루어진 이 물건이 천지보다 먼저 생하였다. 그 근원에서 하늘과 땅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고요하고 공허하고 적막한 가운데, 근원이 되는 물건 그 자체는 오로지 홀로 있어도 고쳐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또한 알 수 없는 태초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머나먼 미래세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두루 행하여도 무너지거나 사라지지 않으니, 가히 천지의 어머니가 된다.

  그러한 물건을 뭐라 표현할지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글자로 표현하여 그저 도()라고 한다.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청정경맨 처음에서는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파하고 있다.

 

노군께서 말씀하시길, “큰 도는 형체가 없으나 천지를 낳아 기르고, 큰 도는 정이 없으나 해와 달을 운행하며, 큰 도는 이름이 없으나 만물을 길러 성장시키니, 내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나 굳이 이름을 붙여 가로되 도()라고 한다.”(老君曰 大道無形 生育天地 大道無情 運行日月 大道無名 長養萬物 吾不知其名 强名曰道)

 

  만물의 어머니가 되는 그 무엇을 무어라고 칭할 수 없지만, 굳이 표현하여 도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도()를 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크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밤과 낮으로 교차하면서 펼쳐지는 광막한 대우주를 보라. 그저 크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크다라고 한 이유는 끝없이 가기 때문이다. 끝없이 간다는 것은 한없이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도()는 끝없이 가고 한없이 멀어지면서도 반드시 도()의 본연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도()는 원대하다. 그 도()로부터 나오는 하늘도 크고, 땅도 크며, 사람을 대표하는 왕도 또한 크다. 그래서 이 대우주에 도()와 하늘과 땅과 왕(사람)의 네 가지 큰 것이 있다. 도의 본연에서 나와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왕(사람)이 또한 그 큰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거하는 것이다.

  주역의 이치로 보면, 이 대우주의 근원을 무어라 명명할 수 없지만 굳이 표현하여 태극(太極)이라고 한다. 이 태극은 우주의 원기를 내포하여 그것을 역()이라고도 한다. 주역』「계사상전6장에 다음의 글이 있다.

 

무릇 역이 넓고 크다. 먼 곳을 말하자면 막지 못하고, 가까운 곳을 말하자면 고요해서 바르고, 하늘과 땅 사이를 말하자면 다 갖추어 있다.(夫易 廣矣大矣. 以言乎遠則不禦, 以言乎邇則靜而正, 以言乎天地之間則備矣.)

 

  우주의 기원을 시간적으로 설명하면 맨 먼저 물()이 나오는데 이는 태역(太易)에 해당한다. 두 번째로 불()이 나오는데 이는 태초(太初)에 해당한다. 세 번째로 나무()가 나오는데 이는 태시(太始)에 해당한다. 네 번째로 금이 나오는데 이를 태소(太素)라고 한다. 다섯 번째로 토가 나오는데 이를 태극(太極)이라 한다. 다섯 번째로 나온 태극(太極)에서 만물이 나오게 되니 태극(太極)을 만유의 근원으로 본다.

  ()은 곧 태극(太極)이다. 이 태극에서 만물이 나온다. 즉 역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음과 양, 하늘과 땅의 양의(陽儀)를 낳고, 양의는 네 가지의 상, 즉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다시 팔괘(八卦)를 낳아서 만물을 각각의 형체로 현현(顯現)한다. 이 태극에서 나오는 우주만물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이를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라고 한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다. 그러니 이 우주에서 큰 것을 말한다면, 태극·하늘·땅·사람의 네 가지가 된다. 태극(太極)은 도()이니, 바로 도대(道大천대(天大지대(地大인대(人大)가 된다.

  이 네 가지 큰 것은 서로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사람은 땅 위에 존재하는 미물이다. 그러니 사람은 땅의 이치를 본받는다. 이 땅은 우주 공간의 하늘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니 땅은 하늘의 이치를 본받는다. 하늘은 바로 도의 근원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하늘은 도를 본받는다. 그러면 도는 무엇에 의지하는가. 도는 그저 스스로 그러함일 뿐이다. ‘스스로 그러함이란 표현 외에 무어라고 하겠는가?

 

有物混成하야 先天地生이라

寂兮廖兮여 獨立不改하고

周行而不殆하니 可以爲天地母라

吾不知其名하야 字之曰道라하고

强爲之名曰大라하나니 大曰逝요

逝曰遠이오 遠曰反이라

故로 道大하며 天大하며 地大며 王亦大하니

域中有四大하야 而王居其一焉이라

人法地하고 地法天하고 天法道하고 道法自然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0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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