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22장

돈호인 2020. 10. 3. 17:21

 

 

22. 曲則章

     곡즉장

 

曲則全 枉則直

곡즉전 왕즉직

窪則盈 敝則新

와즉영 폐즉신 

少則得 多則惑

소즉득 다즉혹

是以 聖人 執一 爲天下牧

시이 성인 집일 위천하목

不自見 故 明

부자현 고 명

不自是 故 彰

부자시 고 창

不自伐 故 有功

부자벌 고 유공

不自矜 故 長

부자긍 고 장

夫唯不爭 故 天下莫能與之爭

부유부쟁 고 천하막능여지쟁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誠全而歸之

성전이귀지

 

枉 : 굽을 왕  窪 : 웅덩이 와  敝 : 해질 폐  惑 : 의혹할 혹  執 : 잡을 집

牧 : 기를 목  見 : 드러낼 현  彰 : 밝을 창  伐 : 자랑할 벌

矜 : 괴로워할 긍·엄숙할 긍·자랑할 긍  長 : 길 장·어른 장·나아갈 장·나을 장

豈 : 어찌 기

 

굽히면 온전해지고, 구부리면 곧아지며,

패이면 가득하게 되고, 낡으면 새롭게 되며,

적으면 얻어지고, 많으면 미혹되니,

이로써 성인은 하나를 잡아서 천하의 목민이 된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까닭으로 밝아지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않으므로 드러나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므로 공이 있고,

스스로 과시하지 않으므로 우두머리가 된다.

무릇 오직 다투지 않기 때문에 천하가 능히 더불어 다툼이 없으니,

옛적에 이른바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것이 어찌 빈 말이겠는가?

진실로 온전하게 해서 도로 돌아간다.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것은 정성을 곡진하게 하면 모든 것이 온전해진다는 뜻이다. 주역』「계사상전4장에 만물을 곡진히 이루어서 버리지 않는다”(曲成萬物而不遺)는 말이 있다. 천하 만물을 지극 정성으로 이루어내니 어느 하나도 버림이 없이 온전해진다는 말이다.

  스스로를 낮추어 구부리면 도가 바로 펴지고, 웅덩이가 움푹 패이듯이 마음을 비우면 천하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지극한 겸손을 나타내고 있는 주역지산겸괘(地山謙卦)’ 단전(彖傳)에서는 천도(天道지도(地道신도(神道인도(人道)를 열거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단전에 말하였다. “겸이 형통함(謙亨)은 하늘의 도가 아래로 내려서 광명하고, 땅의 도는 낮은데서 위로 행한다. 하늘의 도는 가득한 것을 이지러지게 하며 겸손한 데에는 더하고, 땅의 도는 가득한 것을 변하게 하며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하고, 귀신은 가득한 것을 해롭게 하며 겸손함에는 복을 주며, 사람의 도는 가득한 것을 미워하며 겸손한 것을 좋아하니, ()은 높고 빛나고 낮아도 가히 넘지 못하니 군자의 마침이다.”(彖曰 謙亨, 天道 下濟而光明, 地道 卑而上行. 天道 虧盈而益謙, 地道 變盈而流謙, 鬼神 害盈而福謙, 人道 惡盈而好謙, 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오래되어 해져서 낡아지면 오히려 새롭게 되며, 욕심을 적게 하면 오히려 얻어지고, 가진 것이 많아지면 미혹되어 세상 사람들이 의혹하게 된다. 주역풍뢰익괘’(風雷益卦) 상구효사에 상구는 더하지 말라. 혹 칠 것이니, 마음을 세움이 항상하지 못하니 흉하다”(上九 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공자는 계사하전(繫辭下傳) 5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그 몸을 편안히 한 뒤에 움직이며,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한 뒤에 말하며, 그 사귐을 정한 뒤에야 구하니, 군자가 이 세 가지를 닦는 까닭에 온전하니, 위태함으로써 움직이면 곧 백성이 더불지 않고, 두려움으로써 말하면 곧 백성이 응하지 않고, 사귐이 없이 구하면 백성이 주지 않으니, 주는 이가 없으면 곧 상하게 하는 자가 이르니, ()에 이르길 더하지 마라. 혹 치리니 마음을 세워 항상하지 못하니 흉하다라고 하였다.”(子曰 君子 安其身而後 動, 易其心而後 語, 定其交而後 求, 君子 脩此三者故 全也, 危以動 則民不與也, 懼以語 則民不應也, 无交而求 則民不與也, 莫之與 則傷之者 至矣, 易曰 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

 

  그래서 성인은 하나를 잡아서 천하를 다스리는 목자(牧子)가 된다. 이 하나란 도()를 말하는 것이고, 정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중용을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중용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에 보면,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제위(帝位)를 물려주면서 미덥게 그 가운데를 잡아라’(允執厥中)라고 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데 지켜야 할 중용지도(中庸之道)를 전하였고, 한편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제위를 물려주면서 사람의 마음은 오직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오직 미미하니(위태로운 인심 때문에 도심이 가려져 미미해지니), 오직 정미롭게 하고 오직 한결같이 하여야 미덥게 그 중을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심법(心法)을 전하였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까닭으로 오히려 더욱 밝아지고,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옳음이 드러나며, 스스로 잘했다고 자랑하지 않으므로 진정 공이 있게 되고, 스스로 자랑하며 과시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우두머리(어른)가 될 수 있다. 주역지산겸괘(地山謙卦)’ 구삼효사에 구삼은 수고로워도 겸손하니 군자가 마침이 있으니 길하다”(九三 勞謙 君子有終 )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계사상전8장에서 공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수고로워도 겸손하니 군자가 마침이 있으니 길하다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수고로워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이 있어도 덕으로 하지 않음이 두터움의 지극함이니, 그 공으로써 남에 아래함을 말한다. 덕은 성함을 말하고 예는 공손함을 말하니, 겸손이란 것은 공손함을 이루어서 그 자리()를 보존하는 것이다.”(勞謙 君子有終 吉, 子曰 勞而不伐 有功而不德 厚之至也, 語以其功下人者也. 德言盛 禮言恭, 謙也者 致恭 以存其位者也.)

 

  이렇게 도를 체득한 성인은 자랑하거나 드러내거나 과시하지 않고 오직 다투지 않기 때문에 천하가 모두 더불어 다툼이 없어진다. 그러니 옛적부터 전해 내려 온 굽히면 온전해진다는 말이 어찌 헛된 빈 말이겠는가?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성인은 오로지 진실로 온전하게 해서 도로 돌아간다.

중용23장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다음은 곡진함으로 이룸이니, 곡진하면 능히 성실함이 있으니, 성실하면 나타나고, 나타나면 드러나고, 드러나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움직이고, 움직이면 변하고, 변하면 화하니, 오직 천하의 지극한 정성이어야 능히 화하느니라.(其次 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 爲能化.)

 

 

曲則全하고 枉則直하며

窪則盈하고 敝則新하며

少則得하고 多則惑하니

是以로 聖人은 執一하야 爲天下牧이라

不自見이라 故로 明하고

不自是라 故로 彰하며

不自伐이라 故로 有功하고

不自矜이라 故로 長이라

夫唯不爭일새 故로 天下莫能與之爭하나니

古之所謂曲則全者가 豈虛言哉리오?

誠全而歸之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94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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