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도덕경

도덕경 제26장

돈호인 2020. 10. 5. 12:39

 

26. 重爲章

     중위장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是以 聖人 終日行 不離輜重

시이 성인 종일행 불리치

雖有榮觀 燕處超然

수유영관 연처초연

柰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내하만승지주 이이신경천하

輕則失根 躁則失君

경즉실근 조즉실군

 

重 : 무거울 중  輕 : 가벼울 경  躁 : 성급할 조  離 : 떠날 리  輜 : 짐수레 치

榮 : 영화 영  燕 : 편안할 연  超 : 넘을 초  奈 : 어찌 내  乘 : 탈 승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가 되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인군이 된다.

이로써 성인은 하루 종일 가더라도 무거운 짐수레를 떠나지 않으며,

비록 영화로운 구경거리가 있더라도 편안한 곳에서 초연하니,

어찌 만승의 주인(천자)으로서 자기 몸으로 천하를 가볍게 하겠는가?

가벼우면 뿌리를 잃고 조급하면 인군을 잃는다.

 

 

   앞 장에서 도대(道大천대(天大지대(地大인대(人大)라 하였다. 도는 얼마나 큰가? 크기에 헤아릴 수 없이 무겁고 또한 고요하다. 이 무거움에서 온갖 가벼운 것들이 나온다. 또한 도의 말없는 고요함 속에서 온갖 조급한 것들이 나온다. 드넓은 대양(大洋)은 얼마나 무겁고 고요한가? 그런데 그 무거움 속에서 가벼운 파도들이 일렁인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가벼운 파도의 조급함이 있다. 저 하늘과 땅은 얼마나 무겁고 고요한가? 그 무거움 속에서 천하 만물을 싣고 있으며, 그 고요함 속에서 회오리바람이 불어대는 조급함이 있다. 가벼운 것과 조급한 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도의 근원은 아니다. 그래서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가 되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인군이 된다고 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천하를 다스리는 성인은 도의 후중함을 본받아 천하 백성을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그 후중함을 잃고 세상 사람처럼 가볍게 명예나 이익을 추구하면 어떻게 백성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천하를 다스리는 성인은 천하 백성의 소리를 들어야 하기에 고요함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고요히 듣지 않고 세상 사람처럼 조급하게 이해관계를 따지고 시비를 논하는 조급함에 빠지면 어떻게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성인은 살아가는 역정 속에서 한결같이 천하 백성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가더라도 백성을 싣고 있는 무거운 짐수레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세상에 화려하고 영화로운 구경거리가 있더라도 성인은 오로지 고요하고 편안한 곳에 거처하여 그러한 번잡한 영화에 초연한다.

  어찌 만승의 주인인 천자(天子)로서 자기 몸으로 천하를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백성을 다스리는 천자는 자기 일신의 몸이 아니다. 천자의 몸은 곧 천하 백성의 몸이니 스스로를 가볍게 하면 곧 천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자기를 가볍게 하면 도의 근원인 후중한 뿌리를 잃게 되고, 조급하게 하면 고요함의 주인인 인군을 잃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맡아 정치하는 자에 대한 경구이다.

  연못 위에 물이 있으니, 이 물을 잘 조절하여 정치를 잘 하라는 주역수택절괘’(水澤節卦)의 괘상전(卦象傳)에서 상전에 말하길,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도수와 법도를 지으며 덕행을 의논한다”(象曰 澤上有水 君子 制數度 議德行)고 하였다.

  이 절괘(節卦) 초구효에 정치를 하는데 말조심을 하라는 뜻에서 초구는 호정을 나서지 않으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初九 不出戶庭 无咎)고 하였는데, 이 효사의 내용을 공자는 계사상전8장에서 다음과 설명하였다.

 

호정(戶庭)을 나서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지러움이 생하는 바는 말(言語)로써 계제(階梯)가 되는 것이니, 인군이 주밀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으며, 신하가 주밀하지 못하면 몸을 잃으며, 기밀한 일이 주밀하지 못하면 해로움을 이루니, 이로써 군자가 삼가고 주밀해서 나가지 않는 것이다.”(不出戶庭 无咎, 子曰 亂之所生也 則言語 以爲階, 君不密則失臣, 臣不密則失身, 幾事 不密則害成, 是以君子 愼密而不出也.)

 

  , 인군이 경망하면 신하가 인군에게 의지하지 못함을 알고, 신하가 조급하면 인군이 신하가 사사로운 이익에 뜻을 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인군이 경망하면 신하를 잃고, 신하가 조급하면 인군을 잃게 된다. 인군이 주밀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고, 신하가 주밀하지 못하면 자기 몸을 잃으며, 기밀한 일이 주밀하지 못하면 결국 해로움을 이루는 것이다.

 

 

重爲輕根이오 靜爲躁君이라

是以로 聖人은 終日行호대 不離輜重하며

雖有榮觀이나 燕處超然하나니

柰何萬乘之主로 而以身輕天下리오

輕則失根하고 躁則失君이니라.

 

 

※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0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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