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과 인생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 일명 海印圖)와 법성게(法性偈)

돈호인 2018. 8. 3. 18:48

 

 

※ 《법성게(法性偈)》는 첨단 과학문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우주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전적(典籍)이다. 대부분의 경전 해석이 그러하듯이, 《법성게(法性偈)》의 내용을 풀이하고 해석하는 것도 논자에 따라 다양하다. 나름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근본적인 뜻은 모든 사람이 각자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스스로 깨우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원문의 본뜻을 살려 간략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의 의의를 〈불교 백과사전〉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간략히 설명하고, 이어서  《법성게(法性偈)》 내용을 풀이하여 보았다.

 

 

Ⅰ.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와 의상(義相)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는 흔히 《법계도(法界圖)》 《해인도(海印圖)》라고 하며, 게송은 《법성게(法性偈)》라 한다. 『화엄경(華嚴經)』의 사상을 압축하여 간략히 정리한 것으로 해동화엄의 초조(初祖) 의상(義相, 625-702)이 지었다.

 

  《법성게》는 7언 30구 210자의 짧은 시문(詩文)이고, 《법계도》는 이 시문을 54각(角)의 네모꼴 도인(圖印)에 합쳐서 만든 인장(印章)이다. 의상은 인(印)이란 형식의 《법계도》를 짓게 된 까닭을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그물과 같은 교법이 포괄하는 삼종세간(三種世間)을 해인삼매를 좇아 드러내, 이름에만 집착하는 무리들로 하여금 이름마저 없는 참된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종세간이란 물질의 세계(器世間), 인간들의 세계(衆生世間), 지혜의 세계(智正覺世間)를 말한다. 흰 종이에 붉은 도인(圖印)의 줄(길)과 검은 글자를 써서 만든 《법계도》의 백지는 기세간, 검은 글자는 중생세간, 붉은 줄은 지정각세간을 나타낸다. 3종세간이 별개의 것이 아니면서도 따로 이해해야 함을 표현했다. 법계도의 게송 즉 《법성게》는 중앙에서 ‘법(法)’자로 시작해서 다시 중앙에서 ‘불(佛)’자로 맺고 있다.
 <출처 : 불교 백과사전>


Ⅱ. 《법성게(法性偈)》 풀이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常共和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是故行者還本際 叵息妄想必不得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以陀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 法性圓融無二相 諸法不動本來寂 (법성원융무이상 제법부동본래적)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고
모든 법은 동요함이 없이 본래가 고요하네.

 

※ ‘법성원융무이상’은 법성(法性)을 ‘법의 성품’으로 해석하여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고”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또는 ‘법(法)과 성(性)’으로 나누어 “법과 성은 원융하여 두 모습이 없고”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제법부동본래적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은 ‘법(法)’에 관한 내용이며,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은 ‘성(性)’에 관한 내용이다.

 

○ 無名無相絶一切 證智所知非餘境 (무명무상절일체 증지소지비여경)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어 온갖 것 끊겼으니
깨달음의 지혜로만 알뿐 다른 경계 아니네.


○ 眞性甚深極微妙 不守自性隨緣成 (진성심심극미묘 불수자성수연성)

 

참된 본성은 매우 깊고 지극히 미묘하니
자기 본성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 따라 이루어지네.

 

○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고 여럿 속에 하나가 있으니
하나가 곧 모든 것이요 여럿이 곧 하나이네.


○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

 

하나의 작은 티끌 속에 시방세계(우주)를 머금으니
온갖 티끌 속에도 또한 이와 같네.

 

※ 우주의 공간성 :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는 우주의 공간적 의미를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세계의 일체성(一體性)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또한 부분 또는 개체와 전체와의 관계를 일체성과 조화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무량원겁즉일념 일념즉시무량겁)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한 세월은 곧 한 생각이고
한 생각은 곧 바로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네.


○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 (구세십세호상즉 잉불잡란격별성)

 

구세(九世)와 십세(十世)가 함께 서로 하니
오히려 어지럽게 섞이지 않고 나뉘어 따로 이루어지네.

 

※ 우주의 시간성 : “無量遠劫卽一念 一念卽是無量劫 九世十世互相卽 仍不雜亂隔別成”은 우주의 시간적 의미를 과거 현재 미래의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일념(一念)의 관계로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서 구세(九世)는 일반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三世)를 각각 다시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여 표현한 것이며, 십세(十世)는 구세(九世)에 일념(一念)을 더한 것을 말한다. 즉 구세(九世)가 일념(一念) 속에 있으니 십세가 되는 것이다. 현상적으로 펼쳐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헤아릴 수 없는 세월(구세)이 지금 이 순간의 일념(一念)에 있으니 ‘구세와 십세가 서로 함께하는 것’이고(九世十世互相卽),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현재 미래의 구세와 일념이 어지럽게 서로 섞이지 않고 현상계는 현상계대로 본체계는 본체계대로 이루어지고 있다(仍不雜亂隔別成)는 말이다.

 

○ 初發心時便正覺 生死涅槃相共和 (초발심시변정각 생사열반상공화)

 

처음 마음 낼 때에 문득 바르게 깨닫고
생사와 열반이 서로 함께 조화롭네.


○ 理事冥然無分別 十佛普賢大人境 (이사명연무분별 시불보현대인경)

 

본체계(理)와 현상계(事)가 그윽하여 분별이 없으니
시방제불 보현보살 대인의 경지이네.


○ 能仁海印三昧中 繁出如意不思議 (능인해인삼매중 번출여의불사의)

 

부처님은 해인 삼매 가운데서
끊임없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하니 헤아릴 수 없네.

 

※ ‘能仁’이란 용어는 ‘부처’를 일컫는 말이다. 논자에 따라서는 ‘能人’ 혹은 ‘能入’으로 고쳐 풀이하는 해석도 있다.
※ ‘海印’이란 우주의 일체를 깨달아 아는 부처의 지혜를 의미한다. 아울러 ‘해인(海印)’은 중생을 구원하는 근원적이고도 신비스러운 힘 또는 징표(印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는 흔히 《법계도(法界圖)》 또는 《해인도(海印圖)》라고 부르고 있다.


繁 : 많을 번(무성함, 자주)

 

○ 雨寶益生滿虛空 衆生隨器得利益 (우보익생만허공 중생수기득이익)

 

보배로운 비가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 허공에 가득하니
중생들은 그릇 따라 이익을 얻는다네.


○ 是故行者還本際 叵息妄想必不得 (시고행자환본제 파식망상필부득)

 

그러므로 수행자가 근본자리로 돌아가매
망상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얻을 수 없네.


叵 : 어려울 파, 不可할 파, 드디어 파


○ 無緣善巧捉如意 歸家隨分得資糧 (무연선교착여의 귀가수분득자량)

 

걸림이 없는 교묘한 방법으로 여의주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매 분수에 따라 자재와 식량을 얻네.


捉 : 잡을 착


○ 以多羅尼無盡寶 莊嚴法界實寶殿 (이다라니무진보 장엄법계실보전)

 

다라니로 보배가 다함이 없으니
장엄한 법계가 실로 보배로운 궁전이네.

 

※ 다라니(多羅尼)는 선법(善法)을 갖추어 악법(惡法)을 막기 위하여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하지 않고 음 그대로를 적어서 외우는 것을 말한다. 지혜를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장구(長句)로 된 것을 다라니(多羅尼)라고 하고, 몇 구(句)로 된 짧은 것을 진언(眞言) 또는 주(呪)라고 한다. 불교에서 예식 때 필수적으로 읽고 있는 『천수경(千手經)』에서 장구로 된 다라니(多羅尼)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로 시작되는 《신묘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陀羅尼)》를 들 수 있고, 진언(眞言)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옴 마니 반메 훔”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관세음보살 본심미묘 육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 本心微妙 六字大明王眞言)》을 들 수 있다.

 

○ 窮坐實際中道床 舊來不動名爲佛 (궁좌실제중도상 구래부동명위불)

 

마침내 실제 중도의 자리에 앉으니
예로부터 동요함이 없어 그 이름 부처로다.

 

 


                                《法性偈법성게》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無名無相絶一切(무명무상절일체)  證知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眞性甚深極微妙(진성심심극미묘)  不守自性隨緣成(불수자성수연성)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一卽一切多卽一(일즉일체다즉일)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一念卽是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난격별성)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生死涅槃常共和(생사열반상공화)
理事冥然無分別(이사명연무분별)  十佛普賢大人境(시불보현대인경)
能仁海印三昧中(능인해인삼매중)  繁出如意不思議(번출여의불사의)
雨寶益生滿虛空(우보익생만허공)  衆生隨器得利益(중생수기득이익)
是故行者還本際(시고행자환본제)  叵息妄想必不得(파식망상필부득)
無緣善巧捉如意(무연선교착여의)  歸家隨分得資糧(귀가수분득자량)
以陀羅尼無盡寶(이다라니무진보)  莊嚴法界實寶殿(장엄법계실보전)
窮坐實際中道床(궁좌실제중도상)  舊來不動名爲佛(구래부동명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