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과 인생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함이 있건마는

돈호인 2020. 9. 18. 15:53

  

 

  맹자(孟子, B.C.372 B.C.289)는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철인(哲人)으로 유가사상(儒家思想)의 기틀을 세웠다. 인간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는 선한 본성을 잃지 않고 잘 가꾸기 위해서 교육(敎育)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맹자는 인간에 내재한 선한 본성의 중요성을 천작(天爵)과 인작(人爵)을 비유하여 말하고 있다. 천작이란 하늘이 내려준 벼슬을 말하고 인작이란 사람이 준 벼슬을 말한다.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작(天爵)이 있으며, 인작(人爵)이 있으니, 인의(仁義)와 충신(忠信)을 행하고 선()을 즐거워하며 게을리하지 않음은 천작(天爵)이요, 공경(公卿)과 대부(大夫)는 인작(人爵)이다. 옛사람은 그 천작을 닦음에 인작이 뒤따랐다. 지금 사람들은 천작을 닦아서 인작을 요구하고, 이미 인작을 얻고서는 천작을 버리니, 이것은 의혹됨이 심한 자이다. 끝내는 반드시 인작마저 잃을 뿐이다.”(고자장구상告子章句上 16)

   이어서 말하기를 귀하고자 함은 사람의 똑같은 마음이니,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함이 있건마는, 생각하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남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양귀(良貴)가 아니니, 조맹(趙孟, 나라의 )이 귀하게 해준 것을 조맹이 능히 천하게 할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이미 술로 취하고 이미 덕으로 충족했다.’ 하였으니, 인의(仁義)에 충족함을 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의 고량지미(膏粱之味)를 원하지 않는 것이며, 좋은 명성과 넓은 명예가 몸에 베풀어져 있다. 이 때문에 남의 문수(文繡)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고자장구상告子章句上 17)

 

  천작은 자기 자신에 내재한 고유한 성품을 회복하는 것이고, 인작은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인의(仁義)와 충신(忠信)을 행하고 선()을 즐거워하며 게을리하지 않으면 덕이 있다고 회자되어 자연히 벼슬자리에도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벼슬자리에 오르고 나면 권력욕에 빠져서 하늘이 내려준 천작을 버리고 끝내는 패가망신 하여 인작까지도 버리게 되는 실상을 질타한 것이다.

 

   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고 스스로 귀한 존재가 되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그 귀함을 자기 자신에서 찾느냐 아니면 밖에서 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짐을 말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자기 자신에 고유한 귀함이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기만의 특성과 자질로서 나타나고 사회적 관계에서 큰 장점으로 자리매김이 된다. 자기 자신의 안에 있는 귀함이 발현되면 그 귀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하늘이 내려준 벼슬, 곧 천작(天爵)이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 내재한 천작을 모르고 남으로부터 귀함을 좇아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게 되면, 한 때 그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결국에는 빼앗기게 된다. 그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권력과 명예를 준 자는 언제라도 그 자리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심성과 사회적 양상은 마찬가지이다.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고 경제적 부를 창출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분출되고 있다. 영원할 수 없는 물거품을 영원한 실상으로 여기고 목숨걸고 한평생을 매달리다 가는 것이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있는 고유한 귀함을 발현시켜 자존감을 구현하고 각자의 존재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된다면, 그 사회는 진정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告子章句上 16] 孟子曰 有天爵者하며 有人爵者하니 仁義忠信樂善不倦은 此天爵也요 公卿大夫는 此人爵也니라 古之人은 修其天爵而人爵從之러니라 今之人은 修其天爵하여 以要人爵하고 旣得人爵하여는 而棄其天爵하나니 則惑之甚者也라 終亦必亡而已矣니라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천작(天爵)이 있으며, 인작(人爵)이 있으니, 인의(仁義)와 충신(忠信)을 행하고 선(善)을 즐거워하며 게을리하지 않음은 이 천작(天爵)이요, 공경(公卿)과 대부(大夫)는 이 인작(人爵)이다. 옛 사람은 그 천작을 닦음에 인작이 뒤따랐다. 지금 사람들은 천작을 닦아서 인작을 요구하고, 이미 인작을 얻고서는 천작을 버리니, 이것은 의혹됨이 심한 자이다. 끝내는 반드시 인작마저 잃을 뿐이다.”

 

[告子章句上 17] 孟子曰 欲貴者는 人之同心也니 人人이 有貴於己者언마는 弗思耳니라 人之所貴者는 非良貴也니 趙孟之所貴를 趙孟이 能賤之니라 詩云 旣醉以酒요 旣飽以德이라하니 言飽乎仁義也라 所以不願人之膏粱之味也며 令聞廣譽施於身이라 所以不願人之文繡也니라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귀하고자 함은 사람의 똑같은 마음이니,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함이 있건마는, 생각하지 않아서 모를 뿐이다. 남이 귀하게 해 준 것은 양귀(良貴)가 아니니, 조맹(趙孟, 晉나라의 卿)이 귀하게 해준 것을 조맹이 능히 천하게 할 수 있다. 『시경』에 이르기를 ‘이미 술로 취하고 이미 덕으로 충족했다.’ 하였으니, 인의(仁義)에 충족함을 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남의 고량 지미(膏粱之味)를(膏粱之味) 원하지 않는 것이며, 좋은 명성과 넓은 명예가 몸에 베풀어져 있다. 이 때문에 남의 문수(文繡)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