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은 동양 고전의 으뜸이다. 동양학문의 원류로서 음양오행, 한의학, 풍수지리학, 사주명리학 등 전통 학문의 기초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세 동아시아의 정치사회적 이념의 근간을 이루었던 유가의 주요 경전이었다.
『주역』의 학문적 원리는 현대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학문의 다양한 분과에서 『주역』을 응용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원리와 현상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내용이 『주역』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목표로 연구하는 대학원에서는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하여 각종 서적과 논문 등 수많은 문헌과 씨름하게 된다. 새로운 이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더듬어 봐야 하고, 논리적 정합성과 과학적 증명 등을 통하여 자기가 주장하고자 하는 이론의 합리성을 보여야 한다.
이론은 이론을 낳는다. 그래서 때로는 이론을 위한 이론이 되어 그 이론이 정작 인간의 삶과 사회적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역』의 매력은 기본 원리가 자연과학적인 토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과 경전에 담긴 64괘 384효의 상황성이 그대로 인간의 실존적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주역』원전을 공부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 안에 내재된 생명력을 일깨우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적 현실을 조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좌표를 설정할 수 있다.
미래를 보는 관점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째는 미래지향적인 미래관이다. 이러한 미래관은 열린 마음으로 능동적으로 창조해 가는 미래관이다. 둘째는 과거지향적인 미래관이다. 이는 닫힌 마음으로 종래의 틀에 매여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미래관이다. 미래지향적인 미래관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부단히 새로움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지향적인 미래관은 기왕의 인습적 틀에 매여서 발전적인 미래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미래예측이라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미래예측에는 긍정적인 가변성이 포함되어 창조적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그러나 과거지향적인 미래예측에는 과거의 공식에 매여서 오히려 발전적인 미래상에 족쇄를 채우고 만다.
국내정세나 국제정세에 관한 전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컨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하여 전개된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대화의 가능성 등을 놓고 논평하는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의 태도에는 미래지향적 미래관과 과거지향적 미래관의 두 측면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0세기에 형성된 국제적 역학관계의 패러다임에 갇혀 21세기의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진전에 오히려 불안해하는 태도를 보이는 양상은 과거지향적 미래관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 세상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미래는 ‘이미 정해짐’이 없이 지금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력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창조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모든 존재자들은 그 스스로의 생명력을 깨닫고 그 생명력을 일깨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를 찾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2018학년도 1학기 전공 교과목으로 개설된 【주역원전강독Ⅰ】 을 담당하여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주역』원전 공부는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일깨우는 공부이다. 더 나아가 세상을 보다 유익하게 만드는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미래지향적인 미래관을 설계해 나가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미래는 ‘이미 정해짐’이 없이 지금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력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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