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아시아교정포럼과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 공동으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가 〈인문학과 더불어 2016, 교정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2016년 5월 20일(금)에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체실리아 홀에서 진행되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나는 「주역철학(周易哲學)의 관점에서 본 인문교정(人文矯正)」이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인문교정’이란 그동안 규범주의적 범주에서 주로 논의되어 오던 교정학에 인문학적 관점을 투영하여 재소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한 이론체계를 정립하고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교정교화를 위해 새로이 형성되는 학문분야라고 할 수 있다.
『주역』이 형성된 연원에 있어, 은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에 주나라의 문왕(文王)이 은나라의 폭군 주(紂)에 의해 유리(琉璃) 지방에 있는 옥(獄)에 갇혀 있었을 때 역(易)을 연구하여 64괘로 연역하고 괘사(卦辭)를 지었고, 문왕의 아들인 주공(周公)이 384효에 효사(爻辭)를 지음으로써 『역경』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오늘날 현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다양한 이견(異見)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견해에 입각한다면, 『주역』은 문왕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의해 지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역』은 오늘날 교정교화(矯正敎化)에 관한 동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기본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법학적 규범주의적 관점에서 논의되고, 또한 서양철학 이론을 근간으로 하여 전개되었던 이론적 탐구경향과는 달리, 동양철학 가운데 주역철학의 관점에서 교정학을 접근하여 연구한 첫 시도이기도 하였다. 발표한 논문의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Ⅵ. 나가는 말
“이 법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고 수용자의 처우와 권리 및 교정시설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 1조.
『주역』은 동양고전으로 현대적 학문분류로 본다면 인문학 가운데 동양철학의 한 분야로서 유교철학의 고전 내지 경전이라는 지점에 있다. 그러나 『주역』에 내포된 사유의 범주는 우주적 차원에 비견할 수 있는 천문 지리 인사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있다. 이는 학문 분과로서의 범주와 학문적 사유체계로서의 인식범주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정학’은 현대 학문적 분류로 보면 사회과학 가운데 법학의 한 분야로 형사관계법(형법학)에 속한다. ‘교정학’은 형법을 비롯한 형사관계법의 한 분과이지만, ‘교정학’의 목적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이념으로 하는 독자적인 인식범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교정교화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인문 사회과학적 프로그램과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한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학문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첨단 문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 『주역』과 같은 고전을 통해 사유한다는 것은 고대적 사유로의 회귀(回歸)가 아니라,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사고에서 종합적이고 근원적인 사유로의 전환(轉換)을 의미한다. 『주역』에서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이라 표현하고 있듯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창조되어 가는 과정에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학문 역시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목적과 이념을 설정하여 창조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주역』에는 고대사회의 ‘죄와 벌’이 투영되어 있으며, 특히 사회의 조화와 최적의 선에 이르는 대동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교정교화(矯正敎化)의 이념이 강하게 깔려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주역』에 내재된 교정교화의 이념은 ‘교정학’의 근본목적에 그대로 부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정학의 인문학적 접근은 사회의 통합과 화합을 도모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모색하는데 주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진정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사회에 복귀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찾고자 하는 노력과 더불어 인간과 학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인문교정학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주역철학의 관점에서 인문교정을 접근해 보는 시론(試論)으로 다소 개괄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전개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주역』에 내재된 교정교화(矯正敎化)의 이념과 인간과 사회의 최적(最適)의 상태를 통해 대동사회를 이루어 가려는 『주역』의 이상이 ‘교정학’의 근본이념에 부합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이 논문의 매듭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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