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변화를 연출하면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공간의 여정에서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존재가치를 드러내며 살아가고 있다. 궁극적인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하는 노력도 있겠지만, 현실적 존재자로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이루어가야 할 자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해가면서 진행되는 과정들은 그 사회에서 주어진 제도적 틀(예컨대, 유아교육을 비롯하여 초등 중등 고등 대학으로 이어지는 교육체계)에 의해 정형화되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개개인의 삶의 과정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적 존재자로서 이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외형상 주연역할을 하든 조연역할을 하든 엑스트라역할을 하든, 본질적으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세상의 이치(天理)를 알고자 하는 것과 자기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명(命)을 알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지적 욕구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랜 역사적 과정에 대한 연구와 사회의 변동양상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어느 정도 유형화된 패턴을 발견하게 되고, 지구를 비롯한 우주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자연계의 변화흐름을 일정한 패턴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고대인들은 이러한 패턴인식을 통하여 자연의 법칙과 사회의 법칙을 각각의 상징부호로 전환시켜 체계화시켰는데, 동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음양(陰陽), 오행(五行), 간지(干支: 10 천간 12지지)라는 상징체계이다. 가장 오래된 연원을 가진 『주역』은 음양이진법(陰陽二進法)의 상징체계로 되어 있고, 중국의 당송대(唐宋代)에 정립된 〈사주명리〉는 간지오행(干支五行)을 기본 틀로 체계화된 것이며, 전통적으로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 전해져 내려온 풍수지리, 기문둔갑, 태을수, 육임, 육효, 점성술 등의 수많은 술수예측방법론들 또한 음양오행과 간지원리에 입각하여 응용 발전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온 전통적 학문들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생을 관찰하여 추출한 상징적 부호체계들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후대로 내려오면서 상징적 부호체계들이 수학과 같은 일련의 공식으로 전환되면서 자연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인생의 흐름도 공식화된 패턴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여기게 되었다. 고대인들이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추출한 상징부호이기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삶 속에서 펼쳐지는 현상계의 모든 변화가 정해진 공식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삶에서 일정한 정률이 나왔지만 그 정률(공식)이 삶 자체인 것은 아니다.”
맹자(孟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극진하게 하는 자는 자기 자신의 본성을 알게 되고, 그 본성을 알게 되면 하늘을 알 수 있다. 그 마음을 보존하여 그 본성(性)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고, 요절하거나 장수함에 의심하지 않고 몸을 닦고 천명(天命)을 기다림은 명(命)을 세우는 것이다."([盡心章句上 1] 孟子曰 盡其心者는 知其性也니 知其性이면 則知天矣니라 存其心하여 養其性은 所以事天也요 殀壽에 不貳하여 修身以俟之는 所以立命也니라)라고 하였다. 또한 “명(命) 아님이 없으니, 그 정명(正命)을 순히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정명을 아는 자는 위험한 담장 아래에 서지 않는다. 그 도(道)를 다하고 죽는 자는 정명(正命)이요, 질곡(桎梏)으로 죽는 자는 정명이 아니다.”([盡心章句上 2] 孟子曰 莫非命也나 順受其正이니라 是故로 知命者는 不立乎巖牆之下하나니라 盡其道而死者는 正命也요 桎梏死者는 非正命也니라)라고 하였다. 이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정해져 있는 운명(運命)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생의 길이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극진하게 하여(盡心) 본성(本性)을 깨닫고 자기 자신의 삶에 충실하여 천명을 기다리는 것(正命)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맹자의 주장은 “이치를 연구하고 성품을 극진히 하여 명에 이른다”(窮理盡性 以至於命)라는 『주역』(설괘전 제1장)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삶의 역동적인 과정에 있다. 인간은 개별적 존재자로서의 인간이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속에서의 인간이기도 하며, 어느 한 조직속에서의 인간이기도 하고, 조직과 조직의 관계속에서의 인간이기도 하며, 국가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기도 하고, 우주속의 한 존재자이기도 하다. 현상계의 다양하고도 다원적인 구조 속에서 모두의 삶이 또한 각자의 삶이 영위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역동적인 과정 속애서 항상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다.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간이 나아가야 하는 길,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알고 있다. 권위적 힘과 물질적 부를 무기로 하는 허세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가 그 스스로의 삶을 구현해 나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국가나 사회조직이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일 것이다.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나가지 못할 때, 두 가지 방향으로 물음을 던진다. 하늘을 향하여 그리고 이 사회를 향하여!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이 한국장애인개발원 신규사업 특별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어 역학사양성 직업재활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난 7월 2일부터 맡아 진행한 〈주역통변〉강의를 10월 29일에 종강하게 되었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주역 64괘의 상징체계와 사주명리의 이론적 틀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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