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상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정신계를 대변하는 인간의 마음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사유(思惟)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생명작용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깨달음이란 끊임없는 사유작용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생각이 나오는 근원(根源)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이 끊어진 자리가 곧 깨달음의 자리이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는 의식불명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이 나오는 근원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생각에도 차원이 있다. 일상적인 생각이란 현상계에서 펼쳐지는 온갖 현상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작용이다. 참선 명상 기도 등은 일상적인 생각의 파동을 보다 근원적인 생각의 파동으로 바꾸어 정신적 차원을 상승시키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하여 현대사회는 물질문명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왔다. 물질문명이 발전한다는 것은 그에 비례하여 인간의 육체의 수고로움이 덜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과학문명사회를 대변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유비쿼터스’일 것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설명되는 라틴어로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사물과 현상을 이른바 컴퓨터를 통한 전자장치를 통하여 사물과 사물, 현상과 현상, 인간과 사물을 시공간의 차이를 초월하여 동시에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유비쿼터스사회로의 진입을 본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오늘날의 스마트폰일 것이다. 휴대전화에 컴퓨터를 결합한 스마트폰을 통하여 유비쿼터스사회로의 진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인간사회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들을 물리적 공간의 벽을 넘어 동시에 보고 있다. 또한 동시에 작용하고 동시에 반응하고 있다. 단지 손가락 하나의 조작을 통하여!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물리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게 된다.
그런데 물리적 현상과 사회적 현상의 가속화된 변화에 맞물려 인간의 정신은 그에 반비례하여 더욱 피폐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 즉, “사물을 부릴 것인가? 아니면 사물에 부림을 당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펼쳐지는 모든 일과 현상을 유비쿼터스적 기계를 통하여 간단히 해결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인간의 정신적 행복과 마음의 평화를 찾아 보다 나은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온갖 정보의 접촉으로부터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관련된 모든 것들을 모두가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유비쿼터스적 기계에 매달려야 한다.
『장자(莊子)』 「외편 천지(天地)」에 “기계를 가지면 반드시 기계에 의한 일이 생기고, 기계에 의한 일이 생기면 반드시 기계에 얽매이는 마음이 생긴다.”(有機械者 必有機事, 有機事者 必有機心)라는 글이 있다. 수천 년 전의 어느 철인(哲人)의 말이지만 오늘날의 현실에 그대로 부합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은 사실 기계에 얽매이고 있는 불쌍한 노예의 신세인지도 모른다. 『순자(荀子)』 「수신편」에 “전(傳)에 말하길, 군자는 사물을 부리지만 소인은 사물에 부림을 당한다.”(傳曰 君子役物 小人役於物)라고 하였다. 주체적 존재로서 사물을 부리고 있는가 아니면 사물에 부림을 받고 있는가? 현대문명은 인간의 존재의미에 근본적 문제를 던지고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잘 활용하되, 우주 안에 존재하는 궁극적 존재자로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정신적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마음과 정신에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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