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과 인생

독경(讀經)은 마음의 파동을 일으켜 정신과 육체를 일깨운다.

돈호인 2015. 2. 4. 16:10

 

 

 

  사람은 정신작용과 육체운동을 통하여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정신작용은 사고(思考)를 통하여 나타나며, 육체운동은 체내의 모든 생리작용으로부터 외적 신체작용에 이르기까지 육체적 생명작용의 모든 것으로 나타난다. 정신작용과 육체운동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작용과 육체운동이 결코 별개의 영역인 것은 아니다. 정신과 육체는 상호근원이 되면서 이 현상계에서 궁극적 삶을 표현하고 있다. 온전하지 못한 정신은 그대로 육체에 나타나며, 건강하지 못한 육체는 그대로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과 육체를 통할하는 실체를 우리는 마음이라고 한다. 마음은 현상계의 정신과 육체를 운용하는 실체이면서 인간의 궁극적 존재를 품고 있다. 그 마음()의 소리()를 의()라고 하며, 마음() ()을 생각()이라고 한다. 정신에는 영원한 생명력이 있기에 끊임없는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상계에서 유형적 존재인 육체는 모든 유형적 물질이 지닌 한계성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수명(壽命)이라고 한다.

 

  현상계에서 인간은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상계에서 펼쳐지는 온갖 고통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신과 육체가 조화롭지 못한 상태에 빠지게 되고, 더 나아가 한계가 있는 물질계에 집착하여 근원적인 정신을 아예 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조화를 막기 위하여 우리는 수양을 한다. 육체의 운동을 위주로 한 수양도 있고, 정신의 작용을 위주로 한 수양도 있다. 어떠한 수양을 하든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작용을 통하여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인간의 생명활동에서 빚어지는 업()을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입을 통한 말로 짓는 구업(口業), 생각으로 짓는 의업(意業)의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구업(口業)은 정신과 육체의 가교역할을 하는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의업이라는 정신계와 신업이라는 물질계를 연결하는 다리이다. 바꾸어 말하면 생각(의업)과 행위(신업)를 동시에 조율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모든 화()와()은 입에서 나와서 입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구업(口業) 가운데 가장 선()하고 신성(神聖)한 것이 바로 독경(讀經)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통적인 학문이나 종교에서는 독경을 중요시 했다. 독경(讀經)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에 내재된 의미를 마음에 실어 정신계와 물질계, 다시 말하면 정신과 육체에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 불교, 도교,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 등 각 종교에서는 성스러운 의식을 집행할 때 반드시 소리를 통한 파동을 일으킨다. 그것이 설법이든, 설교이든, 염불(念佛)소리이든, 법고 소리이든, 찬송가이든, 종소리이든, 성경낭독이든, 강송(講誦)이든 어떠한 형태와 형식을 불문하고 성스러운 소리로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그 소리에 담긴 의미와 마음의 깊이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생각 자체가 소리이다. 그래서 정신수양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현상적 물질계의 파동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깊은 내면의 소리는 듣고자 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자체일 뿐이다.

 

  종교의식에서 행해지는 소리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그것은 대중을 하나로 이끌기 위하여 공명(共鳴)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공명작용을 통하여 대중은 하나로 조화롭게 되고,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정신적 차원이 상승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소리를 찾는 것이다. 정신과 육체를 아우르는 마음은 자기에게 필요한 소리를 요구한다. 그래서 고전을 읽거나 불경 성경을 읽을 때에는 암송(暗誦)도 좋지만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더 좋다. 단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의 뜻을 마음에 실어 읽는 것이 좋다. 글의 뜻이 마음에 실려 소리를 내게 되면 자연히 운율(韻律)이 더해지게 되고, 음의 고저장단(高低長短)에 따라 정신과 육체에 파동이 일게 된다. 정신은 정신대로 마음의 파동을 실어 맑은 상태가 되고, 육체는 육체대로 마음의 파동에 의해 온 몸의 세포가 반응하여 조화로운 생명작용으로 이끌게 된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는 마음의 소리로 하나가 된다. 그야말로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독경(讀經)이다.

 

 

독경(讀經)은 마음의 파동을 일으켜 정신과 육체를 일깨운다.

글의 뜻을 마음에 담아 소리를 내어 읽는다.

자연히 음의 고저장단이 펼쳐지고 정신과 육체는 그 파동에 잔잔한 진동을 일으킨다.

생명의 파동이 온 몸으로 퍼진다.

이제 성스러운 경전이나 고전을 독경하는 자유를 누려 보자.

그리고 진정한 내면의 소리를 찾아보자.

그리고 세상의 참된 소리를 들어보자.

그것이 바로 관세음(觀世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