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과 인생

『심인경(心印經)』: 마음(心)은 정(精)·기(氣)·신(神)을 아우른다.

돈호인 2015. 1. 14. 17:41

 

 

  성령(聖靈)이 임하고, 불성(佛性)을 깨닫고, 성리(性理)를 터득하고, ()를 얻는다. 이는 인간으로서 본질을 터득하는 궁극적인 경계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인 그 무엇을, ()이든 영()이든 도()이든 성()이든, 어떠한 교리에 의해 어떠한 철학적 담론으로 설명을 한 들, 논리적으로는 혹은 거부할 수 없는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해하거나 믿을 수 있을지라도 그 교리나 담론을 깨달음과 일치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깨달음, 즉 존재의 근원을 깨우친다는 것은 논리적 문제이거나 강요된 믿음이 아닌 모든 존재의 자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질적 요소를 정()과 기()와 신()의 관계로 파악하고 이를 마음의 작용으로 일관(一貫)하는심인경(心印經)은 전형적인 도교(道敎) 경전 가운데 하나이다. 원 제목은 고상옥황심인경(高上玉皇心印經)으로 도교의 대장경 가운데 하나인 도장정화(道藏精華)51권에 수록되어 있으며, 서문(序文)과 함께 촉잉진자(蜀孕眞子)의 주()가 달린 경문으로 되어 있다. 인간이 현상계에서 정신과 육체의 작용을 원만하게 하고,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정기신(精氣神)을 정신과 육체를 통할하는 마음의 작용과 일체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200자로 되어 있는 심인경은 마치 불교의 반야심경(般若心經)처럼 음미하고 또 음미하면서 뜻을 파악하고, 수양삼아 암송하면서 정신을 집중하는 데에도 결코 손색이 없는 경전이라 생각된다. 인간의 본질을 터득함에는 종교의 경계도 없으며, 철학의 경계도 없을 것이다. 인연 따라 특정 종교나 학문에 몸을 담더라도 참다운 이치를 품고 있는 내용이라면 보물 캐듯이 파고들어 진리를 캐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저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리듯이 이치를 깨우쳤으면 껍데기는 버리면 된다.

 

  『고상옥황심인경(高上玉皇心印經)은 스승인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님과 공저로 펴낸 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학서림, 2005) 말미에 태상노군설상청정경(太上老君說常淸靜經)과 함께 부록으로 싣고 서문과 경문 해석 및 주 풀이도 해 놓았다. 여기에서는 서문과 경문의 내용을 담아보고자 한다.

 

 

高上玉皇心印經序

고상옥황심인경서

 

空洞道人心印經註成하니라.

공동도인    심인경    주성

: 골 공(골짜기 공허함)

공동도인이 심인경에 주를 달았느니라.

 

頤翁三讀之하고 喟然而嘆曰

이옹    삼독지       위연이탄왈

大哉心乎宇宙之謂與萬靈之府虛無之谷이니 不可以起滅識이나 而起滅無不在者也니라.

대재    심호      우주지위여만령지부    허무지곡       불가이기멸식       이기멸무부재자야

妙哉印乎여! 契券之謂與交易之門이요 神明之宗이니 不可以操舍計이나 而操舍無不由者也니라.

묘재    인호      계권지위여교역지문       신명지종       불가이조사계       이조사무불유자야

: 한숨 위    : 탄식할 탄    : 알 식(지혜, 지식)     : 맺을 계   : 문서 권    : 잡을 조    : 집 사    : 꾀 계(헤아림)

이옹이 세 번 읽고 한숨을 쉬고 탄식하며 가로되, 크도다 마음()이여! 우주를 만령이 머무는 집이요 허무의 골짜기라 일컬으니, 가히 앎이 일어나고 멸하지 않으나 일어나고 멸함이 있지 않음이 없느니라. 묘하도다 인()이여! 문서맺음을 교역하는 문이요 신명의 근원이라 일컬으니, 가히 집을 잡아 헤아리지 않으나 집을 잡음이 말미암지 않음이 없느니라.

 

夫以一心으로 而內攝精氣神하면 則精氣神莫非心也以一心으로 而外矚斗日月하면 斗日月莫非心也니라.

부이일심       이내섭정기신      즉정기신    막비심야    이일심       이외촉두일월      두일월    막비심야

以斗日月近之하면 而精氣神이요 以精氣神으로 遠之하면 而斗日月이니

이두일월    근지      이정기신       이정기신       원지      이두일월

無事乎引而若引也하며 無事乎推而若推也니라.

무사호인이약인야       무사호추이약추야

: 무릇 부   : 당길 섭   : 볼 촉   : 당길 인   : 밀 추

무릇 일심(一心)으로 안으로 정기신(精氣神)을 당기면 곧 정기신이 마음이 아님이 없고, 일심으로 밖으로 별과 해와 달을 보면 별과 해와 달이 마음이 아님이 없느니라. 별과 해와 달을 가까이 하면 정기신이요, 정기신을 멀리하면 별과 해와 달이니, 당기는 일이 없으면서도 당기는 듯하며, 미는 일이 없으면서도 미는 듯하니라.

 

內之外之하고 上之下之하며 泛泛乎如在左右하고 恍恍乎如啓戶牖하니라.

내지외지       상지하지      범범호여재좌우       황황호여계호유

寂然而應響하고 曉然而流光하며 昏然而不知其所以極하니 印在斯乎인져.

적연이응향       효연이류광      혼연이부지기소이극       인재사호  

帝之所以凝神統化하야 而爲萬物造命定性者也니라.

제지소이응신통화       이위만물조명정성자야

: 뜰 범   : 황홀할 황   : 열 계   : 바라지창 유   : 울림 향   : 새벽 효   : 어두울 혼

안으로 가고 밖으로 가고 위로 오르고 아래로 내려, 뜨는 듯이 좌우에 있는 것 같고, 황홀한 듯이 문과 창을 여는 듯하도다. 고요하여 울림에 응하고 환하여 빛이 흐르며 어두워 그 지극한 바를 알지 못하니, ()이 여기에 있구나. 상제가 신()을 엉겨 화함을 거느려 만물이 명()을 짓고 성()을 정하게 되는 것이니라.

 

空洞子有見於是直指水竅光神之密하야 而以風波相沓寓其象이라.

공동자유견어시    고    직지수규광신지밀      이이풍파상답우기상

夫月到天心風來水面天地精神之至也니라. 堯夫邵子得意於其間하니 樂至於無可奈何夫樂則生矣

부월도천심    풍래수면    천지정신지지야       요부소자득의어기간       고    락지어무가내하       부락즉생의

樂至於無可奈何則生無其生하며 而亦不能死矣니라. 空洞子拈花處也讀者 叅之하라.

락지어무가내하       즉생무기생      이역불능사의        차 공동자념화처야    독자 참지 

: 구멍 규   : 물결 파   : 논 답   : 머무를 우   : 이를 도   : 요인금 요   : 고을 이름 소(소강절

: 집을 념    : 간여할 참

공동자가 이에 깨달음이 있는 까닭으로 물구멍과 빛신의 은밀함을 바로 보아 풍파로 서로 합쳐 그 상()에 머무름이라. 무릇 달이 천심(天心)에 이름과 바람이 수면에 옴은 천지 정신의 지극함이니라. 요임금과 공자(孔子) · 소자(소강절)가 그 사이에서 뜻을 얻었으니, 그러므로 즐거움이 가히 어찌할 수 없는 데에 이르는구나! 무릇 즐거우면 생함이요, 즐거움이 가히 어찌할 수 없는 데에 이르는구나! 곧 생하되 그 생함이 없으며, 또한 능히 죽지 않느니라. 이는 공동자가 집은 화처(요처, 요지)이니, 읽는 자가 잘 살피라.

  

 

高上玉皇心印經(고상옥황심인경)

 

上藥三品이니 神與氣精이니라.

상약삼품       신여기정

상약(큰 약)이 삼품이니 신·기·정이니라.

 

恍恍惚惚하고 杳杳冥冥하니라.

황황홀홀       묘묘명명

: 황홀할 황   : 황홀할 홀   : 그윽할 묘   : 그윽할 명

황홀하고 그윽하니라.

 

存無守有하면 頃刻而成하니라.

존무수유       경각이성

: 잠깐 경   刻 : 새길 각(시각)

무를 보존하고 유를 지키면 잠깐사이에 이루니라.

 

廻風渾合하야 百日功靈하니라.

회풍혼합       백일공령

: 돌 회    : 흐릴 혼(섞이다, 모두)    : 공 공

바람을 돌려 모두 합하여 백일공이 신령하니라.

 

黙朝上帝하면 一紀飛昇하니라.

묵조상제      일기비승

: 묵묵할 묵    : 알현할 조    : 벼리 기

묵묵히 상제(하느님)를 알현하면 한 벼리가 날아 오르니라.

 

知者易悟하고 昧者難行하니라.

지자이오      매자난행

: 깨달을 오    : 어리석을 매

지혜로운 자는 쉽게 깨우치고 어리석은 자는 어렵게 행하니라.

 

履踐天光하여 呼吸育淸하라.

리천천광       호흡육청

: 밟을 리    : 밟을 천

하늘빛을 쫓고 밟아 호흡을 맑게 기르라.

 

出玄入牝若亡若存하니라.

출현입빈    약망약존

: 검을 현(하늘,   : 암컷 빈(, )

()에 나오고 빈()에 들어감에 없는 듯 하며 있는 듯 하니라.

 

綿綿不絶하고 固蒂深根하라.

면면부절       고체심근

綿 : 이어질 면    : 끊을 절    : 굳을 고    : 꼭지 체(배꼽, 근본)

가늘고 길게 끊어지지 않게 하고 꼭지를 굳게 하고 뿌리를 깊게 하라.

 

人各有精하니 精合其神하니라.

인각유정      정합기신

사람에게 각각 정(精)이 있으니 정은 그 신(神)과 합하니라.

 

神合其氣하고 氣合體眞하니라.

신합기기       기합체진

신(神)은 그 기(氣)에 합하고 기는 체진(體眞)에 합하니라.

 

不得其眞하면 皆是强名이니라.

부득기진       개시강명

그 참()을 얻지 못하면 모두 이는 억지로 이름하는 것이니라.

 

神能入石하고 神能飛形하니라.

신능입석      신능비형

신은 능히 돌에 들어가고 신은 능히 형체에 날아가니라.

 

入水不溺하고 入火不焚하니라.

입수불익       입화불분

: 빠질 익    : 불사를 분

물에 들어가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불타지 않느니라.

 

神依形生하고 精依氣盈하니라.

신의형생      정의기영

신(神)은 형체에 의지해 생하고 정(精)은 기(氣)에 의지해 차느니라.

 

不雕不殘하며 松柏靑靑하니라.

부조부잔       송백청청

: 수리 조(새기다, 시들다   : 해칠 잔(멸하다)

시들지 않고 사라지지 않으며 송백처럼 푸르고 푸르니라.

 

三品一理하니 妙不可聽하니라.

삼품일리      묘불가청

삼품(神氣精)이 한 가지 이치니 묘하여 들을 수 없느니라.

 

其聚則有하고 其散則零하니라.

기취즉유       기산즉영

그것을 모으면 있고 그것을 흩으면 없느니라.

 

七竅相通하니 竅竅光明하니라.

칠규상통       규규광명

: 구멍 규

일곱 구멍이 서로 통하니 구멍마다 광명하니라.

 

聖日聖月照耀金庭하니라.

성일성월    조요금정

: 비출 조    耀 : 빛날 요    : 뜰 정

성스러운 해와 성스러운 달이 금정에 비추고 빛나니라.

 

一得永得하고 自然身輕하니라.

일득영득       자연신경

한번 얻으면 영원히 얻고 자연히 몸이 가벼워지느니라.

 

太和充溢하고 骨散寒瓊하니라.

태화충일       골산한경

: 넘칠 일    : 옥 경

태화(元氣)가 차 넘치고 뼈가 흩어져 옥으로 엉기니라.

 

得丹則靈하고 不得則傾하니라.

득단즉령       부득즉경

: 기울 경

단(丹)을 얻으면 신령하고 얻지 못하면 기우니라.

 

丹在身中하니 非白非靑하니라.

단재신중       비백비청

단(丹)이 몸 가운데 있으니 희지도 않고 푸르지도 않느니라.

 

誦持萬遍하면 妙理自明하리라.

송지만편       묘리자명

: 욀 송    : 가질지    : 두루 편

(심인경을) 간직하고 만 번을 두루 외우면 묘한 이치가 스스로 밝아지리라.

 

 

 

 

高上玉皇心印經

고상옥황심인경

 

上藥三品 神與氣精 恍恍惚惚 杳杳冥冥 存無守有 頃刻而成

상약삼품 신여기정 황황홀홀 묘묘명명 존무수유 경각이성

廻風混合 百日功靈 黙朝上帝 一紀飛昇 知者易悟 昧者難行

회풍혼합 백일공령 묵조상제 일기비승 지자이오 매자난행

履踐天光 呼吸育淸 出玄入牝 若亡若存 綿綿不絶 固蒂深根

리천천광 호흡육청 출현입빈 약망약존 면면부절 고체심근

人各有精 精合其神 神合其氣 氣合體眞 不得其眞 皆是强名

인각유정 정합기신 신합기기 기합체진 부득기진 개시강명

神能入石 神能飛形 入水不溺 入火不焚 神依形生 精依氣盈

신능입석 신능비형 입수불닉 입화불분 신의형생 정의기영

不雕不殘 松栢靑靑 三品一理 妙不可聽 其聚卽有 其散卽零

부조부잔 송백청청 삼품일리 묘불가청 기취즉유 기산즉영

七竅相通 竅竅光明 聖日聖月 照耀金庭 一得永得 自然身輕

칠규상통 규규광명 성일성월 조요금정 일득영득 자연신경

太和充溢 骨散寒瓊 得丹卽靈 不得卽傾 丹在身中 非白非靑

태화충일 골산한경 득단즉령 부득즉경 단재신중 비백비청

誦之萬遍 妙理自明

송지만편 묘리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