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천편일률적으로 억지스러운 미소로 일관하는 소수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미소는 마음의 여유에서 나온다. 미소는 세상사에 대한 통찰과 이해에서 나온다. 그리고 미소는 성인(聖人)들의 사랑과 자비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소는 잔잔한 마음의 파동을 일으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인간의 얼굴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어떠한 생김새이든 그 사람의 마음에 드리워진 기운은 순간순간 만들어지는 얼굴 표정으로 나타난다. 권위에 찬 표정, 허세에 찬 표정, 분노의 표정, 의기소침한 표정, 겸손한 표정, 자비와 사랑의 표정 등등.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삶의 애환을 표정으로 나타내고 있다. 삶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나날이지만 모든 사람의 얼굴표정은 천변만화(千變萬化)하고 있다. 잠들기 전 조용히 스스로를 관조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지어냈던 얼굴 표정의 모습들을 돌이켜보는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이 짓는 모든 표정 가운데 온화하고 편안한 기운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미소 짓는 표정일 것이다. 『논어』에 “공자께서는 온화하면서도 엄숙하시며,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으시며, 공손하면서도 편안하셨다.”([述而 第七 37] 子는 溫而厲하시며 威而不猛하시며 恭而安이러시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통해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공자의 표정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L. L. 트리는 〈old saws〉에서 “만약 이 세상이 눈물의 골짜기라면 미소는 거기에 걸리는 무지개이다.”라고 하였다. 한편 G. W. 칼라한의 시 ‘微笑’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이어령 편, 『세계문장대백과사전』 2, 삼중당, 1980, 79쪽.)
미소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미소는 우리를 푸르게 한다.
아침 햇살이 이슬을 말리듯
미소는 우리의 눈물방울을 없애 준다.
여기 사랑의 눈길만이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의미를 가진 미소가 있다.
그러나 나의 삶을 햇빛으로 가득 채우는 미소는
네가 나에게 준 그것이다.
미소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무언(無言)의 전령(傳令)이기도 하다. 붓다의 염화미소(拈華微笑)가 그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에 있는 용문사에는 일반 사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소전’이 있다. 천년이 넘는 연륜으로 온갖 풍상을 한국 역사와 함께 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에도 - 늦가을의 찬바람에 화려한 옷을 벗고 파란 하늘을 향해 드러낸 줄기찬 몸체에도 -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미소지음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미소 지은 마음으로 뇌신경을 달래본다.
미소 지은 뇌로 생각을 달래본다.
미소 지은 생각으로 세상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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