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꿈을 꾼다. 이성적 사고의 꿈은 내일을 위한 설계도가 되기도 하고 혹은 상상력의 날개를 펴고 허공에 흩어지기도 한다. 한편 잠자는 동안 꾸는 꿈은 흐릿한 영상 속에 잊혀지거나 뭔지 모를 감흥으로 잠시 기억에 머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또는 영감(靈感)이 뛰어난 사람들에게는 현실성 있는 메시지로 전환되기도 한다.
고대사회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꿈을 전조와 예지를 나타내는 징표로 간주하여 길흉(吉凶)을 판단하는 점(占)의 한 유형으로 중시되었다. 이는 고대인들의 신화나 전설 혹은 고대사회의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중 하나인 『주례(周禮)』를 살펴보면 점복(占卜)을 관장하는 관리의 하나로 점몽관(占夢官)을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꿈이란 인간이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의식의 심연(深淵)에 머물러 있던 영혼이 활동하면서 나타나는 영적 메시지가 투사된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꿈은 무엇보다도 정신세계의 표상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근대 이후 인간의 이성(理性)을 바탕으로 한 합리주의가 보편화되면서 꿈은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더 나아가 환상이거나 혹은 의식의 착각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꿈으로 점치는 것 또한 합리주의적 세계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미신(迷信)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이성이 기반을 두고 있는 의식(意識)의 저변에 거대한 무의식(無意識)의 세계가 있음을 드러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가 그의 정신분석이론을 위한 기초자료로 꿈을 활용하고, 그의 제자였던 융( Carl Jung ,1875-1961)이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쳬계적으로 연구한 분석심리학을 세움으로써, 오늘날 꿈은 인간의 정신과 심리를 파악하고 현재의식에 가려져 있는 보다 근원적인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통로로 인식되게 되었다(물론 이에 대한 다른 견해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프로이트나 융 계열의 분석심리학은 심리학의 전 체계내에서 일부에 불과한 것 또한 사실이다).
융은 단지 무의식에서 표출되어 출렁거리는 단편적인 꿈들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적극적 명상 혹은 적극적 상상력'(Active Imagination)을 통하여 꿈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인간 정신의 근원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는 과학적 자세를 견지하였지만 궁극적으로는 종교의 영역과 접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융은 동양의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무엇보다 그의 분석심리학이론을 특징짓는 중요한 개념중 하나인 '동시성원리'(同時性原理)는 『주역』의 원리에서 착안하여 정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융은 『주역』을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지혜의 책"이라고 정의하였다.
인간의 꿈은 그 자신의 정신세계가 표출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꿈은 현실적 실체가 아닌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내용이 무엇인가는 정신분석가의 예리한 관찰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대사회에는 꿈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점몽관을 두었을 것이다. 고대사회의 점몽관은 현대사회에 들어 프로이트나 융 계열의 정신분석가로 대체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점몽관의 주된 역할이 미래예측을 위한 길흉판단에 있었다고 한다면, 현대의 정신분석가는 개개인의 정신분석을 통한 상담치유에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의 여정임에 틀림없다.
'종교철학과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微笑)짓는 마음으로 세상을 달래본다 (0) | 2014.11.28 |
---|---|
'마음'에 대하여 - '마음'은 정신과 육체를 아우르는 실체로 궁극적 존재를 품고 있다 (0) | 2014.11.08 |
'창조적 상상력'을 위한 학습도구 13가지 (0) | 2014.11.07 |
정신계와 물질계 (0) | 2014.10.09 |
觀照 (0) | 201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