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자연과 더불어 시원(始原)을 알 수 없는 그 언제부터 존재하여 왔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인간을 규정짓는 궁극적 요소는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은 종교철학이 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될 것이다. 인간은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물질계의 무상(無常)함을 알고 있기에 변화무쌍한 현상계의 파동 속에서도 불변하는 그 무엇을 정신계에서 찾고자 하였다. 정신계의 근원에 관한 문제는 전통적으로 종교철학의 영역에 속해 왔지만, 근대 이후 인간중심적 세계를 구축하면서 발전한 과학의 성과는 오늘날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여겨왔던 신(神)의 영역에 접근하게 되었다.
인간이란 존재의 근본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이론이 전개되어 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펼쳐진 철학적 사유와 종교적 믿음의 수많은 갈래들은 인간 저마다의 신념에 따라 형성된 생각의 흐름일 것이다. 정신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유물론(唯物論, materialism)적 사유에서부터 범신론(汎神論, pantheism)적 사유와 유일신(唯一神, Monotheism)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질에 관한 문제는 절대적 정의를 찾지 못하고 현재진행형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각각의 종교와 철학적 사유에서 나오는 용어와 개념의 상이함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정의를 찾는데 근본적인 장애가 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찌보면 인간은 각자의 사유 속에서 각자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간존재의 근본적 요소를 규정짓는 용어로 한국과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언급되어 왔던 용어들로는 정기신(精氣神), 정신(精神), 귀신(鬼神), 마음(心), 영혼(靈魂), 혼백(魂魄), 영(靈)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용어중에서 정(精) 기(氣) 등의 용어는 다소 물질적인 에너지를 의미하므로 신(神) 마음(心) 영혼 등의 용어가 정신계를 뜻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도가(道家)의 이론을 받아들여 표현한 "정(精)과 기(氣)는 물질(육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고 혼(魂)이 떠나면 육체적 죽음에 이른다."(精氣爲物 遊魂爲變)는 『주역(周易)』「계사전」의 문장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정과 기는 육체를 형성하는 기본요소이며 신(혼)은 바로 정신작용의 근원이 되는 요소라 할수 있다. 일반적인 도가(道家)의 이론에 의한다면 정(精)은 하단전(下丹田)에 있고 기(氣)는 중단전(中丹田)에 있으며 신(神)은 상단전(上丹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精)은 인간 생식의 근원이 되는 정자와 난자가 그 핵심이며, 기(氣)는 기혈작용의 중추가 되는 심장부위를 말하는 것이며, 신(神)은 사려작용(생각)의 중추가 되는 뇌(腦)부위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마음'(心)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마음이라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오감(五感)작용에서부터 의지적 작용까지 의미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마음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정신작용과 육체작용을 통합하여 현상계를 운용하는 주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불교에서 널리 사용하는 표현인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짓는 것이다."(一切唯心造)라는 말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음'의 작용을 달리 표현하면 '영혼'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계의 실체적 표현이 '영혼'이라고 한다면 육체적 존재의 정신작용을 나타내는 표현이 '마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은 정신계와 물질계를 통합하여 운용하는 주체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정신적 요소와 육체적 요소를 통합하여 본체계와 현상계를 연결하는 주체가 바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과학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고자 하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오늘날 유전자(DNA)와 뇌(腦)의 연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생명작용의 근거를 유전자나 뇌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이미 유전자에서 그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는 '유전자결정론'이 나오게 된다. 이는 마치 동양의 전통적인 사주명리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인간은 타고난 사주팔자에 의해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것과 유사하다. 현대과학자들의 유전자결정론과 전통술수예측학의 운명결정론은 인간을 탐구하는 접근방식에 차이는 있으나 공교롭게도 동일한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유전자결정론자들은 인간 유전자 해독을 통하여 그 사람의 모든 일생을 파악할 것이고, 사주명리가들은 개개인의 사주를 분석하여 그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자 할 것이다. 사실 모든 이론에는 어느정도 합당한 근거가 있으며 또한 개연성도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기계적인 공식에 의해 운용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정신수양(마음수양)을 통해 그 자신의 영적 차원을 고양시키고 육체적 변화도 이루어내는 것을 볼 때 철학적 결정론이든 과학적 결정론이든 그 이론에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실질적인 과학적 연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달라이 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샤론 베글리 지음, 이성동 · 김종옥 옮김, 북섬, 2008)는 '당신의 뇌를 바꾸는 마음혁명'을 주제로 시각장애인 · 청각장애인 · 뇌졸중환자 · 불교명상수행자 등에 대한 오랜 기간에 걸친 실험과 연구분석을 통해 마음수련을 통하여 뇌기능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실증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진리적 요소와 현상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과학적 입증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신의 무지함과 어리석음을 위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음'은 정신과 육체를 아우르는 실체로 정신계와 물질계를 연결하는 중개자이면서 궁극적 신(神)의 실체를 품고 있다. 때문에 마음을 영혼이라 부를 수도 있으며 의지의 주체로 볼 수도 있다. 그 마음의 본질적 요소는 영(靈) 혹은 신(神)이 될 것이다.
마음수련을 하라. 그러면 뇌가 변화할 것이다.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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