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화공존과 소통

노자(老子)가 바라본 ‘전쟁과 평화’

돈호인 2022. 3. 10. 02:09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주가 되어 간다. 세계의 이목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되고 있으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권의 제재조치가 연이어 시행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 여론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복잡한 국제정세를 논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를 분석하고,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으로 인한 러시아 침공 일정의 차질, 유럽연합과 독일 프랑스 등의 대응, 미국의 대응 등 수많은 뉴스와 논평들로 각종 미디어를 채우고 있다.

 

평화(平和)에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라는 개념이 있다.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에 대한 개념정의는 학자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적극적 평화란 이상적인 평화 상태를 유지하고 지향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개념이고, ‘소극적 평화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소극적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류사는 전쟁과 평화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져 왔다. 어찌 보면 전쟁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두 개의 선()을 위태롭게 옮겨 다니면서 인류의 역사가 이루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으로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의 지성이 빛난 것도 잠시, 그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전쟁과 내전이 있어 왔는가?

 

전쟁의 폐해는 어떠한가? 직접적으로 포화에 무너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수천 년 전, 노자는 전쟁의 폐해를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도덕경30).

 

도로써 인주(군주)를 돕는 자는 병사로써 천하를 강점하지 않으니,

그 일은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군사가 처한 곳에 가시나무가 나오며,

대군이 지나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있다.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천지자연의 근원인 도로써 인주(人主 : 군주)를 돕는 사람은 병사를 동원하여 무력으로 천하를 강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억지로 무력을 사용하여 천하를 얻게 되면, 패한 자는 힘을 길러 다시 무력을 동원하여 천하를 강점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력을 통하여 천하를 강점하고자 하는 일은 이기고 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其事 好還).

 

이러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세상은 어떠한가? 군대가 머무는 곳에는 약탈과 폭력이 난무하니 평화와 풍요로움이 황폐하게 되어 오로지 가시덩굴만 자라게 된다. 또한 군대를 동원하여 전쟁을 하려면 젊은이들을 차출하여 병사로 만드니, 농사를 짓거나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대군이 지나간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들게 된다(大軍之後 必有凶年).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천하에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그렇지만 과거 세계사를 장식해 왔던 거대한 제국들이 사라지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마제국도 페르시아제국도 몽골제국도 진나라도 스페인제국도 대영제국도 소비에트 제국도 . 이미 이러한 역사의 흐름을 노자는 알고 있었을까? 노자는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도덕경29).

 

장차 천하를 취하고자 도모하지만,

나는 그 얻지 못함을 볼 뿐이도다.

천하는 신비스런 그릇이어서 가히 도모하지 못하니,

도모하고자 하는 자는 패하고 잡으려고 하는 자는 잃는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세상의 변화와 그 속에서 생멸하는 인간의 역사를 보건대, 과연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인간의 욕망과 영화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일 뿐이다. 역대 제왕으로 군림했던 자들이 천하를 얻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갔으며, 또한 한때의 제왕이 되고자 하여 얼마나 많은 백성의 피를 흘리게 했는가? 오랜 옛날이나 지금이나 천하는 그저 천하일뿐이다.

 

인간이 욕심으로 천하를 취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천하라는 존재 그 자체는 인간의 욕망으로 범접할 수 없는 신비스런 그릇이다(天下 神器). 그래서 천하는 가히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하를 얻으려는 욕심으로 도모하는 자는 결국 패하게 되고, 잡으려고 하는 자는 결국 잃게 된다.

 

자연의 이치를 보면, 강력한 태풍이나 지진은 세상에 황폐한 흔적만 남기고 곧 사라진다. 인간사회의 이치를 보면, 강력한 군대로 천하를 강점하면 폭력과 압제의 흔적만 남기고 곧 사라진다. 노자는 강장함을 쓰는 것을 도가 아님(不道)’이라고 하였는데,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정의관에 반하는 부도(不道)는 곧 바로 사멸하게 된다(不道 早已)고 하였다(도덕경30).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태에 노자(老子)를 빌려 전쟁평화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무모한 전쟁(戰爭)을 그치고, 평화(平和)로 나아가기를 기원하며!

 

대산 김석진·수산 신성수,주역으로 보는 도덕경-대산 노자강의대학서림, 2005, 125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