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화공존과 소통

세대담론과 유족변물(類族辨物) 그리고 소통

돈호인 2022. 2. 12. 02:10

 

  현대사회에서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 가운데 ‘세대담론(世代談論)’이 있다. 세대는 같은 시대에 사는 동일한 연령대의 사람집단을 의미하는데,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연령층의 동일한 사회적 경험을 통하여 집단적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게 되면서 세대와 관련된 담론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대담론과 관련하여 흔히 언급되고 있는 용어를 보면, 우선 가족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라는 구분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문화적 특징에 따라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정보화 세대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 익숙한가의 여부에 따라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또한 특정 시기의 어려운 경제사회적 요인에 따라 결혼, 연애, 출산 등을 포기한다는 데에서 만들어진 ‘N포세대’라든가 질 나쁜 일자리에 있는 임시계약직 노인을 의미하는 ‘임계장’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편 한국전쟁 전후 대략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 대략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에 태어난 X세대(특징을 설명하기 모호한 세대),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에 베이비붐 세대가 낳은 Y세대(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10년 초반에 출생하여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디지털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일상화된 MZ세대(Y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로 특징화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는 C세대(COVID Generation)가 언급되고 있다.

  이렇게 세대담론을 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각각의 세대가 살아가면서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삶의 조건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의 세대가 지닌 경험의 차이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세대 사이에 차이가 있게 되고 때로는 세대 사이의 갈등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세대담론은 사회적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삶을 이해하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발전적인 공존을 지향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동양 고전 가운데 하나인 『주역』은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인간의 삶을 64괘 384효로 묘사하고 있는데, 64괘 가운데 13번째에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동인(同人)괘가 있다. 이 천화동인(天火同人)괘는 마치 하늘에 태양이 떠 있어 밝은 대낮을 의미하듯이, 사회에 나가 공명정대하게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큰 일을 도모해야 하고 군자가 바르게 해야 이롭다(괘사: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利君子貞)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뜻을 같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저마다 살아가는 환경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나라를 운영해 나간다는 정치적 관점에서는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괘상을 설명하면서 군자가 행해야 할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괘상전(卦象傳)에서는 “하늘과 불이 동인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류(類)와 족(族)으로 물건(사람을 포함한 만물과 상황의 총체)을 분별하여야 한다”(象曰 天與火 同人 君子以 類族辨物)고 하였다. 류(類)와 족(族)은 큰 단위든 작은 단위든 인류, 종족 등과 같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단을 의미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와 입장, 가치관 등을 잘 헤아려야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동인괘의 ‘유족변물’은 오늘날 회자되고 있는 ‘세대담론’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담론과 유족변물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고 그 목적은 유족(類族)간의 소통, 세대(世代)간의 소통을 원만하게 하여 통합된 사회를 잘 꾸려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지만 – 아마도 옛 사람들도 살아가던 당시에 급변하는 시대를 한탄하였을지 모르지만 – 그리고 각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문화적 양상과 가치관 등에 차이가 있을지라도, 그 모든 다양한 세대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다.

  유족변물과 세대담론이 서로가 서로를 차별하고 서열화하거나 더 나아가 적대시하는 데에 악용되어서는 안 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공존과 화합을 이루기 위한 선의(善意)의 변물(辨物)과 담론(談論)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