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화공존과 소통

군자(君子)의 언행(言行)은 천지(天地)를 움직인다.

돈호인 2018. 1. 20. 15:55

 

 

   언어와 문자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동물들 가운데 인간이 지니고 있는 특성 중 가장 중요한 특성일 것이다. 물론 이 특성이 인간만이 언어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루살이라는 미물(微物)부터 영장류인 원숭이 혹은 저 바다 속의 돌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들에게는 저마다의 의사소통수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 나아가 식물을 포함하여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는 저마다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다만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이 지구상의 어느 생명체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대 사회는 유선과 무선의 인터넷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펼쳐지는 각종의 연결망(連結網), 이른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하여 시간과 공간을 압축시키기도 하고 팽창시키기도 하면서 인간의 언행을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동시에 퍼 나르는 동시성(同時性, synchronicity)을 구현하게 되었다.

 

   인간은 생각으로 세상을 설계하고 말로 구현하며 행동으로 이룬다. 생각은 정신계의 작용이고 행동은 현상계의 실체가 되는데, 정신계와 현상계의 가교가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언어는 말과 글로 표출된다. 인간의 언어는 그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표출되는 것이기에,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에는 저마다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에는 그 사람의 정신적 상태와 수준이 반영되어 있으며, 인간은 평소의 언행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상태를 천하에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國內外)를 불문하고, 공사(公私)를 불문하고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불문하고 인간의 언행은 유무선의 연결망을 통하여 세상에 퍼지고 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어느 특정인의 언행은 공적인 언행이든 사적인 언행이든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며, 국가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자처하는 정치인들의 언행은 또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가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때로는 어느 한 개인의 언행이 세상을 움직이는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공자(孔子, B.C.551B.C.479)가 만년(晩年)에 위편삼절(韋編三絶)한 책이 바로 주역인데, 돈독한 믿음을 의미하는 중부(中孚)괘 두 번째 효사에 대한 설명에서 언행(言行)은 군자가 이로써 천지를 움직이는 바니, 가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여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주역』「계사상전8장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자식이 화답하도다. 나에게 좋은 벼슬이 있어서 내가 너와 더불어 얽히노라.”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그 집에 거해서 그 말을 냄에 선()하면 천리 밖에서 응하니, 하물며 그 가까운데 있어서랴그 집에 거하여 그 말을 냄에 불선(不善)하면 천리 밖에서 어기니, 하물며 그 가까운데 있어서랴말이 몸에서 나와 백성에게 더하며, 행실이 가까운데서 발하여 먼 곳에서 나타나니, 언행(言行)은 군자의 추기(樞機), 추기(樞機)의 발함이 영예와 욕됨의 주가 된다. 언행(言行)은 군자가 이로써 천지를 움직이는 바니, 가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鳴鶴在陰이어늘 其子 和之로다. 我有好爵하야 吾與爾靡之라하니 子曰君子 居其室하야 出其言이면 則千里之外 應之하나니 況其邇者乎. 居其室하야 出其言不善이면 則千里之外 違之하나니 況其邇者乎. 言出乎身하야 加乎民하며 行發乎邇하야 見乎遠하나니 言行君子之樞機樞機之發榮辱之主也. 言行君子之所以動天地也可不愼乎.

 

 

언행(言行)은 군자가 이로써 천지(天地)를 움직이는 바니, 가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言行君子之所以動天地也可不愼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