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세상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올바른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에서 표출되고 있는 민심을 있는 그대로 살피는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있는 그대로의 민심을 알아야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할 수가 있다.
『주역』 천택리(天澤履)괘는 모든 일을 '마치 호랑이 꼬리를 밟고 있듯이 조심해 나가면 좋다'(괘사 : 履虎尾 不咥人 亨)는 뜻을 담고 있는데, 그 괘상전에서는 “위는 하늘이고 아래는 연못이 이괘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위와 아래를 잘 분별하여 백성을 뜻을 정하라.”(象曰 上天下澤 履 君子以 辯上下 定民志)고 하였다. 이 말은 이괘(履卦)가 내괘는 연못괘(☱)이고 외괘는 하늘괘(☰)이니 위에 있는 진짜 하늘(민심)과 연못에 비친 가짜 하늘을 잘 분별해서 진정한 백성의 뜻을 잘 정하라는 뜻이다. 『주역』은 역사적으로 나라 정치를 다루는 통치학이기도 한데, 이 천택리괘 괘상전에서는 특히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언제나 그러하듯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혹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의 유리한 점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진정한 민심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펴서, 그 결과로 오히려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흔히 있어 왔다. 진정한 민심을 파악하기보다는 호도된 여론으로 거짓된 민심을 창출하여 혼란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치가 너무나 당연하게 펼쳐져 왔던 것이다.
정치적인 의미에서의 여론형성을 『주역』 57번째에 있는 중풍손(重風巽)괘에 비유할 수 있다. 중풍손괘는 내괘와 외괘가 모두 바람괘(☴)인데, 바람이 거듭거듭 계속 불어 세상을 흔들리게 하고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의 바람은 신명(神明)의 바람이기도 하고, 정치 바람이기도 하며, 무속(巫俗)의 푸닥거리이기도 하다(巽卦 “九二 巽在牀下 用史巫紛若 吉 无咎).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바른 정책을 펴기 위한 홍보와 계몽을 계속 펼쳐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마치 무속인의 푸닥거리에 정신을 못차리듯이, 불순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속적인 여론전을 펴서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논어(論語)』「안연(顏淵)」편에 다음의 글이 있다.
계강자(季康子)가 공자께 정사(政事)를 물으며 말하였다. “만일 무도(無道)한 자를 죽여서 도(道)가 있는 데로 나아가게 하면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대가 정사(政事)를 함에 어찌 죽임을 쓰겠는가? 그대가 선(善)하고자 하면 백성들이 선(善)해지는 것이니,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에 바람이 가해지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
(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하여 以就有道인댄 何如하니잇고? 孔子對曰 子爲政에 焉用殺이리오? 子欲善이면 而民善矣리니 君子之德은 風이요 小人之德은 草라 草上之風이면 必偃하나니라.)
군자의 덕은 바람인데, 그 바람은 덕풍(德風)이다. 소인의 덕은 풀이라고 하였으니, 결국 군자의 덕풍에 소인이 감화되어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현대 정치학적인 의미로 풀어본다면, 선량한 정치인의 덕풍이 국민을 의미하는 민초(民草)에 가해지면, 국민은 그 정치인(군자)의 덕에 감화되어 따르게 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정치한다는 자가 선(善)하면 국민도 선하게 따르게 된다. 험담과 이간질 그리고 선동정치가 난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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