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상경 20번째에 풍지관(風地觀)괘가 있다. 관괘(觀卦)의 관(觀)은 황새(雚)가 창공으로 비상하여 천하를 내려다보는 것(見)을 의미한다. 이 관괘의 괘상을 보면 땅(☷) 위에 바람(☴)이 불어 만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감화시키는 상이다. 그래서 관괘의 괘상전(대상전)에서는 세상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지도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두루 살피고(省方) 국민(도민, 시민, 지역 주민)들의 삶을 잘 보아서(觀民)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라(設敎)고 하였다(象曰 風行地上 觀 君子 以 省方觀民 設敎).
이 관괘에서 지도자가 되는 핵심 자리인 다섯 번째 효(九五爻)에는 “나의 삶을 보되 군자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九五 觀我生 君子 无咎)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풀이한 효상전에서 “나의 삶을 본다는 것은 백성을 보는 것이다.”(觀我生 觀民也)라고 설명하였다.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천하 백성들의 삶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관괘에는 세 번째 효(六三爻)에도 “觀我生”이란 문장이 있다. 세 번째 효는 내괘에서 외괘로 올라가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이는 자기 자신의 역량을 돌이켜보아 능력이 되면 세상에 나가 지도자가 되고자 노력을 하는 것이고, 능력과 자질이 미치지 못하면 뒤로 물러나 더욱 실력을 기르고 수양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나의 삶을 보아서 나아가고 물러나도다.”(觀我生 進退)고 하였다.
천하를 다스리는 구오효(九五爻)의 ‘관아생’은 천하 백성을 제대로 살필 수 있는 능력과 자질 즉 대아(大我)로서의 자질(資質)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육삼효(六三爻)의 ‘관아생’은 개인적인 자질과 능력 및 도덕성 즉 소아(小我)로서의 자질을 보는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정치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우선 관괘 육삼효의 ‘관아생’(소아로서의 자질)을 통과해야 구오효의 ‘관민’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잠룡(潛龍)’들 – 사실 잠룡이 아닌 현룡(見龍) 척룡(惕龍) 약룡(躍龍) 들이 대부분이겠지만 - 개개인의 도덕성과 능력 및 자질들을 놓고 너나 할 것 없이 설전(舌戰)을 벌이고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몰입하는지도 모른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아(小我)로서의 자기를 극복하고 대아(大我)로 나아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검증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정작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을 때 분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보복 정치를 하거나 혹은 오히려 무력감(無力感)에 빠져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옛날 얼마나 혼탁했으면 많은 성현들이 도덕(道德)과 인의(仁義)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을까? 그런데 오늘날 그나마도 도덕을 논하고 인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옛날보다 오늘날의 정치가 더 혼탁해져 있다는 반증(反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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