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구단상

천화동인(天火同人) 화천대유(火天大有) 단상(斷想) - 공자 가로되 역(易)을 지은 자가 그 도둑을 아는구나!

돈호인 2021. 11. 27. 01:22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 함께 추구해 나간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는데!’ 하는 안타까운 상념에 젖어드는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얻기 위하여 동지(同志)를 찾았으며, 뜻을 같이하는 몇몇 사람이 모여 크든 작든 세상을 변화시키는 업적을 남겨 왔다. 이러한 상황을 주역에서는 천화동인(天火同人)괘와 화천대유(火天大有)괘를 통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뜻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동인괘는 괘사에서 사람과 같이하는 것을 확 트인 들에서 하면 형통할 것이니, 이왕에 뜻을 같이 했으면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 이롭고, 군자로서의 덕을 갖추고 바르게 함이 이롭다.”(同人于野 亨 利涉大川 利君子貞)고 하였다. 그렇지만 살아가면서 자기와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이러한 상황을 동인괘 구오(九五) 효사(爻辭)에서 사람과 같이 함이 먼저는 부르짖어 울고 뒤에는 웃으니, 큰 군사로 이겨야 서로 만나도다.”(同人 先號咷而後笑 大師克 相遇)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자는 계사상전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사람과 같이 함(同人)이 먼저는 부르짖어 울고 뒤에는 웃는다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의 도가 혹 나아가기도 하고 혹 그치기도 하고 혹 침묵하기도 하고 혹 말하기도 하나,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니 그 날카로움(이로움)이 쇠를 끊는다. 같은 마음의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同人先號咷而後笑 子曰 君子之道 或出或處或黙或語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위하여 좋은 일을 하면, 천하를 얻는 것과 같은 결실을 거둘 수가 있다. 이것을 나타낸 것이 화천대유괘이다. 천하를 얻어 크게 두었다는 것이 대유괘인데, 이 대유괘 괘상전에서는 불이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유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악함을 막고 선함을 드날려서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른다.”(象曰 火在天上 大有 君子以 遏惡揚善 順天休命)고 하였다. 천하를 위하여 큰 일을 일으켰으니, 선함을 드날리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명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대유괘 상구(上九)효에는 하늘로부터 돕는다.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도다.”(上九 自天祐之 吉无不利)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공자는 계사상전12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역에 말하길 “하늘로부터 돕는다.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라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우(祐)라는 것은 돕는 것이니, 하늘이 돕는 바는 순함이요, 사람이 돕는 바는 믿음이니, 믿음을 이행하고 순함을 생각하고 또 어진 이를 숭상한다. 이로써 하늘로부터 도와서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易曰 自天祐之 吉无不利 子曰 祐者 助也 天之所助者 順也 人之所助者 信也 履信思乎順 又以尙賢也 是以自天祐之吉无不利也)

 

  진짜 하늘은 말이 없는데 가짜 하늘은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사리사욕만 밝히는 소인배들이 주역을 인용하여 간판을 세웠으니 그 결과가 어떠하겠는가? 온갖 부조리에 어렵게 얽힌 상황을 해결한다는 괘가 뇌수해(雷水解)괘인데, 국가사회를 어지럽게 만든 소인에 해당되는 육삼(六三)효에 “(짐을) 짊어져야 할 자가 또 (말을) 타고 있다. 도적 이름을 이루니, 바르게 하더라도 인색할 것이다.”(六三 負且乘 致寇至 貞 吝)라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자는 계사상전8장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역(易)을 지은 자가 그 도둑을 아는구나! 역에 이르길 ‘(짐을) 짊어져야 할 자가 또 (말을) 타고 있다. 도적 이름을 이룬다.’라고 하니, (짐을) 짊어지는 것은 소인의 일이요, (말을) 타는 것은 군자의 그릇인데, 소인이 군자의 그릇을 타기 때문에 도적이 빼앗을 것을 생각한다. 윗사람을 거만하게 하고 아랫사람을 난폭하게 하니, 도적이 칠 것을 생각한다. 감춤(창고 지킴)을 게을리 함이 도적을 부르는 것이며, 얼굴을 다듬는 것이 음탕함을 부르는 것이니, 역에 이르길 ‘짊어져야 할 것이 또 타고 있다. 도적 이름을 이룬다.’라고 하니 도적을 부르는 것이다.”(子曰 作易者 其知盜乎! 易曰 負且乘 致寇至 負也者 小人之事也 乘也者 君子之器也 小人而乘君子之器 盜思奪之矣 上慢下暴 盜思伐之矣 慢藏誨盜 冶容誨淫 易曰 負且乘致寇至 盜之招也.)

 

  만년(晩年)에 역()에 심취하여 몇 년의 삶이 더해져서 역을 더 배우면 큰 허물이 없을텐데!”(논어子曰 []我數年 五十[]以學易 可以無大過矣)라며 한탄하였던 공자(孔子)는 시종일관 군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을 강조하였다. 아마도 그 당시에도 주역의 이치를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위하여 이용하는 소인배들이 횡행했을지도 모른다. 덕을 갖춘 군자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써야 할 지혜의 책인 주역을 소인배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간판으로 내세웠으니 그 결과가 어떠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