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때의 시인인 이백(李白, 701~762)은 봄날 밤 도리원(桃李園)에서 잔치를 벌이며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란 시를 지었는데, 그 첫 구절에서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夫 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부 천지자 만물지역려
아! 천지는 만물이 잠시 쉬어가는 여관이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광음자 백대지과객
광음(세월)은 백대를 지나가는 길손이라,
而 浮生若夢이니 爲歡幾何리오
이 부생약몽 위환기하
이에 덧없는 삶이 마치 꿈과 같아서 그 기쁨은 또 얼마나 되리?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로다
고인병촉야유 양유이야
옛사람들이 촛불을 밝히고 밤늦도록 노닌 것은 실로 까닭이 있었음이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억겁(億劫)의 세월 속에 수많은 생명들이 순간순간 천지 사이에서 태어나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 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태어나고 있으며, 또한 수많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남기고 영혼이 되고 있다.
지구란 땅 덩어리에 밤과 낮이 공존하고 있듯이 모든 존재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있다. 삶은 죽음을 향한 여정이요, 죽음은 또다른 삶을 위한 여정이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티끌보다 작은 존재로 찰나(刹那)의 삶을 영위하다 가는 존재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존재는 저마다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하여 본능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헤아리면서 현재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존재들이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더듬을만한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진리가 있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는 지금 이 순간에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現在)는 과거(過去)와 미래(未來)를 품고 있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정처 없는 나그네인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느 누구도 나그네가 아니다. 그저 삶의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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