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마치 지구의 자전과 공전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듯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변화의 양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문화의 발전으로 인하여 세상의 모든 현상과 요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시간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세 가지 양태가 존재한다. 이러한 시간의 범주는 인류의 역사에 있어 당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인식차원에 따라 달리 나타나게 된다. 스티븐 컨(Stephen Kern)은 1983년에 출간한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The Culture of Time and Space 1880∼1918)』 (휴머니스트, 2004)의 결론부분(pp.726-727)에서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시간의 세 가지 양태 중 과거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물론 현재에 대한 과거의 영향력에 더 많은 비중이 부여된 것은 사실이다. 미래인식도 대개 전방의 시간 속에 투사된 과거의 경험을 재구축한 것인 만큼, 기존의 경험양식과 유사했다. 가장 뚜렷하게 새로웠던 것은 현재감각으로, 현재는 되당김(과거)과 미리당김(미래)을 더하여 시간적으로 두터워졌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공간적으로도 확대되어 동시성이라는 방대한 공통경험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더 이상 과거와 미래 사이에 꽉 끼어 있는 장소의 한 사건에만 한정되지 않게 되었고, 또한 국부적인 주변에 한정되지도 않게 되었다. 함부로 끼어드는 전자통신 시대가 되자 ‘지금’의 시간 간격이 넓어져서 세계 여러 곳의 사건들이 거기에 담길 수 있게 되었고, 반드시 포함되어야만 했다. 전화교환대, 전화방송, 일간신문, 세계표준시, 영화 등은 과학기술을 통해 동시성을 전달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될 때 대서양에서 세계 전역을 가로질러 발신된 S.O.S. 메시지는 동시성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스티븐 컨의 이 말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세계문화의 격변양상을 고찰한 결과를 표현한 것인 만큼, 이미 21세기로 넘어온 현 시점에서는 인공위성을 통한 무선통신의 보편화, 인터넷을 통한 정보취득의 동시성, 우주 관찰범위의 확장, 무인 · 유인 우주선의 행성탐사 등 새로운 많은 변화양상들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현대문명의 핵심적인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인식세계(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에서 시간과 공간의 폭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세계의 모든 현상들에 대한 정보가 즉시적(卽時的)이고 동시적(同時的)으로 이루어지면서 인간의 집단적 반응속도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문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집단적 반응속도의 가속화’는 세계 곳곳의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고 그 흥망의 주기를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특히 환경문제를 포함한 자연의 이상변화와 사회적 불안요인들에 대한 인식이 동시적으로 확산되면서 ‘위기의식의 증폭(危機意識의 增幅)’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이상의 내용은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인문학연구』 제22호(2012)에 게재한 「『주역』의 관점에서 본 실존과 초월 - 파국과 희망의 변주」 56∼57쪽에서 옮긴 것임〕
오늘날의 사회는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하고 있다. 국가사회를 통합하여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념의 결핍에 따른 정치적 혼란, 국가적 이념이나 정치체제를 불문하고 가속화되고 있는 빈부의 양극화현상, 국제연합체제에서 구축된 국제경제 및 국제금융시스템의 혼란, 국가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실업자 증가, 다민족다문화현상에 따른 정체성문제, 국제주의와 국가주의의 갈등,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반인권적 행태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다양한 방면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대 집단들의 횡포, 출산과 양육문제, 결혼문제, 취업문제, 노후대책 등 오늘날 국가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우선순위를 정할 겨를도 없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으며,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짐은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워지고 있다.
대자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와 국내사회의 모든 양상들, 그리고 개개인의 삶의 모습들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 변화의 물결들에 순풍에 돛단 듯이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시대를 앞서가는 변화를 일으켜 사회를 주도해 나갈 수도 있으며,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변화에 직면하여 위기에 닥칠 수도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바로 보고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는 비단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국가사회는 개개인의 총합으로 이루어지며 궁극적으로 개개인의 삶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된 미래’를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등 각각의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국제적 국내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하여 지혜를 모으는 마당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평화와 공존 그리고 소통’을 위한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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