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화공존과 소통

展望 2 - 을미(乙未)년의 상징과 전망 그리고 삶의 의미

돈호인 2015. 1. 4. 18:12

 

 

 

  상징(象徵)은 집단적 산물이다. 보다 보편적인 상징도 있고 지역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가치관적으로나 한정된 상징도 있다. 종교적 상징, 철학적 상징, 과학적 상징, 문화적 상징 이 모든 것에는 이 세상이 그렇듯 다양성과 다원성이 내재되어 있다. 때문에 모든 상징을 인류 전체에 일반화시킨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고 위험한 적용이 될 수도 있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라는 상징기호로 세상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은 천간과 지지라는 상징부호를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민족이나 집단에 내재된 하나의 집단적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권의 기년법에 따르면 서기 2015년은 60갑자의 주기 가운데 을미(乙未)년에 해당된다. 10천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과 12지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조합인 60갑자로 그 해를 표기하는 것은 60년 주기의 순환론이라 할 수 있다. 서기 2015년이란 의미는 서력(西曆)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하여 지구가 태양 주위를 2015번째 도는 해라는 뜻이다. 즉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주기의 산술적 개념이다.

   

  그렇다면 을미(乙未)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을미(乙未)는 60갑자 가운데 32번째에 해당하니 60년 주기에서 32번째 맞이하는 해가 된다. 물론 60년 주기의 끊임없는 순환구조 속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60년 주기 가운데의 32번째 해라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한 산술적 개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천간(天干)과 지지(地支)에는 단순한 산술적 지표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기운의 흐름을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로 전환하여 나타낸 상징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천간 을(乙)은 음목(陰木)의 기운을 품고 있고 지지 미(未)는 음토(陰土)의 기운을 품고 있다. 천간과 지지 모두 음기운이기에 전체적으로 기운의 흐름은 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행의 관계로 보면 천간의 목(木)이 지지의 토(土)를 극하는 관계가 된다. 목(木)기운이 토(土)기운을 극한다는 것은 생명력이 그 터전인 땅을 박차고 꿈틀거리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전반적으로 생동감이 도는 활력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천간 지지 모두 음기운이기에 전반적으로 기운이 약하여 생동력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침체된 상태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생명력이 꿈틀대지만 그 기운이 약하여 조심스런 행보를 요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을미(乙未)를 자연의 기운변화를 다루는 운기론(運氣論)의 관점에서 보면, 오운(五運)의 을(乙)은 소상(少商)운으로 약한 금(金)기운이며 육기(六氣)의 미(未)는 태음습토(太陰濕土)의 기운으로 습한 토기운을 의미한다. 운과 기를 조합하면 태음습토의 기운이 약한 금기운을 생하는 관계가 되니 약한 금기운이 평기(平氣)로 된다. 운기론의 관점에서 올 해의 기상 흐름을 대략 살펴보면, 음력 1․2월은 주기와 객기가 모두 궐음풍목이고, 음력 3․4월은 주기와 객기가 모두 소음군화이며, 음력 5․6월은 주기는 소양상화에 객기는 태음습토이며, 음력 7․8월은 주기는 태음습토에 객기는 소양상화이고, 음력 9․10월은 주기와 객기 모두 양명조금이고, 음력 11․12월은 주기와 객기 모두 태양한수의 기운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흐름을 정리하면, 을미년을 주관하는 사천지기가 태음습토이니 전반적으로 습한 기운이 강하고, 음력 1․2월에는 평상적인 봄기운이 행해지고, 음력 3․4월에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부리고, 음력 5․6월과 7․8월의 비교적 긴 여름 기간 동안 습한 무더위(무더위 속에 비오는 날도 많음)가 지속되며, 음력 9․10월에는 냉랭한 가을기운이 행해지며, 음력 11․12월에는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전통적 상수학적 이론에 토대를 둔 아주 단순한 이론적 전망이다. 모든 현상의 변화는 그때 그때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다만 선험적 경험과 자연변화에 따른 일정한 정률을 상징화된 기호로 전환하여 분석하고 전망할 따름이다. 근대 이후 전개된 산업화의 부산물인 지구적 차원의 환경변화는 일정한 상수학적 정률에 의한 예측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랜 역사적 경험과 자연률에 바탕을 둔 옛 선인들의 예측이론은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인류 역사의 경험과 지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을미(乙未)년의 한 해를 상수학적인 관점에서의 『주역』으로 본다면,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을(乙)은 음목이므로 팔괘 가운데 손(巽, ☴)괘에 해당하고 미(未)는 음토이므로 팔괘 가운데 곤(坤, ☷)괘에 해당한다. 천간의 하늘은 위에 있고 지지의 땅은 아래에 있으므로 손괘를 외괘로 곤괘를 내괘로 하면 64괘 가운데 풍지관(風地觀)괘에 해당한다. 관괘(觀卦)를 형이하적으로 보면, 음의 기운이 강하여 정치사회적으로는 소인들의 집단적 행보가 활성화되고 군자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큰 정치를 위한 구상을 하는 상황이고, 부동산경제는 땅 위에 바람이 불어 활성화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적 상황은 긍정적인 지표로 향한다고 할 수 있다. 형이상적으로 본다면, 무엇보다도 관괘(觀卦)는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영적이고 종교적이며 정신적인 측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을(乙)은 천간에서 두 번째이고 미(未)는 지지에서 여덟 번째이므로 천간의 을은 선천팔괘에서 두 번째인 태(兌, ☱)에 해당하고 지지의 미는 선천팔괘에서 여덟 번째인 곤(坤, ☷)에 해당한다. 천간의 을의 태괘를 외괘로 지지 미의 곤괘를 내괘로 하면 64괘 가운데 택지취(澤地萃)괘가 된다. 취괘(萃卦)는 대지 위에 연못이 있어 사방에서 생명들이 모이는 의미를 갖는다. 많은 생명들이 모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강한 정신적 좌표(이념)가 필요하며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크게 베풀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혹 있을 수 있는 불상사(전쟁, 폭동, 사고 등)를 막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한다.

 

  사실 『주역』으로 세상을 보다는 것의 일차적 의미는 점(占)을 쳐 보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제관계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의 흐름들, 자연재해의 돌발적 요소들, 개개인의 삶에서 펼쳐지는 운명의 파동들. 올 한 해의 기운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심리학적으로는 무의식에 종교학적으로는 신에게 자연법론적으로는 대자연의 궁극적인 그 무엇에 물어 현시된 괘효(卦爻)의 상징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나라의 운세, 조직의 운세, 개개인의 운세의 흐름을 각자의 심연에 투영하여 상징화된 괘로 음미해 본다. 각자의 심법과 가치관 및 의식과 무의식의 조정력에 따라 현시화되는 상징으로서의 괘효는 저마다 달리 나타날 것이다. 현시화된 상징을 음미하면서 알고자 하는 객관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표를 설정하게 된다.

 

  정신계든 현상계든 이 세상은 진정 다양하고 다원적이다. 국가와 국가, 조직과 조직,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이 다양하고 다원적으로 전개되면서 이 세상은 계속 만들어져 가고 있다. 창조한다는 것 다시 말하여 만들어 간다는 것, 그것은 필연적으로 지금 있는 것의 파괴를 수반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여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이 사회적 현상의 모든 주체들이 선(善)한 마음으로 선(善)한 목표에 기초를 둔다면, 이 세상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복(福)을 받을 생각보다는 복(福)을 지을 생각을 먼저 하고, 경쟁(競爭)이라는 적자생존의 정글사회에서 모든 존재가 상호공존을 통하여 존재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지성적인 사회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보다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현상세계에서 살아가면서 추구해야 할 본질적 요소들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놓치고 있고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떠한 상황이든 인간 개체와 조직 및 국가사회의 모든 존재는 삶 자체를 지향하고 있다. 보다 나은 삶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