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의 기본원리

10. 『주역(周易)』경전(經典)의 체계와 작자(作者)

돈호인 2021. 9. 13. 11:02

 

1. 연산역(連山易귀장역(歸藏易)주역(周易)

 

  『주역(周易) 또는 역경()()’에 관한 경전이다. 일반적으로 역()에 관한 경전이 중국 상고시대에 하()나라에는 연산역(連山易)이 있었고, (:)나라에는 귀장역(歸藏易)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산역과 귀장역은 고문헌 가운데 단편적으로 일부 언급이 있을 뿐, 경전의 전체가 기술된 공인된 문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출토되고 있는 고대유물 가운데 귀장역이라고 추정될 수 있는 유물이 발굴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역경()은 주()나라 때 지어진 역이라 하여 주역(周易)이란 명칭으로 전해지고 있다.

 

2. ()과 전()

 

   일반적으로 경전(經典)은 경()과 전()으로 구분이 된다. 성인(聖人)이 지은 글을 경()이라 하고 현인(賢人)()을 풀이하여 주석한 글을 ()이라 한다. 주역(周易) 역시 경문(經文)과 전문(傳文)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역(周易)의 전체 구성은 본문에 해당하는 경문(經文)과 해설부분인 전문(傳文)으로 되어 있다. 상경(上經)과 하경(下經) 본문을 역경(易經 : 經文)이라고 하고, 해설부분인 십익(十翼)을 역전(易傳)이라고 한다. 역경(易經)을 이루고 있는 상경 하경 경문(經文)은 괘상(卦象)과 괘사(卦辭) 및 효사(爻辭)로 이루어져 있다. 주역(周易)64384효로 이루어져 있고, 상경은 30괘 하경은 34괘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른다면, 주역(周易)의 근원이 되는 복희씨의 팔괘, 문왕(文王)64괘 연역에 따른 괘사(卦辭), 문왕의 아들인 주공(周公)384효사(爻辭)로 구성된 체계를 경문(經文)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문의 내용을 풀이한 문언전(文言傳) 단전(彖傳) 상전(象傳) 계사전(繫辭傳) 설괘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등을 전()이라고 하고 십익전(十翼傳)으로 일컫기도 한다.

 

3. 주역의 작자(作者)에 대한 논란

 

1) 전통적 견해 : 시력삼고(時歷三古) 인경사성(人經四聖)

 

   역경(易經)의 궁극적 근원은 문자가 아닌 괘상(卦象)이다. 물론 상고시대(上古時代)에는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괘상(卦象)이라는 부호 형태로 우주의 이치를 표현하였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우주자연의 근본원리를 표상한 기본팔괘를 전통적으로 복희팔괘로 일컬어왔는데,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여년전 상고시대(上古時代)에 태호 복희씨가 우주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팔괘(八卦)를 지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는 앞서 선천팔괘의 원리에서 살펴본 바 있다.

 

  중고시대(中古時代)에 해당하는 은나라 말기 주나라 초기에 주나라의 제후로 있었던 문왕(文王)이 천자국인 은나라 마지막 왕 주왕(紂王:受辛)의 폭정(暴政)으로 유리(羑里) 지방에 있는 옥()에 갇혀 있을 때에 이른바 문왕후천팔괘를 짓고, 64괘로 연역하였으며 각 괘에 괘사(卦辭)를 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문왕의 아들인 주공(周公)384효에 효사(爻辭)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해서 상고시대 복희씨의 팔괘와 중고시대 문왕의 64괘 연역과 괘사, 주공의 384효사를 합쳐 경()이라 한다.

 

  한편 하고시대(下古時代)에 해당하는 주나라 말기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유학(儒學)의 조종인 공자(孔子)가 복희씨의 팔괘와 문왕의 64괘 괘사, 주공의 384효사로 이루어진 경()에 이른바 십익(十翼)이라는 해설전을 붙임으로써 오늘날의 주역(周易)으로 전해지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 견해에 따라 결국 세월은 상고·중고·하고의 삼고(三古)시대를 지나고, 상고의 복희씨와 중고의 문왕·주공, 하고의 공자의 네 성인을 거쳐 주역이 완성되었기에 시력삼고(時歷三古) 인경사성(人經四聖)이라고 한다.

 

2) 주역(周易)의 작자에 대한 논란

 

   주역의 작자에 대한 전통적 견해에 대해 오늘날에는 많은 학자들이 다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오래된 동양 고전의 일반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작자미상(作者未詳)이라는 데에 있다. 흔히 거론되고 있는 노자(老子)장자(莊子) 한비자(韓非子) 황제내경(黃帝內經) 등 대부분의 경전은 작자미상인 채로 수천 년을 내려오고 있다.

 

  『주역 경문 64괘의 작자에 대하여는 이설(異說)이 많은데, 복희씨가 팔괘를 지었고 문왕이 64괘를 지었다는 설, 복희씨 때에 이미 64괘가 있었다는 설, 복희씨가 8괘를 지었고 신농씨가 64괘를 지었다는 설 등이 있으나 어느 것도 명확한 근거는 희박하다. 주역의 경문에 해당하는 괘사인 단사(彖辭)는 문왕이 이었고, 효사(爻辭)는 주공이 지었다는 것이 전통적으로 내려온 견해이나, 문왕이 단사와 효사를 지었고 주공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또한 주역의 사상체계를 나타내고 있는 계사전(繫辭傳)을 비롯한 십익(十翼)을 공자가 지었다고 하나, 이에 대해서도 송대(宋代) 구양수(歐陽脩)역동자문(易童子問)에서 문제를 제기한 이후 십익의 작자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대체로 역전(易傳 : 십익전)의 작자에 대한 논쟁을 간추리면 네 가지 관점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역전10편이 모두 공자가 지은 것이라는 견해이다. 둘째, 역전가운데 단전상전만 공자가 지었고 나머지는 공자의 제자나 후학들이 이었다는 견해이다. 셋째, 역전이 결코 공자의 작이 아니며 전국시대 중기나 말기 혹은 서한(西漢)의 소제·선제 때나 심지어 그 뒤에 나왔다고 보는 견해이다. 넷째, 금본 역전은 기본적으로 공자의 작이지만 그 가운데 앞사람의 유문(遺聞)을 기술한 부분도 있고 문인 제자들이 평소 공자의 강술을 기록한 부분도 있어서 논어의 상황과 비슷하며, 그 사상은 응당 공자에 귀속되지만 뒷사람이 함부로 끼워 넣은 부분도 있는데다가 탈문(脫文) 착간(錯簡)도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오늘날 역전(易傳) 즉 십익전은 어느 한 시대의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지어진 작품이 아니라 전국시대 말기(末期)에서 진한대(秦漢代)에 이르는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완성된 작품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팔괘의 괘상(卦象)으로부터 시작하여 64괘의 괘사(卦辭) 384효의 효사(爻辭)의 경문(經文)십익(十翼)에 이르는 주역의 전 체계는 오랜 세월을 거쳐 여러 사람에 의하여 증보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주역의 작자에 대한 논란이 주역이란 경전(經典)에 대한 위상을 흔드는 것은 아니다. 불경(佛經)과 성경(聖經)의 작자에 관한 논란 역시 오랜 세월동안 있어 왔고, 현대 학자들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구과제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연구와 논란이 곧 성경과 불경 자체에 대한 존엄(尊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역의 작자문제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에는 각각 어느 정도의 근거도 있지만, 논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어 아직 공인된 이론이 정립된 상태는 아니다. 또한 1971년 말 중국 호남성(湖南省) 장사(長沙)의 마왕퇴(馬王堆) 고분에서 발굴 출토된 백서(帛書) 주역』과 그 이후 출토되는 죽간본(竹簡本) 백서본(帛書本) 등의 각종 유물들로 인해 오늘날 주역의 문헌적 연구는 실로 그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다.

 

  『주역의 작자에 대한 전통적 견해가 잘못되었고, 더 나아가 주역이 완성된 시기가 다르며, 또한 백서 주역등에서는 현재의 64괘 배열순서와 다르다는 등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우주자연의 원리를 표상하고 있는 주역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지는 못한다.

 

  『주역은 은말주초(殷末周初)의 시대를 주된 배경으로 하여 자연법적인 역(易)의 원리에 근본을 두고 천문(天文)과 지리(地理인사(人事)의 법칙을 서술한 경전이고,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것으로 그 내용에는 복희씨·문왕·주공·공자의 사상(思想)과 경륜(經綸) 그리고 고대인들의 문화(文化)와 사상(思想)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99∼101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232∼237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