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과학적 사고방식에서 볼 때, 확률(確率)은 객관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설시원리에 내재된 확률문제는 어떠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설시(揲蓍)의 과정과 그 결과에 확률상의 불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설시(揲蓍)과정에서 제일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제 1변에서는 5 아니면 9가 나오고 제 2변과 제 3변에서는 4 아니면 8이 나오게 되는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경우와 9가 나올 경우의 확률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즉 제 2변과 제 3변에서 4와 8이 나올 확률은 각각 2/4로 같은데,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은 3/4이지만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어 불균형하다.
둘째, 제 1변에서 5가 나올 확률이 3/4이고 9가 나올 확률은 1/4이 되므로, 제 2변과 제 3변에서 4와 8이 나올 확률이 각각 2/4로 같게 나오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3변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는 전체 확률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이것을 다시 사상(四象)으로 구분하여 태양·소음·태음·소양이 나오는 경우의 확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결과 변하지 않는 효(소음, 소양)가 나올 확률은 75%이고, 변하는 효(태양, 태음)가 나올 확률은 25%가 되어 변효(變爻)가 나올 확률은 1/4이 된다. 그런데 변효가 나오는 경우에도 태양(544)이 나올 확률(18.75%)과 태음(988)이 나올 확률(6.25%)을 비교해 보면 태양이 나올 확률이 3배가 됨을 알 수 있다.
셋째, 설시(揲蓍)의 결과로 6효로 괘를 이루었을 때, 어느 괘가 나오든지 그 괘는 다시 64괘로 변할 수 있다. 즉 하나의 효가 변하여 6괘가 나오고, 두 개의 효가 변하여 15괘가 나오며, 세 개의 효가 변하여 20괘가 나오고, 네 개의 효가 변하여 15괘가 나오며, 다섯 개의 효가 변하여 6괘가 나오고, 여섯 효 모두 변하여 1괘가 나오는데, 여기에다 여섯 효 모두 변하지 않은 본괘를 합하면 모두 64괘가 된다.
그런데 하나의 괘에서 여섯 효 모두 변하지 않을 수 있는 확률은 17.799%이고, 한 개의 효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35.595%이며, 두 개의 효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29.663%이고, 세 개의 효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13.184%이며, 네 개의 효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3.296%이고, 다섯 개의 효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0.439%이며, 여섯 개의 효가 전부 변할 수 있는 확률은 0.024%가 된다.
이상과 같이 설시의 과정이나 결과에 확률상의 불균형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확률상의 불균형이 곧 설시가 비과학적이라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설시는 곧 미신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220∼224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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