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의 기본원리

8-3. 대성괘 64괘의 변화원리(괘변법)

돈호인 2021. 7. 31. 22:23

1. 괘변법(卦變法)의 의의

 

  64384효는 상호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 전체와 부분으로서, 괘와 괘로서, 효와 효로서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인간사회에 있어서 한 인간이라는 개체가 집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 부자(父子), 부부(夫婦), 형제(兄弟) 등의 관계를 맺고 있고, 직장에서는 직장의 구성원으로 일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각종 사회단체에서 또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고,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호 유기적인 관계는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 안에서 존재하고 있는 모든 존재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것이며, 또한 신과 인간과 자연과의 사이에서도 상호간에 유기적인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모든 존재와 환경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는 그대로 64384효의 유기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64괘 가운데 전체를 의미하는 한 괘()에서 부분에 해당하는 효()가 변하게 되면 사실 괘() 자체가 변하게 된다. 이렇게 본괘(本卦)의 효가 변하여 이루어지는 다른 괘와의 관계는 지괘(之卦)’로 파악된다. 효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다른 괘와 관련을 맺게 된다. , 괘를 판단함에 있어 괘체(卦體)를 변화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보다 다양하게 살펴보는 방법을 괘변법(卦變法)이라 하는데, 이에는 호괘·도전괘·배합괘·착종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은 지괘와 호괘분석이다.

 

2. 지괘(之卦)와 호괘(互卦)

 

1) 지괘(之卦)

 

  지괘(之卦)라는 것은 사실상 예측판단방법으로서의 설시(揲蓍; )를 하여야 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즉 설시를 하여 어느 괘가 나오고 그 괘 가운데 어느 효가 변하였는가에 따라 지괘가 결정된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와 주역의 변화원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설시를 하지 않더라도 직관적(直觀的)으로 그 상황에 부합하는 괘()와 변한 효()를 파악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주역의 이치와 원리를 올바로 이해하고 아울러 경문 64384효사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본괘(本卦)에서 효가 동하여 변하면 괘체 자체가 다른 괘로 전화(轉化)하는데, 이렇게 본괘(本卦)에서 전화되어 간 괘를 지괘(之卦)라 한다. 지괘 분석은 본괘에서 변한 효를 체()로 놓고 변하여 간 괘의 효를 용()으로 보아 그 체용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구체적인 상황의 추이를 판단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중천건(重天乾)괘 구오효가 변하면 지괘가 화천대유(火天大有)괘가 되는데, 이 경우 중천건괘 구오효를 체()로 놓고 변하여 간 화천대유괘의 육오효를 용()으로 보아 상황의 변화를 살펴보게 된다.

 

 

2) 호괘(互卦)

 

  호괘(互卦)라는 것은 본괘(本卦)의 내부적인 정황을 보다 자세히 고찰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64괘의 효사(爻辭)를 해석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판단원리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6효로 이루어진 대성괘에서 각 효는 중(((()의 관계로 나타남과 아울러 그 효와 위 아래로 이웃하는 효가 아주 밀접한 관계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여섯 효로 이루어진 모든 괘는 세 효씩 하나의 기본 틀을 구성하게 된다. 우리는 음양 3단 분화로 이루어진 팔괘가 변화의 기본 핵심이 됨을 이미 살펴보았다.

  즉, 6효로 이루어진 대성괘에서는 겉으로는 초효·이효·삼효가 내괘를 이루고, 사효·오효·상효가 외괘를 이루게 되지만, 한편 이효·삼효·사효가 또한 소성괘를 이루고 삼효·사효·오효도 또한 소성괘를 이루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효·삼효·사효의 소성괘와 삼효·사효·오효의 소성괘가 속에 숨어 있는 것과 같다. 이 속에 있는 소성괘의 양상을 파악하는 방법이 호괘(互卦) 분석이다.

  호괘분석이란 초효와 상효를 제외한 이(((()효로 또 하나의 괘를 만들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효·삼효·사효를 내호괘(內互卦)로 하고 삼효·사효·오효를 외호괘(外互卦)로 하여 본괘 안에 내재되어 있는 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본괘(本卦)의 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산수몽(山水蒙)괘의 경우를 들면 외괘가 간산내괘가 감수로 이루어져 있어 산 아래에 샘물이 솟는 상이기에 교육을 의미하기도 하고, 감수는 어리석은 상태를 의미하기에 몽매(蒙昧)한 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몽매함을 깨우치기 위해 교육을 잘 시키면 근본을 회복하게 된다. 이러한 상을 호괘로 찾아보면 산수몽괘에서 초효를 가리고 이효·삼효·사효의 내호괘가 진뢰이고 상효를 가리고 삼효·사효·오효의 외호괘가 곤지가 되니 산수몽괘에는 호괘로 지뢰복(地雷復)괘가 들어 있다. 따라서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교육을 잘 시키면 근본이 회복됨을 호괘 기운의 양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도전괘와 배합괘·착종괘

 

1) 도전괘(倒顚卦)

 

  본괘를 정반대 위치에서 살펴본 괘를 도전괘라고 한다. 괘는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맨 아래가 초효가 되고 이효·삼효·사효·오효·상효로 되는 것인데, 도전한다는 것은 정반대 입장에서 보는 것이니 상효가 초효로 되고 오효가 이효로, 사효가 삼효로, 삼효가 사효로, 이효가 오효로, 초효가 상효로 되는 것이다. 도전괘는 본괘의 상황을 정반대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수뢰둔(水雷屯)괘를 도전하면 산수몽(山水蒙)괘가 된다.

 

 

  64괘 가운데 도전해 보아도 본괘와 같은 괘가 나오는 괘가 모두 8괘가 있다. 즉 상경에 중천건(重天乾중지곤(重地坤산뢰이(山雷頤택풍대과(澤風大過중수감(重水坎중화리(重火離)6괘가 있고 하경에 풍택중부(風澤中孚뇌산소과(雷山小過)2괘가 있어 모두 8괘가 된다. 이러한 괘는 모두 기하학적으로 대칭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괘를 일반적으로 부도전괘(不倒顚卦)’라고 한다.

 

 

2) 배합괘(配合卦)

 

  본괘의 모든 효를 변화시켜 여섯 효의 음양관계를 다 바꾼 괘를 배합괘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본괘의 여섯 효 모두를 각각 반대되는 음양효로 바꾸어 만든 괘를 말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볼 때, 본괘의 상황을 원인(原因)으로 본다면 배합괘는 본괘의 결과적(結果的)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즉 상황의 총체적 원인(原因)과 결과(結果)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수뢰둔(水雷屯)괘는 초창기의 매우 어려운 상태를 나타내는 괘인데, 이 어려운 초창기의 정황()을 잘 극복하면 성공을 하게 된다. 바로 원인에 해당하는 둔괘(屯卦)를 배합하면 화풍정(火風鼎)괘가 되는데, 정괘(鼎卦)는 그릇을 이루어 좋은 결실을 거두는 결과적 상황을 나타낸다.

  또 한 예를 든다면 하경 첫 번째인 택산함(澤山咸)괘는 소남과 소녀가 만나 교감을 나누는 괘인데, 남녀가 교합하면 자식을 낳게 되고 서로가 기운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 택산함괘를 배합하면 산택손(山澤損)괘가 되는데, 손괘(損卦)는 기운을 덜어내고 또한 출산하는 뜻이 담겨 있다.

 

 

3) 착종괘(錯綜卦)

 

  대성괘는 외괘와 내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괘에서 위에 있는 외괘를 아래로 놓고 아래에 있는 내괘를 위로 올려놓은 괘를 착종괘라고 한다. 즉 외괘(상괘)와 내괘(하괘)의 위치를 서로 바꾸어 본 괘를 착종괘라고 하는데, 이 착종괘는 본괘의 정황에서 진행되는 상황이나 일 및 관계의 순서를 상하(上下) 전후(前後)로 바꾸어 보아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수뢰둔(水雷屯)괘에서 외괘의 감수를 내괘로 놓고 내괘의 진뢰를 위로 놓으면 뇌수해(雷水解)괘가 되는데, 수뢰둔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착종한 뇌수해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산수몽(山水蒙)괘에서 외괘의 간산과 내괘의 감수를 서로 바꾸어 놓으면 수산건(水山蹇)괘가 되는데, 산수몽의 몽매한 상황에서 일의 순서를 바꾸면, 즉 착종하면 수산건괘가 되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79∼84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180∼187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