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산책/주역의 기본원리

8. 대성괘(大成卦)가 6효(爻)로 이루어진 의미

돈호인 2021. 7. 28. 20:01

 

  우리는 이 음양이진법(陰陽二進法)에 의해 이루어진 자연법임을 알아 왔다. 그런데 음양이진법은 ‘20부터 무한대로 한없이 나아가는데, 왜 하필이면 ‘26을 기본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사의 변화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로 매듭을 지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해 볼 수가 있다.

 

1. 자연수 7의 조화

 

  수의 기본이 되는 1부터 10까지의 자연수의 관계를 살펴보면 ‘7’이란 수가 지닌 고유한 특성이 있다. 예컨대 ‘1’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마치 태극과 같이 모든 것을 낳는 근원이 된다. 그래서 사실 모든 수에는 1이 내포되어 있다. 2·82의 배수로서 서로 형제관계가 된다. 3·9 역시 3의 배수로서 서로 형제관계가 된다. 510은 역시 5의 배수로서 형제관계를 이룬다. 이렇게 보면 오직 ‘7’이란 수만 홀로 자존(自存)하기에 ‘7’을 독생자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7’수는 동서양의 철학자가 주목하였고, 또한 종교적으로는 성수(聖數)로 여겨졌다. 동양에서는 '변화의 기본 절도수'로 보았고, 서양에서는 '행운의 수'로 보았다.

 

  그런데 모든 독생자인 ‘7’로 나누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데, 소수점 이하의 수 조합이 3의 배수인 9를 제외한 ‘1·7’의 여섯 가지 수가 각각 순서를 달리하면서 조합을 이루어 종횡으로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7=0.142857142857…

2÷7=0.285714285714…

3÷7=0.428571428571…

4÷7=0.571428571428…

5÷7=0.714285714285…

6÷7=0.857142857142…

7÷7=1.0

8÷7=1.142857142857…

9÷7=1.285714295714…

 

  이는 ‘7’이란 수가 주기성을 나타내는 것이고, 주기 안의 구성인자가 ‘6’의 정률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수리적 이치에서 음양 분화의 연속선에서 ‘26을 기본으로 하여 자연율과 사회변화의 원리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2. 60갑자의 조합

 

  앞서 말한 수리적 이치는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60갑자의 조합에서도 나타난다. 10()12()가 조합하여 이루어지는 60갑자, 즉 간지(干支)원리는 예로부터 천문(天文)에 근거하여 책력(冊曆)에 사용되어 온 것으로 역시 자연율에 근거하고 있다.

 

 

  예컨대 천간(天干)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고정시켜 놓고, 지지(地支)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이해하기 쉽게 ‘1·10·11·12’로 치환하여 배열하면 다음과 같은 수리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조합을 살펴보면, 천간(天干)의 갑((((()의 양 자리에 응하는 지지(地支)는 자(((((()6양지(陽支)가 각각 배열을 달리한 조합이 무한히 반복해나감을 알 수 있고, 마찬가지로 천간의 을((((()의 음 자리에 응하는 지지(地支)는 축(((((()6음지(陰支)가 각각 배열을 달리한 조합이 무한히 반복해나감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자연수를 ‘7’로 나누었을 때 나타나는 소숫점 이하의 배열구도가 ‘1·4·2·8·5·7’의 여섯 가지 수가 배열순서를 달리하면서 무한히 반복해 나가는 것과도 같다.

 

3. 7일 주기(七日來復)의 이치

 

  이러한 이치에 근거하여 역경원문에도 7일이 변화의 주기(週期)라는 것을 나타내는 문장이 있다(대표적인 예로는 지뢰복괘의 反復其道 七日來復을 들 수 있다). 또한 대성괘가 6효로 이루어지니 초효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일곱 번째에 와서 다시 초효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대성괘 6효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변화의 주기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에서 49제를 지내는 것은 7일 주기가 7번 거친 49일이 천도변화의 기본 주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책력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7일을 1주일로 하는 책력을 쓰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1주일 개념은 원래 천문에서 나온 것이다. , 지구가 공전 자전하면서 펼쳐지는 태양계 내에서의 항성간 역학관계에서 볼 때, 지구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항성이 해()와 달()이고, 아울러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가까운 항성인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오행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일월오성(日月五星)1주일의 단위 명칭으로 삼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4. 자연계의 결정 육각형

 

  오늘날 현대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물질의 극소 결정체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만물의 근원적 요소가 되는 물과 얼음, () 등 자연현상의 가장 이상적인 결정체의 모습이 6각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 6효의 공간성(空間性)

 

  6효는 공간적 상황(六合)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위아래를 더하여 육합(六合)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간적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6효이다. 인간은 전후(前後) 좌우(左右) 상하(上下)를 두루 살펴야 공간적 실체의 온전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뭄에 결국 6의 정율운 공간적 상황성을 표현하는 기본 구도가 된다.

 

  이상의 여러 근거를 토대로 하여 주역은 여섯 효로 이루어진 대성괘(大成卦)를 기본으로 하여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를 포함한 공간적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66∼69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160∼165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