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성괘 6효의 공간성
1) 대성괘 6효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동양철학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천문(天文)·지리(地理)·인사(人事)를 망라하는 종합적 사유체계를 갖추어야 함을 살펴본 바가 있다. 다시 말하면 동양철학에 있어서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가 언제나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적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주역』의 해설전인 십익(十翼) 가운데 하나로서 「설괘전(說卦傳)」 제2장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적에 성인이 역을 지음은 장차 성명(性命)의 이치에 순하고자 함이니, 이로써 하늘의 도를 세워 가로되 음(陰)과 양(陽)이요, 땅의 도를 세워 가로되 유(柔)와 강(剛)이요, 사람의 도를 세워 가로되 인(仁)과 의(義)니, 삼재(三才)를 아울러 둘로 하니라. 그러므로 역이 여섯 획으로 괘를 이루고, 음을 나누고 양을 나누며 유와 강을 차례로 씀이라. 그러므로 역이 여섯 위(位)로 문장을 이루느니라.
昔者 聖人之作易也는 將以順性命之理니 是以立天之道曰陰與陽이오 立地之道曰柔與剛이오 立人之道曰仁與義니 兼三才而兩之라 故로 易이 六劃而成卦하고 分陰分陽하며 迭用柔剛이라 故로 易이 六位而成章하니라.
또한 「계사하전」제 10장에서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역의 글됨이 넓고 커서 다 갖추어, 천도(天道)가 있으며 인도(人道)가 있으며 지도(地道)가 있으니 삼재(三才)를 겸해서 둘로 하니라. 그러므로 육(六)이니, 육(六)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삼재(三才)의 도니, 도(道)가 변동이 있음이라 그러므로 가로되 효(爻)요, 효(爻)에 차등이 있음이라 그러므로 가로되 물건이요, 물건은 서로 섞임이라 그러므로 가로되 문채요, 문채는 당치 아니함이라 그러므로 길흉이 생하니라.
易之爲書也 廣大悉備하야 有天道焉하며 有人道焉하며 有地道焉하니 兼三才而兩之라. 故로 六이니 六者는 非他也라 三才之道也니 道有變動이라 故(로) 曰爻오 爻有等이라 故(로) 曰物이오 物相雜이라 故(로) 曰文이오 文不當이라 故로 吉凶이 生焉하니라.
2) 천지인 삼재의 위치
효(爻)를 이루는 순서는 맨 아래로부터 초효·이효·삼효·사효·오효·상효로 된다. 이 효의 자리와 삼재와의 관계는 발생적인 측면과 현상적인 측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주의 생성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하늘(우주)이 먼저 생기고(天開於子), 땅(지구)이 다음에 생기며(地闢於丑), 마지막으로 만물(사람)이 나온다(人生於寅). 그래서 발생적인 측면에서의 삼재 자리는 초효와 이효가 천위(天位), 삼효와 사효가 지위(地位), 오효와 상효가 인위(人位)가 된다.
그런데 이미 우주만물이 이루어진 현상적인 측면에서는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으며 만물(사람)은 가운데 있으므로, 초효와 이효는 땅의 자리(地位)가 되고, 삼효와 사효는 만물의 자리(人位)가 되며, 오효와 상효는 하늘의 자리(天位)가 된다. 이러한 관계를 가장 대표적으로 나타낸 괘가 『주역』맨 첫 번째 괘인 중천건(重天乾)괘이다.
발생적인 면과 현상적인 면에서 삼재(三才)의 위치가 달라지지만, 일단 6효로 이루어진 대성괘는 현상적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주역』경문 64괘의 원리와 내용을 파악함에 있어서는 주로 현상적 측면에서의 삼재를 기본으로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내괘(內卦)와 외괘(外卦)
6효로 이루어진 대성괘는 외관상 아래의 세 효와 위의 세 효로 구분되는데, 아래 세 효를 내괘(內卦) 또는 하괘(下卦)라고 하고, 위 세 효를 외괘(外卦) 또는 상괘(上卦)라고 한다. 대성괘에서 내괘와 외괘는 서로 대응하면서 상응(相應)·상보(相補)·상대(相對)하는 관계를 이룬다.
또한 대성괘 자체는 언제나 전체적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 양상을 나타내는 대성괘에서 내괘와 외괘는 선후(先後)·전후(前後)·본말(本末)·체용(體用)·상하(上下) 등의 관계로 작용한다.
외괘(상괘) : 오후(午後) 후천(後天) 외적(外的) 쇠퇴(衰退) 해체(解體) 성(成) 용(用)
내괘(하괘) : 오전(午前) 선천(先天) 내적(內的) 발생(發生) 창조(創造) 생(生) 체(體)
3. 대성괘의 괘상(卦象)과 괘명(卦名)
6효로 이루어진 대성괘의 기운 양상은 내괘와 외괘가 각각 나타내고 있는 대표적인 물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미 이루어진 현상은 위에서 아래로 펼쳐지니 외괘를 먼저 표현하고 다음에 내괘를 표현하게 된다.
외괘와 내괘의 기운의 양상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기본팔괘의 괘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팔괘가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물상으로 표현한다. 즉, 건☰이면 하늘(天), 태☱이면 연못(澤), 이☲면 불(火), 진☳이면 우레(雷), 손☴이면 바람(風), 감☵이면 물(水), 간☶이면 산(山), 곤☷이면 땅(地)으로 표현한다.
외괘와 내괘를 각각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외괘가 간☶이고 내괘가 건☰으로 이루어진 대성괘 6효의 기운 양상은 ‘산천(山天)’이라 하고, 괘의 명칭은 산 속에 큰 하늘을 담고 있으니 크게 쌓는 상이라 하여 ‘대축(大畜)’이라 한다. 그래서 괘기운의 양상은 ‘산천(山川)’이요 괘명은 ‘대축(大畜)’인데 이를 합쳐서 ‘산천대축(山天大畜)’이라 표현한다.
괘명은 그 괘의 특징적 양상을 단적으로 표현하여 개념화한 것이다. 64괘는 기본팔괘(소성괘)가 서로 거듭하여 이루어지게 되는데, 외괘와 내괘가 동일한 소성괘로 되어 있는 경우와 서로 다른 소성괘로 되어 있는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외괘와 내괘가 동일한 소성괘로 이루어진 경우
외괘와 내괘가 동일한 소성괘로 이루어진 경우에는 동일한 기운의 양상이 거듭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거듭 중(重)’자를 써서 표현한다. 예컨대 중천건괘(重天乾卦)의 경우에는 외괘가 하늘(天) 내괘도 하늘(天)로 하늘(天)이 거듭했으므로 ‘중천(重天)’이라 하고 괘명을 건(乾)이라 하여, 괘상(卦象)과 괘명(卦名)을 합쳐 중천건(重天乾)이라고 한다. 대성괘 64괘 가운데 이렇게 동일한 괘가 거듭한 경우는 중천건(重天乾), 중지곤(重地坤), 중뢰진(重雷震), 중화리(重火離), 중수감(重水坎), 중풍손(重風巽), 중산간(重山艮), 중택태(重澤兌) 등 8괘가 있다.
이렇게 동일한 괘로 구성된 대성괘를 건위천(乾爲天), 곤위지(坤爲地), 진위뢰(震爲雷), 손위풍(巽爲風), 태위택(兌爲澤), 간위산(艮爲山), 감위수(坎爲水), 이위화(離爲火) 등으로 일반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건위천(乾爲天)’, ‘곤위지(坤爲地)’, ‘진위뢰(震爲雷)’ … 등의 표현은 팔괘의 성질을 설명한 설괘전(說卦傳) 제 11장에 있는 내용으로, 기본팔괘가 의미하는 여러 속성 가운데 자연의 대표적인 물상을 나타낸 설명이다. 기본팔괘의 성질을 나타낸 표현을 대성괘를 표현하는 개념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2) 외괘와 내괘가 서로 다른 소성괘로 되어 있는 경우
외괘와 내괘가 서로 다른 소성괘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각 외괘와 내괘의 기운 양상과 그 괘의 명칭을 아울러 표현하게 된다. 즉 예컨대, 수뢰둔(水雷屯)괘의 경우를 보면 외괘가 감☵수(水), 내괘가 진☳뢰(雷)로 되어 있고 이러한 괘 기운의 양상은 어려움을 뜻하기 때문에 괘명을 둔(屯)으로 하여 ‘수뢰둔(水雷屯)’이라 한다. 동일한 괘가 거듭된 8괘를 제외한 56괘의 괘명은 모두 이와 같이 괘를 표현하고 있다.
※ 신성수, 『주역통해』(대학서림, 2005), 69∼73쪽; 신성수, 『현대주역학개론』(대학서림, 2007), 165∼17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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